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9
자르디니 카스텔로 공원(Giardini di Castello) 쪽으로 산책을 나섰다. 잘은 모르지만, 쭉 뻗은 이 길은 아마 베네치아 본섬에서 산책하기 가장 좋은 길이 아닐까 싶다. 도로 간격도 꽤 넓어 누군가 부딪힐 일도 없고, 정비도 잘 되어 있어 걷기도 좋고, 운하를 끼고 거니는 길이라 볼거리도 적당하다.
오늘 아침엔 유독 낚시에 나선 사람이 많다. 평소엔 한 명씩 드문 드문 외롭게 있더니 오늘은 다섯이 넘는다. 뭔가 잡았나 보다. 산책 나서자마자 이런 행운이!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빼내는 게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다. 무슨 고기냐 물으니 “오라떼”라고 외친다. 사전을 찾아보니 돔이라는.
베네치아에서 최고로 익숙한 길이지만, 오늘은 공원을 지나 또 다른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드넓은 바다에 땅을 일군 불굴의 사람들이 사는 이곳엔 나무가 많은 공원이 그리 많진 않다. 카스텔로 공원은 그래도 큰 규모에 속한다. 공원은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공원에 중앙 전시관과 여러 국가관이 둥지를 튼다. 한국관도 그중 하나이다. 아직은 오픈 전이라 한산하다.
푸른 나무 숲 사이로 빠-알간 의자가 많다. 언제 어디든 앉을 수 있는 곳이 이렇게 많다니 너무 좋-다하고 속으로 외쳐본다. 길도 모르면서, 하지만 모든 길을 통한다는 지론을 가진 나로선 우르르 사람들이 움직이는 쪽을 따라 걷는다. 곳곳에 비엔날레를 안내하는 간판이 있다. 현지인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진 않지만 온 세계 미술인은 이 행사에 시선을 모은다. 한 때 미술계 종사했던 나로서도 비엔날레 기간 중 베니스를 방문해 각국의 전시와 기획전을 볼 수 있다는 건 꽤 흥미롭다.
사람들이 공원을 지나 출근을 하고 등교를 하는 일상이 좋아 보인다. 공원을 돌아 나오니 사람 소리가 유쾌한 음악처럼 들린다. 배에서 마트에 진열할 물건을 내리고, 과일 가게 아저씨는 매대에 물건을 진열하느라 바쁘고, 잡지 가게 아저씨도 한 손에 담배 한 개비 들고 신문과 잡지를 정리한다. 단골손님인지, 동네 주민인지 큰 소리로 차오(ciao), 본 조르노(buon giorno)하고 인사를 나누며 웃는다. 이 상황에 낄 수 없는 외국인은 커피 한 잔 사러 간 카페에서 본 조르노라고 크게 인사한다.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주제 ‘흥미로운 시대에 살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은 비단 미술전 주제를 너머 오늘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도 그렇다. 이 모든 게 낯설지만 기분 좋고 하나하나가 흥미로움이다.
그나저나 하루 사이 바람이 꽤 차졌다. 재킷을 걸친, 두툼한 점퍼를 입은 주민들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