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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10. 2024

3번째 까미노 Day 5

무릎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지만 길은 더 아름답다.

지난밤에도 오랜만에 잘 잤다. 중간에 깨지도 않고.

7시 넘어 아침을 챙겨 먹고 길을 나선다. 중심로의 성당을 지나 직진하면 왕비의 다리가 나온다. 사진 몇 장 취하고 첫 번째 마을인 마녜루로 향한다.


왕비의 다리 puente la reina 뿌엔떼 라 레이나

마을을 빠져나오면 초록이 가득 찬 밀밭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한동한 평지였다가 갑자기 긴 언덕이 나오는데 제법 힘들다.

언덕 막바지를 오르는 순례객

언덕을 넘어 얼마간 진행하니 성당 종탑이 우뚝 솟아 오른 마녜루가 눈에 들어온다.

마을 중간의 바르에서 까페 꼰 레체 한잔하고 길을 이어간다. 길고 좁다란 길이 이어지는 끝에 씨라우끼cirauqui가 눈에 들어온다. 언덕꼭대기 성당을 중심으로 마을이 구성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꼭 한남동에서 이태원 꼭대기를 바라보는 모습이랄까?

마을 골목에 고냥이 두마리가 한가롭게 지나가는 여행객을 바라본다.

씨라우끼 정상부의 건물로 난 통로에 세요가 준비되어 있어 스탬프를 찍어준다.

마을끝에 유채밭이 장관이다. 서양 아줌마가 뷰티풀을 외치며 나에게도 같은 의견인지 묻듯 쳐다본다. 뜬금없는 "올라"로 대답을 대신한다.ㅋ

프랑스 길에서는 그 자취가 많지 않은 로만 로드와 브릿지가 나타났다. 2천 년의 세월을 견디며 지금까지도 순례객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모습이 경이롭다.

로만 브릿지
로만 로드와 로만 브릿지

아름다운 길은 로르까 lorca로 이어진다. 로르까로 들어가는 길이 다시 언덕이라 숨이 가쁘다.

로르까 성당을 지나니 바르의 간판에 맛집, 아이스커피라는 한글이 눈에 확 띈다.

한국 출신의 장년의 아주머니가 인사를 받아주신다. 스페인 현지분과 결혼해서 이곳에 바르를 운영하는 듯하다. 2016년에는 없었는데...

근처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무릎이 점점 아파온다.

이제 에스떼야까지는 7km 정도 남았고 그 3km 앞 마을인 비야뚜에르따 villatuerta가 가깝게 보인다.

비야뚜에르따는 조용하고 깨끗한 전원마을처럼 보인다. 마을 공원 바닥엔 잔디 대신 희고 노란 야생화가 융단처럼 깔려 있다.

마을을 흐르는 개천 위로 로만 브릿지가 산티아고 순례길로 그리고 주민들의 이동로로 사용되고 있었다. 2천 년 된 다리를 걷는 느낌은 약간의 경이와 부러움?

마을 끝에 낯익은 건축형태의 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 한옥을 모티브로 집을 지은 듯했다. 대들보와 서까래 그리고 기와라니... 나름 이곳과도 잘 어울리는 듯 보인다.

마을을 빠져나오면 에스떼야 가는 길에 Ermita de San Miguel Arcángel라는 성당유적을 볼 수 있다.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다.

길에 핀 양귀비의 붉은 색이 너무 인상적이다.

에스떼야로 들어가기 전 공원에서 잠시 쉬는데 하늘에 독수리가 떼를 이뤄 불규칙한 반복행위를 계속한다. 이런 건 또 처음 보니 신기할 뿐이다.

무릎이 너무 아파서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드디어 에스떼야 입구에 들어섰다.

예수와 12 사도가 조각된 인상적인 모습의 Iglesia del Santo Sepulcro 산또 세뿔크로 성당이 또 사진을 찍게 만든다. 새겨진 조각이 섬세해 구경하는 맛이 났다.

성당을 지나 무니시팔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8유로... 저렴하다. 2016년 아들과 묵었던 2호실에 배정받고 보니 기억이 새롭다.

알베르게 부엌의 열기구는 모두 폐쇄되어 간단히 전자레인지만을 이용할 수 있는 상태.

동네 바르로 나가 간단히 맥주에 핀초를 먹고, 저녁엔 비빔 파스타를 해 먹으려 했는데 주방 사정상 요리가 불가해 어제산 엠빠나다와 요구르트, 주스, 올리브절임으로 대신하고 하루를 마무리


오늘의 지출 - 27유로

커피 : 3유로

알베르게 : 8유로

장보기 ; 16유로

맥주와 핀초는 선배님이 : 15.6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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