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 배달의 민족은 가라! 직접 요리하는 혼술 안주의 정석
히데코의 사적인 안주교실 : 혼술 ! 배달의 민족은 가라! 직접 요리하는 혼술 안주의 정석
코로나로 인해 많은 주당들이 불가피한 혼술 세계에 입덕했다.
“술”이라는게 원래 여럿 모여 왁자지껄 이야기 나누고 침 튀기며 논쟁도 좀 하고 친한 사이끼리 주정 피우는 맛인데 꼼작 없이 눈 앞 탁자 안에 갇혀 홀짝 마시니 영 마뜩찮다.
세상 이치는 양 면의 칼. 한 두 번 횟수가 증가하니, 어라? 장점이 고개를 하나 둘 내민다.
혼자만의 쪼르륵 세계에서 이 생각 저 생각 방랑하는 사고는 발전을 거듭하여 깊이있는 사색에 빠지기도 하고, 막간을 이용한 취미에 새로 눈을 뜨기도 한다. 배우자나 성인이 된 자녀와의 술자리가 즉석에서 이루어지며 가족 간의 새로운 소통 문화가 끈적하게 맺어지기도 한다.
집 밖에서 흥청망청하며 의미 없는 시간 소모전만 벌이는 이들에게는 어쩌면 콜럼부스의 신대륙이라고 외쳐도 좋을 법하다.
주변 인물들 썰 푸는 소리에 귀를 살짝 열어보니, 새로운 술 마시기 문화가 잔잔한 유행의 유람선에 올라타 있음을 알 수 있다. 맥주 한 캔에 철학책 페이지를 넘기는 친구도 있고, 술 먹을 때는 유튜브 삼매경에 빠지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넷플릭스로 극장을 갈음하는가 하면 화상통화로 연결해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적극적 소통파도 실제 존재하더라.
그 뿐인가!
단 둘이 가볍게 먹어도 5만원 정도 훌쩍 넘어가는 술값이면 혼술에서는 안주의 질과 양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술 자체보다 안주발 들이미는 미식가들에게는 오히려 더좋다, 군침 당기는 결과다.
편하게 배달 음식 주문하는 거야 비용 절감이 느껴지기 어렵지만 약간의 요리하는 수고로움만 들인다면, 가격 효율성은 만족스러운 수준에 다다른다. 밖에서 마음 편하게 사 먹기 쉽지 않은 등심 스테이크 A++도 마음껏, 회도 양 많이.
주류 비용 절감은 기본이다. 한 번 먹을 돈으로 두 번 먹을 수 있다면 이 또한 애주가들의 소소한 행복 아니겠는가?
대형마트에 나가봐도 변화의 물결을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
코로나 이후 혼술족을 위한 파우치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원래 자주 구매하던 만두는 자리가 축소되고, 남은 자리를 돼지껍데기, 소막창, 근위 같은 술안주용 가공 식품이 채우고 있다. 이 역시 가격대는 만만치 않지만 밖에서 사먹는 비용과 비교해보면 경쟁력이 있다. 밀키트는 혼밥족과 혼술족을 동시에 겨냥한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어쩌면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번거롭게 밖에서 술에 취한 모습보다는 자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조용한 맛을 음미하는 혼술이 더 편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출판 시장에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보인다. 에어 프라이어라는 막강한 조리도구의 보급으로 냉동식품을 가볍게 안주거리를 뚝딱 만들어내는 시대에서 요리라는 거창하지 않은 작은 행동만으로 풍성한 술안주를 만들 수 있는 확장시대가 열린 셈이다.
연희동에서 “구르메레브쿠헨”이라는 대기줄이 끝도 안보이게 늘어선 인기 만점 쿠킹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요리 선생님 히데코는 사적인 취향이 가득하지만, 익숙해지면 누구나 술 한 잔 하다가 부족한 안주를 바로 만들어낼 수 있는 레시피를 선보이며 혼술의 풍요로움과 여유를 소개하고 있다.
냉장고에서 부스럭거리며 남은 재료들을 꺼내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한다는 책소개의 바램과는 달리 꽤나 준비가 필요한 요리들이긴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맛집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요리법이 소개된다.
라면 하나 끓여 먹을 때도 냉동 새우와 바지락 몇 개 집어넣고, 파를 손으로 찢어서 넣으면 풍미가 10배는 올라가는 기적을 체험해본 사람이라면 책에 소개된 다채로운 안주들의 화려한 비쥬얼에 지레 겁 먹지 말고 맛난 재료 듬뿍 집어넣고 맛난 안주로 탄생하길 기대하면 되겠다.
책 서두에는 폼나는 혼술템 8가지와 술안주템 8가지가 스페샬하게 소개된다.
쯔유 / 감태/ 튜브 명란은 집에 없으니 한 번 갖춰보려 한다.
첫 페이지부터 먹음 직한 오징어 게임이 시작된다.
멋진 사진과 유명쉐프 요리점 입간판 스타일의 폰트로 휘갈긴 요리명 옆에 어울리는 술이라고 적힌 작은 말풍선에 눈길이 먼저 가는 신기함.
요리법은 꽤나 간편하다.
사실 냉장고에 재료만 있다면 책장을 넘기다 부엌으로 뛰어가도 될 정도다. 당연히 책에 나온 그대로 따라해봐도 상당한 시간의 경험이 쌓여야 자기 자신 뿐 아니라 가족에게 대접해도 인정받겠지만.
“참치 낫토 포케” 같은 요리는 냉동고에 고요히 잠들어 있는 참치횟감을 꺼내서 만들어볼만 한데, 낫토가 없다. 책에서 요리를 점 찍었다면 주말 장보기에 집사람 부탁을 해야한다. 참치야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풋고추와 곁들여 먹음 매콤함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옥수수 간당 버터 볶음”은 당장 만들 수 있는 요리다. 간편하고 재료도 어렵지 않다. 보통 냉동 치킨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맥주 한 캔하는데 약간 모자라다 싶을 때 바로 식탁에서 일어나 주섬 주섬 만들 수 있는 간편 요리다. 이 정도의 레시피는 솔로족들에게도 밥 반찬으로 범용적으로 사용가능하다.
충격적인 레시피는 “무전”이다. “무”를 전 붙여 먹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데. 심지어 조리법도 간단하다. 무가 해독작용에도 좋다고 저자는 꼭 안주 목록에 넣으라고 추천한다. 막상 요리를 했을 때 맛이 있을까라는 의심도 들지만 부드러워진 고등어조림 안의 무를 떠올리니 군침이 사르륵.
“토마토 참치 바질 소면”도 꽤나 흥미로운 요리였다. 스파게티면에 아울리는 재료들인데 면만 소면으로 바꾸었을 때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해진다. 냉장도에 남아있는 소스가 약간 지겨워질 때 면을 바꿈으로 색다른 안주로 재탄생하는 레시피다.
참치 캔을 집어넣는 것이 맛의 풍미를 높이는데 키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단골 일식집에서 마무리로 먹던 “오츠즈케”. 집에서 한 번 꼭 만들어 먹으려고 했는데 한 번도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레시피도 어렵지 않고 장아찌만 준비되어 있다면 술자리를 마무리하는 식사 대용으로도 훌륭한 요리이다. 냉동실에 있는 연어 스테이크를 반토막만 에어 프라이어에 살짝 돌려 얹어 먹어도 훌륭하겠다.
요리책은 읽다보면 침샘이 자극된다.
한번에 다섯 요리 이상 읽으면 곤란하다.
위산도 과다 분비되어 속이 쓰릴 수 있다.
술 안주라고 생각하면 술까지 댕기지 않을까?
위험한 책이다.
실행하기에 꽤 쉬운 방법을 제시하여 오늘 저녁 당장 술을 먹겠다는 다짐을 세운다.
깔끔한 요리와 레시피가 실감나는 사진과 함께 소개되는 멋진 요리책으로 살찌는 혼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