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태리에서 산책을 고민할까?

20190917

by 셩혜

출장을 온 후 평균 밤 10시 전에는 잠자리에 누웠다. 자발적이라기보다 몸이 원했다. 어제는 오후에 잠시 숙소 들어와 쉬었더니 몸의 긴장이 덜했는지 11시가 넘어 하루를 마무리했다. 고작 한 시간 정도 차이인데 그 이상으로 느껴지는 건 뭘까.

어김없이 기상 시간은 7시. 몸이 무거운 건 여전하다. 핸드폰을 켜니 지인들의 카톡창이 기다렸다는 듯 알람처럼 울린다. 창문 앞에 앉아 산책을 나갈까, 말까 고민 중이라니 한국에서 ‘왜 이태리에서 산책을 고민하냐?’, ‘이태리에서 산책 고민하는 이 럭셔리함!!’이라는 등의 답이 왔다.

그래. 나는 럭셔리한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숙소에서 나와 산마르코 광장으로 향했다. 다리를 4개 정도 건너야 하는 데 이곳은 늘 사람이 들끓는다. 한 번에 지나갈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곳이다. 시간의 특권을 이용하니 복잡한 이 다리들도 한결 수월하다.

탄식의 다리를 볼 수 있는 Ponte della Paglia를 건너는 데 스냅 촬영에 나선 커플들이 속속 눈에 들어온다. 인파를 피해 커플들이 선택한 시간이 아침 이리라! 산 마르코 광장으로 들어서니 촬영에 나선 커플은 더 많았다. 새하얀 드레스와 정장 차림의 이들은 보는 이도 설레게 한다.

사실 한국에서 출발 전부터 공허한 산마르코 광장과 한적한 리알토 다리를 담아보겠다고 다짐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아침이다. 도대체 몇 시에 나서야 하는 걸까? 비둘기 떼가 아침부터 공격해 잠시 몸을 움츠린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았다. 크고 작은 카메라를 들고 나온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곳이 관광 명소라는 점은 한낮이 아니라 아침에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영업을 앞둔 곤돌리에는 곤돌라를 청소하느라 바쁘다. 하늘은 구름 한가득이지만, 이 구름이 커플의 달곰함을, 관광지의 활기참까지 감출 수 있으랴! 숙소 앞까지 오니 기다렸다는 듯 남편이 창문을 열며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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