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여린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습니다.
만약 그 바늘 끝이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합니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신영복, 〈떨리는 지남철〉
인생의 여정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늘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 앞에서 두려움과 불안 속에 흔들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떨리고 흔들릴지언정
나의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일이다.
끊임없이 떨리며 걸어왔던 지난해의 나에게 애틋함과 대견함을 담아 위로를 건네고 싶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여정에서 또다시 흔들리며 나아가게 될 나에게도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오늘의 일몰 속에는 이미 내일의 일출이 있으니.
“새해에 특별한 기대를 걸지 않겠습니다.
새해를 마치 처음 태양이 뜨는 날처럼 맞지도 않겠습니다.
새해에 갑자기 더 나은 사람이 된다거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는 망상도 접겠습니다.
돈을 많이 번다든지, 건강이 넘치기를 바라는
터무니없는 꿈도 꾸지 않겠습니다.
다만 새해에는
잘 보고, 잘 듣고, 잘 말하겠습니다.”
12년 전, 어느 시상식에서 들었던 김창완 아저씨의 말처럼,
새해를 밝히며 떠오르는 해 앞에서 새롭고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 날을 특별한 출발점으로 여기지도 않았고,
하루아침에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선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곁에 있는 것들이 너무 급하게 사라지지 않기를.
아무 말 없이, 예고도 없이 훌쩍 떠나가지 않기를.
부디 이 평범한 나날이 조금 더 천천히,
오래 이어지기를 바랐다.
“원칙은 큰 일에나 적용할 것.
작은 일들에는 연민으로 충분하다.”
— 알베르 카뮈
어른이 된다는 것, 나아가 더 나은 인간이 된다는 것은 모든 상황에 원칙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일이 아니라, 어디에서 원칙을 세우고 어디에서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를 구분해 낼 수 있게 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작고 사소한 일들 앞에서
지나치게 엄격하고 과민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별것 아닌 일들에는 너른 마음과 연민의 태도를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