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봄 Nov 11. 2019

스카프





가을,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스카프와 머플러를 

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추운 날에도 목을 훤히 드러내 놓고, 

미니 스커트를 입을 수 있을 만큼 젊었을 적에는 

계절을 그 자체로 사랑했었다. 

그렇다. 겨울은 추워서 사랑스러웠다. 

가을의 낙엽은 멋스러웠고. 

지금은 예전처럼 이 두 계절을 꼭 껴안지 못한다. 

일단 몸이 부대낀다. 

해가 곧 바뀐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초조해진다. 

물론 의연하게 한 살 더 먹고 싶다. 

그러나 솔직히는 진짜 싫다. 

흥, 나이 먹는 걸 괘념치 않는다고 호기롭게 말하는 분들, 

진심입니까?

친구가 선물해준 스카프를 목에 두르며

그 애의 안부와 다정함, 무엇보다 물건을 고르는 

훌륭한 안목을 잠시 떠올리고, 

그저 칭칭 감아도 멋스러운 스카프의 놀라운 힘에 

감동하며 밖으로 나간다. 

거칠어진 바람도 썩 나쁘지 않다고 느껴진다. 

나는 이게 스카프의 힘이라고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이 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