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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Mar 06.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1일차

Irun ~ San Sebastian (Donostia)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0일차

[Camino del norte/북쪽길]

Camino del Norte 823km Day-1

Irun 이룬 ~ San sebastian 싼 쎄바스띠안(도노스티아,donostia) : 28km, 획득고도 893m

북쪽길 1일차 램블러 기록

집이 아닌 곳에서는 잠을 잘 못자는 나는 이룬의 알베르게에서도 푹 자지 못했다.

하코비 알베르게를 나와 하이스키벨 산으로 향하는 새벽길

5시가 되기전부터 반쯤 눈을 뜬 채로 사람들이 준비하기를 기다렸다가 앞서 나간 사람들을 쫓아 길을 나섰다. 이곳은 희하게도 6시 40분이 넘었는데도 몹시 어둡다. 마을에 행사가 있는지 새벽부터 상당한 규모의 브라스 밴드가 정적을 힘차게 깼고 잠시 구경하다 순례자의 움직임을 쫓는다.

이룬의 새벽 여명과 풍경, 하이스키벨 산으로 가는 화살표를 찾아가는 길


랜턴으로 노란 화살표를 찾아가며 하이스키벨 산을 오른다. 중턱쯤 유서 깊어보이는 성당에서 미사를 진행하는데 사람들이 많다.뭔 행사를 하는지


Hermitage of Guadalupe 과달루뻬 성당
8시 좀 넘은 시각에 성당 미사에 많은 참례자들을 볼 수 있었다.

길찾기가 나쁘진 않았지만 갑자기 매우 가파른 산길로 안내하는데 와 죽을 맛이다. 외국 아줌마와 비슷하게 오르는데 진짜... 정상까지는 꽤 힘들었지만 사진을 찍어가며 오른탓에 그나마 좀 나았던듯 하다.

Jaizkibel(하이스키벨)산의 능선은 꽤 길고 힘들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경치는 모든것을 보상해준다.


프랑스 누나...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참 잘걷는다. 되도 않는 영어로 사진찍어주고 메일로 보내준다고 하니 나보고 참 친절하단다.


이번 순례길에는 독일 사람보다 프랑스 사람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산 정상에 말이 있어.누구의 말인가?

스페인도 캠핑카와 일반차량을 이용한 캠핑을 많이 즐기고 있었다.
산 정상부에서 만난 강아지? 개


하이스키벨 산 정상에서 남쪽(내륙쪽)을 바라본 풍경
바다와 말과 초원. 어쩐지 제주나 강원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산 세바스티안 방향의 내리막이 이어진다.

이런 느낌의 길이 북쪽길 해변 지역이 끝나는 리바데오까지 이어진다.

리바데오는 스페인 북쪽길의 마지막 해변 도시로 여기서부터는 산티아고를 향해 내륙길을 걷게 된다.

산 세바스티안 방향의 풍경

Torre. 이런 식의 탑을 또ㄹ레 라고 표기한다.  Jaizkibeleko I. Dorrea


동이 완전히 튼 하이스키벨산에서 보는 풍경은 참 멋졌다. 긴 내리막 후 Lezo라는 마을로 내려 왔는데 이길이 오피셜 루트다.

북쪽길을 9월초에 시작한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그간의 후기들을 보면 여름엔 사람이 너무 많아 숙소 잡기가 매우 어렵고 더우며, 겨울엔 우기라 사람도 없고 알베르게도 닫는 곳이 많아 힘들다고 하던데, 지금 9월은 알베르게에도 사람이 적당히 많고, 숙소도 빡빡 하진 않다. 더욱 중요한것은 날씨인데, 좀 덥긴 하지만 경치를 느끼기엔 최적이다.


하이스키벨 산의 높이는 582m 이지만 해발 0m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꽤 힘들게 올라야 했다. 능선을 완전히 통과하기 전까지 물을 구할 수 없으므로 충분한 음료수를 휴대해야 한다.


레소(Lezo)를 지나 파사이아(Pasaia)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파서 바에 들러 콜라 한잔, 그리고 마트로 들어가 파워에이드 한병... 여기까지 난 이 길이 이렇게까지 험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음료수를 더 준비해야 했다. 레소까지 약 14km를 진행했고, 남은 거리는 약 13km 정도인데 너무 만만하게 봤다.

콜라는 순례길에서 가장 많이 마시게 되는 음료중 하나다. 뽀르 빠보르 우나 꼬까꼴라 하면 준다. 보통 2유로 내외의 가격이다. 작은 병을 주기도 하고 캔을 주기도 한다.  

Pasai Donibane 마을의 바다를 낀 경치는 매우 아름다웠다.

이곳에서 1.1유로 내고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넌다. 북쪽길은 이렇게 길과 바다가 이어지고 있었다.

뱃삯은 1인 1,1유로 자전거 별도로 1.1유로.

Pasaia 방향
Pasai Donibane 방향
Pasai 방향 배 타는 곳
요트 계류장. 그렇게 큰 도시도 아닌데 꽤 부자동네인듯...

좁은 만을 따라 양쪽으로 형성된 마을은 순례자든 관광자에게든 충분히 아름다운 경치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시원하게 바다로 뛰어들어 수영하는 동네 아이.

파사이 도니바네에서 엄청난 풍경을 뒤로하고 다시 고난이...빠사이아로 가는 계단을 오르고 올랐지만 어디가 끝인건지.0m~

어디가 끝인지 모를 계단이 이어졌다.
경치하난 정말 끝장!

175m 가량의 상당히 힘든 오르막을 오른후에도 산길이 더 이어졌고 275m 높이까지 올라갔다 내려가는 길 끝쯤 준비한 물도 없이 갈증에 시달리다 외딴 빵집에 들어가 물과 쥬스를 벌컥벌컥. 도나티보란다. 프랑스 할배는 매우 멋졌고 아니 아름답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5유로 쾌척! 하지만 난 여기서 묵었어야 했다. 물과 음료를 몇잔이나 마신건지...

Twelve Tribes Pilgrims' Hostel. 기부제 숙소로 겨울에도 오픈하는 듯 하다.

도노스티아(산 세바티안) 까지는 너무 멀게 느껴졌고 탈진할것 같은 기분이.

하지만 날씨는 미친듯 좋았고,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와 초록의 대지는 더 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사진 정면의 바다와 바다 사이에 있는 동네가 올드 타운
Zurriola Playa(수ㄹ리올라 해변)
정면 우측의 산쪽에서 내려온다.
올드 타운. 해변길 보도는 타일로 장식되어 있어 깨끗하고 시원해 보인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Urumea 강  
앞쪽은 올드 타운에 있는 Udal Liburutegi Nagusia(시립도서관)과 뒤쪽의 Behatokia


누구나 어느 곳이든 길을 갈 수 있지만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길은 흔치 않다. 이곳이 그랬다. 걷는 내내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도노스티아(Donostis,산 세바스티안)은 엄청난 해변 도시였다. 그것도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해변에는 서핑을 즐기는 무리들과 선탠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토플리스가 눈에 막 들어왔다. 숙소까지는 아직 한시간. 아직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해 익숙한 버커킹에서 젤 비싼 세트로 시켰다. 배가 상당히 고팠음에도 잘 먹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감자칩은 거의 남겼다.

대략 10유로쯤 하는 스페인 부르헤르낑의 메뉴.

순례길 첫 식사를  버커킹(부르헤르낑) 으로. 화장실이 더러웠던 기억이...


7시가 다되어 La Sirena Youth Hostel - Ondarreta(유스호스텔)에 간신히 도착해 방을 배정받아 들어가보니 2층 침대 4개가 있는 욕실이 딸린 방이었다. 방에는 인도계로 보이는 캐나다인 할아버지가 영어로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고 난 가능한 짧은 말을 찾아 대답했다. ^^;;

배정받은 침대엔 다른 사람이 짐을 풀어 놓아 옆 침대에 짐을 풀고, 우선 씻고 간단히 마트에서 먹을것을 준비해 내일을 기약했다.


유스호스텔 관리인 아저씨가 주변의 식당 오픈시간등을 알려준다. 주변에 마트가 멀지 않다. 외국인 순례자들은 거의 마트에서 사다가 직접 해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일차에서 아쉬웠던 점은 산 세바스티안 대성당을 보지 못했다는 점.ㅠㅠ 정보 확인을 사전에 못한 게으름 때문이다. 구도심을 지나며 볼 수 있었는데 많이 아쉽다.



[오늘의 지출]

음료- 8유로

배값-1.1유로

숙소-25유로(아마도 유스호스텔 비용으로는 가장 많이 낸듯)

장보기-10유로

총44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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