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택트> : 삶이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by 이봄





" 삶이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비선형적 시간 순서 때문에

결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이 영화 <컨택트>는 바로 그 시간성 때문에

내 삶을 이전까지와는 다른 관점으로

돌아보게 만들었다.





루이스 (에이미 아담스)




언어학자인 루이스

외계인이 보내는 신호를 해독하고

그들이 지구에 온 목적을 알아내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외계인을 만난다.



외계인에게 먼저 영어를 가르치며

그들의 언어를 채득 하는 과정에서

루이스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는데 그것은 꿈으로 나타난다.



그 꿈을 통해 루이스는 외계인이

지구에 온 목적이

인류에게 미래를 보는 능력, 즉

시간을 선형적으로 경험하지 않고

비선형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선물하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 신비한 능력으로 루이스는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해내지만

자신 앞에 놓여있는 어두운 미래까지

보게 된다.

엄청난 고통이 기다리고 있는 미래를

생생하게 느끼면서도

그것을 향한 발걸음을 되돌리지 않는

루이스의 모습은 내 마음에 깊은

파문을 일으켰다.



내 삶이 지금과 같을 줄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그래도 이 삶을 선택했을까.



루이스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이

예고되어있는 그 길을 걷는다.

그 고통을 현재의 일처럼,

이미 겪은 일처럼 생생하게 느끼면서도...



그녀의 선택은 내게 우리의 모든 경험에

내재된 빛과 그림자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별은 만남을 전제로 한다.

이별의 고통을 피하려면 만남부터

시작하지 말아야 하는데

기쁨은 그 만남 속에 있다.

아픔을 피하려면 기쁨을 먼저 포기해야 한다.

아픔만큼 생생한 기쁨을.



루이스를 보면서

나 역시도 다시 돌아간다 해도

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했다.



현실은 불만족스러운 요소로 가득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쁨 또한 그 안에

있다는 것.



지금의 내 삶은 내 선택에 따른 결과이지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내가 그 선택을 바꾸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서

운명의 힘을 느낀다.

이런 깨달음은 어쩐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실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루이스가 외계인을 만나 소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있다.



대상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야기하는 공포가 얼마나 대단한지

이 영화는 생생하게 묘사한다.



외계인이 아무런 공격성을 보이지 않음에도

그저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평상심을 잃고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는

인류의 모습은 연민을 일으킬 정도다.

그 다수에 분명 나도 포함될 테지...

우리는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모두가 성급하게 외계인의 신호에서

공격적인 의도를 파악하려고 애쓰는 가운데

루이스는 어린 자식에게 말을 가르치는 엄마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외계인을 만난다.



그녀는 선입견 없이 열린 태도로

외계인의 말을 오해 없이 제대로 알아듣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녀가 외계인과 만나는 모습은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 작품은 루이스라는 주인공이

사적인 삶과 공적인 업무의 영역 모두에서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그것을 용기있게 감당하는

모습을 통해 모성을 바탕으로 한

여성성의 위대한 힘을 은밀하게 드러낸다.









단순한 블록버스터 SF 오락 영화일 거라

생각하며 보았는데

뜻밖에 외계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를 비춰볼 수 있었다.

루이스처럼 두려움과 아픔 속에서도

의연하게 주어진 순간을 살아내고 싶다.




by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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