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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06. 2024

3번째 까미노 Day2

같은 길 다른 느낌

20240404


5시 즈음 내 침대의 옆쪽에서 작은 알람 소리가 계속 울려댄다, 우리나라 여자분의 자린데... 깊은 잠을 자는지. 계속 울리는 알람 소리에 외국인 아저씨가 나에게로 와 뭐라 뭐라 한다. 알람을 끄라는 소리다. 내 핸드폰을 보여주니 그냥 간다.

더 잘 수는 없을 것 같아 화장실로 가면서 알람 울리는 침대를 봤는데 자리에 사람이 없다. 화장실에 간 모양이다. ㅋ...

자리에 다시 누웠는데 6시가 되자 통로 라인에 불이 들어온다. 강제 기상이다. 이거 괜찮은 시스템인 듯,

6시 반 출발.

깜깜하다, 22년 가을 혼자 걷던 북쪽길의 새벽은 혼자라서 좀 으스스하기도 했는데 동행이 있는 이번 길은 편안한 마음이 든다.

첫 번째 마을인 부르게떼에서 장을 좀 보려 했는데 마트가 아직 오픈전이다. 마을 도로 옆을 흐르는 배수구로는 지금도 맑은 물이 철철 흐른다. 참 물 많은 곳이다.

에스피날 마을까지 가는 길에 동쪽 하늘이 환해지기 시작한다. 빛이 환원되는 이 시간의 마법 같은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에스피날 도착 전 조금 긴 오르막 길 옆 너른 초지에서는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참 평화로운 시간이다. 

정상을 오르니 오솔길 멀리 나무숲 사이로 에스피날 마을이 보인다.

작은 호텔 바르로 찾아들어가 오렌지 주스와 까페 꼰 레체, 하몬 토스타다,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로 아침을 즐겨본다. 맛있다. 특히 하몬과 오렌지 주스.

가격도 참 푸짐하다. 2인분에 15유로라니.

순례자들이 점점 늘어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며 올라를 외치며 다음 마을에 들어선다. 마을 초입의 바르에서 콜라를 한잔 마시고 마을 중심부를 통과하는데 1800년대 지어진 주택들이 아직도 멀쩡하게 관리되고 있다. 2백 년 내외의 주택들이라니.


erro 고개까지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진다. 가끔 가파른 짧은 언덕들이 순례의 의미를 알려주는 듯하다.

하드쉘을 벗고 얇은 티 하나로 길을 전진한다.

에르로 고개에 가까워져서는 평지 같은 내리막이 이어진다.

동행 선배님은 발바닥에서 열이 많이 나나보다. 물집방지 차원에서 잠시 쉬어간다.

에르로 고개에서 수비리까지는 돌 투성이의 급한 내리막이라 스틱을 꺼내 체중을 분산시킨다. 2km쯤 이어지는 하산길 끝에 arga 강과 만난다. 멋진 아치교를 통과하면 수비리다.

보통은 이곳에서 2일 차를 마감하지만, 빰쁠로나에서 약간의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라라아소냐까지 가기로 했다. 수비리 발렌틴 바르에서 점심을 시킨다. 나는 폭립, 동행은 윙. 접시하나에 샐러드, 메인, 감자튀김을 담아서 주는 꼼비나도 쁠라또인데 가격이 사악하다. 15유로라니 게다가 음료도 별도다. 맥주 큰 잔을 추가하여 39유로를 지불했다. 아... 이거 좀 과한데...

뭐 음식은 그래도 푸짐했고 간도 세지 않아 배부르게 먹었다.

라라소아냐까지는 약 6km. 마지막 힘을 내 좁은 길을 이어 나간다. 기억 속에 이 길은 평범한 길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높지 않은 오르막들이 이어진다. 에고 힘들다.

라라소아냐 공립 알베르게에 15유로 지불하고 세요를 받는다. 2층방의 2층침대 2개만 있는 방이다, 게다가 침대는 1층을 배정받았다. 나이스~

가드도 없는 2층 침대 참 오랜만에 본다. 무서워서 못 잘듯.

동네 바르 겸 마트로 가 간단히 저녁거리와 아침거리를 사 와 침대에 잠시 누웠는데 눈을 뜨니 벌써 아홉 시가 다되어 급히 일기만 적고 그냥 계속 이어 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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