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기스 플랜> : 쿨할 수 있는 조건

by 이봄



이 영화가 개봉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설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대가 되더라.



내가 좋아하는 에단 호크, 줄리안 무어,

그레타 거윅이 주연인 데다,

레베카 밀러가 감독을 맡았다.



레베카 밀러의 신작을 기다려 온 나로서는

들뜨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극장에 가서 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런 영화는 개봉관이 많지도 않고,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iptv에 극장 동시 상영으로 올라왔길래

이례적으로 무려 만원이나 지불하고

집에서 봤다.





존 (에단 호크)과 매기 (그레타 거윅)




여긴 뉴욕이니까,

결혼한 지 일 년 만에 아내와 뉴욕으로 온

유타 출신 몰몬교 신자를 커밍 아웃하게

만드는 그런 곳이니까, (진짜 겪은 일임)

extra ordinary 한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곳이니까

이런 사랑, 이런 관계가 충분히 가능하겠지...



요 깜찍하고 발칙한 사랑의 소동극

주체적인 여성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매기는 원래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만 낳아 기르고 싶었다.

그러다가 유부남인 을 만나는데

소설가 지망생인 그가 재능은 있으나

자기중심적인 아내에게 맞춰 살면서 자아를

잃고,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서포트해주면 그가 작가로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결혼한다.



무려 콜럼비아 대학, 인류학과의 종신교수인

조젯(줄리안 무어)은 헌신적이던 남편

난데없이 ​매기​와 바람이 나,

자신과 이혼을 하자 멘붕에 빠지지만,

이런 남녀관계와 가족관계를 인류학적 연구

주제로 삼아 새로운 책을 쓰면서

상처를 극복한다.



매기와 존의 결혼생활은 어떻게 되었을까?

매기는 존이 이전에 조젯과 살 때 맡았던

역할을 답습한 듯이,

존에게 모든 걸 맞추며 살아간다.

그녀는 말한다.

자기가 돈도 벌고, 애도 키우고 살고 있다고.



‘이건 뭔가 잘못된 거 같아...’



워낙에 낙천적인 성격인 매기는

대놓고 이런 상황을 불평하거나

문제 삼지는 않지만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존이랑 살기가 싫다.



매기는 생각한다.

내가 원래 원했던 건 아이일 뿐이고,

이런 결혼생활을 기대했던 건 아니라고.

그래서 계획을 세운다.

이 남자를 원래 부인에게로 돌려보낼 계획을.



조젯은 존을 원망했지만

그와 떨어져 지내는 동안 자신의

이기적인 태도를 반성하고

다시 그와 함께 살 마음이 있다.



그리하여 한 남자의 현재 아내인 매기와

그의 엑스 와이프인 조젯은 의기투합하여

서로의 필요를 만족시키려 한다.




매기와 조젯 (줄리안 무어)



한 남자의 현재 아내와 전처가 힘을 합치는

설정 자체는 흥미롭지만

개연성이 좀 떨어지게 느껴지는데,

배경이 뉴욕인 데다, 이 두 여자의 캐릭터가

이런 상황을 가능하고, 믿음이 가게 만든다.



매기는 낙천적이고 조젯은 냉철하다.

하지만 둘 다 중심이 잘 잡힌 사람들이다.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알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며,

상대를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성숙함을 지녔다.



그러나 내게는 무엇보다

이 둘이 경제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다가왔다.

둘 다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과

아이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실질적인

힘, 즉 돈이 있는 것이다.

(물론 존도 양육비를 포함한 아버지의

역할을 회피하는 인간이 아니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토록 쿨한 관계라는 것이

실제로는 '경제력'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

돈이 있다고 다 이렇게 쿨하게 지낼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돈이 없으면 아예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남자에게 연연하지 않는 쿨한 여자들의

기묘한 연대를 보는 것도 재밌었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부부간의 역학관계

상당히 흥미로웠다.

존은 조젯과 살 때는 보통의 가정에서

아내가 맡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조젯의 사회적, 학문적 성공을 위해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아내에게 맞춰주는 삶을 살았는데,

그러던 존이 매기와 살 때는 정반대의 입장

이 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그러니까 사람은 누구와 사느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일까.

그것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부부관계라는 것이

힘의 균형을 이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매기는 존과 살면서 희생적인 아내 역할을

하지만 그런 자신의 위치를 자각한 후에는

남편을 고쳐보려고 애쓰지 않고,

그를 원래 부인에게 돌려보내려고 한다.

이별에 연연하지 않는 매기의 태도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물론 그녀가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세상에....

한 남자와 그의 두 아내들이 이토록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니...

쿨하다 쿨해.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

영화도 시종일관 유쾌한 톤을 유지해서

재밌게 보았다.

참으로 희한한 로맨틱 코미디라 하겠다.



결혼생활의 모순과 아이러니를

위트 있게 그려내고,

남자에게 종속되지 않는 여성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역시 여자들이 이토록 쿨해지기

위해서는 여자가 남자와 동등한 경제력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혼 후에 양육비를 받지 못해서

전 남편과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워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런 쿨함은

말 그대로 영화 같은 일일 뿐.



매기 캐릭터는 그레타 거윅이 아니면

다른 누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그레타 거윅에게 딱 맞는 역할이다.

그녀가 연기해서 믿음이 가는 캐릭터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전에 노아 바움백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모든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다소 바보스러울 정도로 천진한 캐릭터와

너무 비슷해서 연기력이 확장된다기 보단

본인의 캐릭터를 단순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살짝 우려가 되더라.



줄리언 무어의 미모가 어마 무시하다.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부모가 이혼을 해도,

아이들은 잘 자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조젯의 아이들도, 매기의 아이도

애들도 참 쿨하더라....

이해심이 넘치고 사랑스러웠다.



결혼생활과 부부관계,

여성의 삶에 관해 여러모로 토론할 거리를

많이 던지는 영화다.

무엇보다 웃기고 재밌다.

코미디 영화라는 사실.




by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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