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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Mar 15. 2022

[서평] 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

일본의 매력적인 일상을 기록하는 에세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웃나라

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 : 일본의 매력적인 일상을 기록하는 에세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웃나라의 정겨움




코로나로 여행산업은 풍지박산이 났다.

여행 계열사가 하나 있는데 전화통화도 힘들다. 직원의 2/3가 집에 갔다.

2백만원 여행상품권을 포상으로 받아 제세공과금까지 냈는데, 종이조각으로 3년차에 접어들었다. 5년이 지나면 휴지조각이 되는데 그 전까지는 제 역할을 기대한다.


해외여행을 자주 가지는 않았지만 랜 선 여행 덕에 예전에 가보았던 지역을 추억에 물든 머리 속으로 보듬어 보기도 하고, 한번 꼭 가리라 마음먹었던 도시의 뒷골목은 기약은 없지만 다짐을 한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

몇 번 가본 게 전부이긴 하지만, 과거 역사의 굴곡이 무색하리만큼 개인적인 인상은 즐거움이 가득했다.

흐트러지게 피어 있던 수 변 벚꽃이 그러하고, 임진왜란의 원흉이 기거하던 궁을 에워싼 해자의 모습에 신기한 눈길을 가득 보냈다.

일행과 떨어져 혼자 신주쿠를 돌아다니며 중고 레코드 샵인 “북 오프”에서 학창시절에는 구하기도 어려웠던 명반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한시간 동안 꼭 사고 싶었던 음반을 고르고 고르던 기억도 난다.


메이지 유신 이후, 조선이 따라가지 못할 고속 성장을 이루었고 동양 유일의 제국으로 성장했던 그들.

원자탄 두 발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이웃나라 한국에서 벌어진 전쟁 덕에 기사회생 했던 일본인들은 “경제 동물”이라는 다소 치욕스러운 무시를 당하면서도 세계 2번째 경제대국의 쾌거를 이루었다.

영광은 과거의 시간이 되었고, 지금은 너무 빨리 늙어가고 있는 핫바지로 보일 정도로 위세가 약해졌다. 물론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그들은 분명 저력이 있는 민족이고 언제 우리 등에 칼을 꽂을 지 모른다. 수많은 역사의 길목에서 우방이기 보다는 적으로 규정되었다는 기억을 되새김해야 한다.


정치/군사적 대립관계를 잠깐 내려놓는다면 백 년이 훌쩍 넘어버린 선진국의 유산이 문화와 생활에 깊이 뿌리박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문화의 힘은 자양분을 통해 융성해지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향기로 주변을 감돈다.

국가로서 그들은 미워하되, 사람으로 미워할 필요는 없을 지 몰라, 규정한다면 어불성설일 지 모르겠지만 분명 그들이 가꿔 놓은 생활의 아름다움은 한국인들에게는 매력적인 산물이며 좋은 것들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자세도 필요하다.

일본에 관련된 책을 출판하는 사장님인 저자가 일본에 거주하고 그들과 비즈니스, 생활을 영유하며 내놓은 에세이 집은 여러가지 친근한 키워드 속에 소박하지만 일본인 특유의 감성이 묻어 있는 생활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있다.

짧은 일정의 여행을 다녀왔더라도 공감할 내용들이 많고, 특히 저자 본인의 생각 뿐 아니라, 인용을 통해 다른 작가들의 소고를 소개하기도 한다.

유통현장 벤치마킹을 위해 도쿄에 둘렀을 때, 백화점, 대형마트, 쇼핑몰을 중점적으로 관찰했었다. 

‘나카쇼쿠(中食)’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완제품 된 도시락, 고로케, 반찬 등 다양한 식단이 조리코너에 가득 찬 모습에 꽤나 놀랐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밥 해먹기 번거로운 솔로 족을 위해 햇반이 중요한 상품이 되었지만, 일본의 경우 동네 수퍼에 가도 갓 지은 밥만 담아 팔기도 해 꽤나 신기하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각종 튀김류나 덴뿌라도 먹음직스러웠고 다양한 초밥들도 군침이 돌게 했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데파치카 (백화점 지하의 식당)”를 인상적으로 소개한다. 사실 우리나라도 일본 백화점을 그대로 모방하여 지하 1층에는 주로 유명 식당으로 채워 놓는다. 예전과 달리 전문식당이 들어서고 지역 유명 맛집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입점하는가 하면 디저트류가 과거에 비해 많이 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굳이 오다큐 백화점까지 가지 않더라도 서울 주요 백화점에 들리면 맛으로 승부하는 요리사들과 대면할 수 있다.

“스윗츠 Sweets”라고 디저트에 진심인 그들의 애호는 아직 국내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영역을 넓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싫던 좋던 이웃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문화는 자연스럽게 소개되는 법이다.

그에 비해 “규동”은 아직도 국내에 정착하지 못했다.

“요시노야”가 국내에 야심 차게 상륙했지만, 일단 무조건 섞어 먹는 국내 식습관 덕에 그저 그런 일본음식 취급을 받으며 지금은 몇몇 프랜차이즈만 힘겹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도쿄 외곽 요시노야에서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소고기 덮밥을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지금 정도라면 다시 한국 상륙을 도전해볼 법한데 아직 시장성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다시 방문할 기회가 된다면 고서적이나 중고서점들을 방문해보고 싶다.

다이칸야먀의 츠타야나 시부야의 북오프의 현장도 짜릿했지만, 정통 일본의 서점들도 구경해보고 싶다.

지금은 라이프스타일과 커피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구조이지만, 순순한 종이로 채워진 공간을 다시 만나는 느낌은 많이 다르지 않을까?

하네다 공항을 통해 귀국할 때는 면세점이 작은 편이라 마땅하게 선물을 고르기가 마뜩잖았다.

일본 사람들이 여행이나 출장을 갔다 올 때 특산물 같은 선물을 사오는 “오미야게”를 책에서 소개하는데, 주로 과자 같은 먹을거리가 많다고 한다. 가격도 부담 없고 받는 사람도 즐겁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항상 도쿄 바나라를 사들고 온다.

국내에서도 꽤나 유명하고 맛도 좋으며, 유통기한이 짧은 편이라 국내에서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적격이다. 바나나 향과 부드러운 카스테라의 살살 녹는 맛을 조만간 다시 맛볼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반감 속에 숨어있는 친근감은 국내의 정서와는 닮아 있으면서도 이국적인 체취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교묘한 정체에 믿음감이 떨어지면서도 웃는 얼굴에 같이 웃음 짓게 되는 것은 같은 사람으로의 동화일까?


도쿄, 오사카. 일본은 분명 매력적인 문화가 가득한 공간이다.

우리가 배워야할 좋은 점이 있다면 악착같이 빨아들여 우리의 색감을 집어넣어야 하며, 언젠가 한국을 집어삼키겠다는 야욕이 고개를 쳐들 땐 완강히 대적해야 한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마음과 행동을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은 세계 모든 이웃나라들의 공통된 생존법일 수 있다. 저자가 인용되는 심훈 교수의 책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는 이렇듯 밀접한 이웃국가들의 숙명을 엿볼 수 있는 제목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의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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