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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May 31. 2021

[서평] 방콕에서 잠시 멈춤

다시 가고 싶은 방콕에 대해 미리 알아 두어야 할 것들

방콕에서 잠시 멈춤 : 다시 가고 싶은 방콕에 대해 미리 알아 두어야 할 것들

 


도시는 생명력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와 동일한 나이를 먹어간다.

오래된 도읍지인 서울은 600년 동안 수많은 영광과 절망을 영위하며 오늘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여행은 결국 도시에서 시작한다.

교통의 연결선을 타고 저 멀리 땅끝까지 가더라도 다시 돌아오는 귀착지다.

가끔은 낯 설은 도시에서 한두 달, 아니 일이 년 살아 보고 싶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잠깐 여행지에서 본 모습들과는 다른 타인들의 일상을 지켜보고 싶고 그 안에서 시간과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

결코 동기화되어 살 수 없는 이질적인 존재들이지만 번쩍거리는 대도시 또는 지역의 작은 소도시도 좋다.

태국이 좋아 태국으로 훌쩍 떠나버릴 수 있는 저자의 여유로움과 자유가 부럽기도 하지만 사실 못할 것도 없고, 실행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을 뿐이다.


여행의 즐거움 중 으뜸은 이국적인 맛이지만 바쁜 패키지 투어에서는 항상 뒷전.

태국 현지 음식에 대한 설명은 알고 있던 선입견과 많이 달랐다.

태국에 방문했을 때 관광객 대상 식당만 다닌 탓인지, 거친 쌀과 약간은 다른 풍미를 전해주는 고기와 생선들 때문에 억지로 먹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오히려 식당 조식 뷔페의 20여가지 치즈 메뉴가 마음에 들었으니.

한적한 관광지 노상 펍에서 마시던 맥주와 튀김의 풍미는 아직까지 기억에 남지만.

저자는 교수님을 모시고 쌀국수 집을 갔다가 낭패를 본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태국식 쌀국수와 베트남식 쌀국수의 차이를 몰랐던 탓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쌀국수는 대부분 후자이다 보니 맑고 개운한 국물을 선호한다.

이에 비해 태국 쌀국수는 국물이 조금 더 끈적하고 면이 다양하게 사용된다.

사실 태국 국수는 팟타이를 으뜸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홍석천이 론칭 했던 태국음식점인 "마이타이"에서 처음 맛본 팟타이는 매력적이면서 강한 향이 일품이었고 가끔 집에서 직접 해먹을 정도로 취향을 자극한 음식이다. 태국 갈 기회가 생긴다면 정통 팟타이에 맥주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태국의 서점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츠타야가 우리나라 서점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은 만큼 태국도 예외가 없다. 다만 중고서점도 꽤나 인기가 있어 저자도 자주 방문한다고 하는데, 프랜차이즈화 된 우리의 중고서점 시장이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으로 긍정적인 면이 많겠지만 중고서점의 꼬질하고 눅눅한 – 그러나 나쁘지 않은 - 향기는 맡기 어렵기도 하다. 타국에 여행 갔을 때 일반 서점은 꼭 한 두 군데 들려보지만 중고 책방을 찾는 일은 적은데 한번씩 시간 되는대로 코스에 집어넣어 그 나라의 문화의 근원을 잽싸게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야겠다.

미얀마의 유혈사태를 바라보며 민주주의를 손에 넣는다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기득권의 험악한 반발에서 끝없는 인간의 욕심을 새삼 깨닫는다.

잔인한 반인도주의적 폭력에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외쳐 대던 서방국가 어는 하나 손을 내밀지도 못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겪었던 아픔과 희생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역사의 냉정함을 깨닫는다.


세 손가락을 들어 폭거에 항의하는 경례는 태국에서도 최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아직까지 입헌 군주제로 왕이 존재하는 태국은 미얀마와 유사하게 군부가 실질적인 정치적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왕실과 군부의 관계는 상호 공생적이다.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정치적 현실의 난관은 권력 정당성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의미인 동시에 서로 공생 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드러낸다.


그동안 왕에 대한 절대적 복종과 하이소 (High Society) 기득권층에 대해 무력감을 드러냈던 국민들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항거가 시작된 이상,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들의 열망을 언제까지 무시하지는 못하리라.

코로나로 국가의 기간산업이라 할 수 있는 관광업의 몰락은 지도층애 대한 믿음을 더 한층 약화시켰다. 우려스러운 점은 기득권의 욕심은 어느 집단에서든 끝장을 봐야 되는 순간이 다가온다는 점이다.

측근의 총탄이 필요했고, 젊은이들의 죽음이 요구되었던 어떤 나라의 슬픈 현대사를 태국민들이 되풀이할까 우려스럽다.


태국에도 예외 없이 중국인들의 천국 - 차이나타운이 생겨났고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이어진다고 한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태국 현지화가 많이 된 특이한 사례인데 그러다 보니 음식의 맛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지만 어쨌든 맛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맛으로 확인해 봐야겠다.

정착한 중국인과의 혼혈이 많이 생겨났지만 태국 자체가 다민족 국가인 관계로 차별의 모습보다는 서로 동화되는 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민족에 대한 차별이 심한 편인데 우리 자신의 부정적인 선입견 문제도 있겠지만 워낙 외세의 침략에 고생을 하고 나니 외세에 대한 본능적인 저항감과 거부감이 드는 상황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단일민족이라는 깨져버린 현실에서 교육과 정치가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는 한계가 만들어낸 결과일지도 모른다.

다민족 문화에 대한 개방감과 저항감이 극단적으로 병립되는 요즘의 우리 사회를 바라볼 때, 명확한 이민자에 대한 정책과 그저 돈만 벌러 한국으로 들어와서 온갖 패악질을 일삼는 이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도 동시에 대응해야 인식이 바뀌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행을 통해 한 나라의 특징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한두 달 살아봐도 조금 더 디테일한 면을 챙겨볼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그들의 문화와 생활패턴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민을 갈 수는 없고.

책을 통해 경험자들의 사례로 한 나라를 이해하고, 여행을 통해 검증하고 체험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과정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따뜻한 시선으로 도시 방콕을 바라보는 책 한 권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사진 컷만으로도 여행가이드를 따라 도시의 이곳 저곳 살펴본 경험으로 쌓인 느낌.


여행의 중요한 이점은 우리가 친숙하게 보던 사람과 풍경들이 꼭 정답은 아니고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태도와 모습으로 자신들만의 세상을 구축해가는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깨달음을 갖게 되는 점이다. 늘 상 익숙한 모습에 안주하고 편안함을 느끼지만 조금의 불편함, 생소함 그리고 알지 못하던 일들에 대한 체감과 경험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영양소와 같다.


개인적으로 처음 방문했던 외국의 도시, 방콕.

여행지로 가는 중간 기착지였기에 왕궁이나 중요 관광지를 하루 정도 본 게 전부였지만, 처음으로 맛본 해외여행이었고 친숙하면서도 이질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아시아권의 문화가 미묘한 감정을 갖게 해주었던 기억이다.

쓰나미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던 휴양지들도 거의 대부분 복구되었으니 코로나만 조용해지면 꼭 한번 갔다 오고 싶은 도시이다. 책을 통해 얻은 다양한 그들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하고 여행을 떠난다면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는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는 설레임이 생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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