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부재(不在)의 존재(存在)

결핍과 상실의 역설

by 이도
如果爱情也有流通期限,我希望是一万年.
만약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랑이 만년이었으면 좋겠다.
— 영화 〈중경삼림〉


영화 속 대사처럼,

대부분의 사랑은 상처 주지 않겠다는 다짐과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약속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선명한 사랑의 시작은 그 자체로 하나의 착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기에

사랑 또한 시작부터 이미 ‘부재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이데거가 말했듯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이라는 부재를 향해 걸어가는 존재이며,

그 유한성을 자각할 때 비로소 순간이 선명해진다.


불교의 무상(無常) 또한 모든 관계가 순간의 인연일 뿐

영원히 붙잡아둘 수 없음을 일깨운다.

우리는 영원을 약속하면서도,

결국 사라짐이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말한다.

“당연히 우리는 서로를 상처 입힐 테지. 하지만 이것이 바로 존재의 조건이야.

봄이 된다는 것은 겨울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의미해.

존재하게 된다는 것은 부재의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을 뜻하지.”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언젠가 서로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일이다.

누군가의 ‘존재’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사람이 ‘부재’할 가능성까지 함께 품는 일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설렘과 함께 희미한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 사람이 언젠가 떠나면 어쩌지?’

‘이 감정이 무너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두려움은 사랑의 반대가 아니라 전조(前兆)다.

상대가 소중해질수록,

그 존재가 나의 세계에서 사라질 가능성 또한 더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상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떠나고 난 뒤에야 깨닫게 된다.

사랑은 결국 ‘부재할 수 있는 존재’를 그 순간 받아들이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존재의 본질은 결핍을 감수하는 데 있다.

언제든 부서지고 사라질 수 있음을 알기에,

서로를 향해 나아가고 눈앞의 순간을 붙잡는다.


상처와 부재의 가능성을 받아들일 때,

순간은 비로소 영원이 된다.

사랑은 상처가 없을 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감수할 때 비로소 깊어진다.


“如果爱情也有流通期限,我希望是一瞬之永遠.”
만약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는 그 유통기한이 ‘한순간의 영원(一瞬之永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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