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이야기

떠난 이를 기억하는 법

by 셩혜

탄생과 죽음 앞에 우리는 평등하다. 누구나 예외 없이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가족, 친구, 동료 등 누군가의 영정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오는 데 순서가 있었더라도 가는 데에 순서가 없다’는 어른들의 말처럼 죽음은 그렇게 느닷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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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부림치며 거부하여도 언젠가 한 번, 꼭 한 번은 겪어야 할 부모님의 상(喪)은 또 다른 것을 생각하게 했다. 흔히 부모는 ‘내 자식은 내가 잘 알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겪어 보면 어디 그런가? 시어머니도 그랬다. 자기 아들은 본인이 잘 안다고. 하지만 내가 겪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아들 사이에는 분명 같은 사람이지만 차이가 있다. 어쨌든, 부모가 제 자식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것만큼 자식은 제 부모를 잘 알고 있을까?


느닷없이 찾아온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 이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뒤늦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였지? 생각이 잘 안나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가 뭘 좋아했더라?”하고. 아빠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면서 내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나? 생각해본다. 세상의 모든 자식이 기억하는 아빠의 모습은 같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짐을 짊어진 사람이 이 시대의 가장, 아빠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가장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너무 없었다. 너무 무심한 딸이었나. 친구의 말처럼 가만히 오래오래 생각하면 생각이 날까? 단순히 너무 오래전 일이라 까먹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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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때 잘해’라는 말은 참 쉽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깊은 뜻은 백 번 이야기한들 알 수 없다. 깨달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늦었다. 그래서 나는 지인들이 부모님에 대해 투덜대곤 할 때 이야기해준다. “잘하란 말은 하지 않지만, 최소한 후회할 짓은 하지 마”라고. 후회는 결국 남는 자의 몫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게 또 우리의 숙명이고 삶이다. 나는 뒤늦게 생각했고 깨달았다.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후회해보지만 늦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은 누군가가 있다면, 나 같은 후회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이 글이 그 후회를 막아주는 작은 매개체가 된다면 후회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가슴에 오래 담아둔 이야기를 꺼내다 보면, 먼 곳에 있는 그분을 추억할 수도, 그리고 연재를 마칠 때쯤에는 좀 더 잘 보내드릴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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