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와 화산
며칠 전 여행 매거진 ‘Traveller’에서 주최한 토크 콘서트에 갔다. 게스트 소설가 김영하, 진행은 여행작가 노중훈 게다가 후원이 하와이 관광청이었다. 관광청이랑 일도 상관없지만, 내가 사랑하는 ‘하와이’라니! 25명 선착순 신청이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토크 콘서트에 갈 수 있었다.
시작 전 혼자 우두커니 앉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대부분 하와이를 좋아해서 왔다기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게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인 것 같고, 남성보다 여성이 압도적이었다. 가만히 앉아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오아후에서 주차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어!”
뒷자리에 앉은 이들은 선후배 관계처럼 들렸다.(얼굴은 보지 않고 이야기만 들었으니) 그중 선배가 “하와이 가봤어?”라며 물었고 후배는 “혼자 갔었는데 주차하는 데 한 시간이나 걸렸어요. 주차가 너무 힘들어서 별로…. 다시 안 가고 싶어”라고 답하는 것 아닌가!
여행지가 별로인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후배에게 주차는 지옥이었나 보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주차하는 데 왜 한 시간이나 걸렸지?’, ‘한 시간이나 걸릴 수 있나?’ GPS에 의존해 움직이더라도 주차 입구를 못 찾으면 5분이면 가능할 것을 10분이 걸려도 못 할 수 있다. 아마 그녀도 비슷했겠지! 나 역시 한국에서 운전할 때 초행길 경우 입구를 놓치거나, 입구를 못 찾으면 한 바퀴 더 도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여행지 가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까울 수 있지만, 다시는 안 간다고 생각이 들 만큼 힘들었나! (도대체 어디서 주차하는 데 한 시간씩이나 걸렸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주차는 아니었지만, 공항에서 와이키키로 가던 고속도로에서 출구를 잘못 빠져서 군부대로 들어갔다. 처음 보는 풍경에 당황스러웠지만, “I’m sorry~”로 시작하며 실수를 했다고 이야기하자, 경비 중인 군인이 아주 쿨~하게 도와준 것! 물론 신분증과 운전면허증은 확인했다.
하와이 렌터카 여행 중 고속도로 출구를 잘못 빠지거나, 주차장 입구를 놓쳤다면 다시 한 바퀴 돌면 된다. 나처럼 군부대로 잘못 들어갔다면 양해를 구하고 다시 나오면 된다. 당황할 수 있지만, GPS가 곧 새 길을 알려 줄 테니 따라 움직여보자.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길을 잃으면 아무도 답을 알려주진 않지만, 적어도 운전 중에 길을 잃으면 GPS가 있지 않은가!
처음 방문한 나라에서 운전은 어려울 수 있다. 그게 당연하다. 하지만 ‘안전하게’, ‘천천히’라는 정석만 지킨다면 운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2018년 렌터카 이용률 1위 여행지가 하와이이다)
와이키키에서 가장 저렴한 주차장 ▶
호놀룰루 동물원 주차장 Honolulu zoo parking(시간당 1.5$, 밤샘 주차 가능)
알라 와이 스몰 보트 하버 주차장 Ala Wai Small Boat Harbor(시간당 1$, 밤샘 주차 가능)
주차 Tip ▶
① 기계를 통해 시간 선택 및 결제 후 영수증이 나온다. 이 영수증은 반드시 차량 내 운전석 대시보드 위에 올려둬야 한다.
② 일부 기계는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두면 만료 시간 20분 전 문자로 알림을 보낸다. 만약 추가로 더 주차하고 싶다면, 문자로 원하는 시간만큼 추가 요청할 수 있다. 단 0.25$ 추가 차지 부과된다.
이웃섬 주차 ▶
빅 아일랜드, 마우이, 카우아이, 라나이, 몰로카이 내 주차는 오아후보다 쉽-다. 무료 주차할 수 있는 곳이 대부분이고 쇼핑몰 주차장도 잘 갖추고 있어 주차장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빅 아일랜드는 화산 때문에 좀…….”
2018년 빅 아일랜드의 가장 핫이슈는 다름 아닌 ‘킬라우에아 이럽션(Kilauea eruption)’이었다. 누군가는 이 폭발로 생활터전을 잃었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던 몇몇 관광 스폿은 없어졌다. 누군가는 평생 볼까 말까 한 화산을 만나기 위해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누군가는 여행의 발걸음을 돌렸다.
김영하 작가도 카우아이, 마우이는 여행했지만, 빅 아일랜드는 가지 않았고, 인플루언서 A 씨도 올해 초 신혼여행 시 빅 아일랜드를 제외했다. 이들이 빅 아일랜드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지난해 화산 폭발 때문이라고. 나는 작년에도 올해 초에도 갔다. 물론 2018년 방문 때는 터지기 직전이었고, 2019년 방문 때는 용암을 내뿜던 ‘푸푸오오’의 활동이 멈춘 안전한 시기였다(‘푸푸오오’가 활동을 멈췄더라도 다른 곳에서 활동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빅 아일랜드=화산국립공원’이라고 할 만큼 하와이 방문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 1위다(2016년 미연방 정부 자료). 사실 지난해에는 킬라우에아 화산 분출로 관광 산업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용암 활동으로 인해 위험하다면 위험할 수 있지만, 빅 아일랜드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활화산이다. 언제고 화산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곳 말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위험한 건 아니다. 365일 24시간 과학자와 연구원들이 체크하고 있으며 정확한 데이터에 의해 안전이 확보된 지역만 개방한다. 안전 과민증은 있을지언정 안전불감증은 없다.
2019년 여름, 빅 아일랜드는 아주 평화롭다.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재개했고, 붉은 물결이 무섭게 흘러대던 길목에는 새로운 생태계와 비치가 만들어졌다. 정비된 길 위로는 빅 아일랜드를 찾은 방문객들이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혹시, 지난해 킬라우에아 이럽션(Kilauea eruption)의 영향으로 빅 아일랜드 여행을 주저한다면, 당신은 정말 ‘빅’ 한 것을 놓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안전이 확보된 곳, 그 선만 지킨다면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장면을 마음에 담고 올 것이다.
글+사진=박성혜. 하와이 여행 가이드북 <오! 마이 하와이>를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