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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11. 2024

3번째 까미노 Day 6

기억과는 다른 길이 당황스럽기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2024년 4월 8일 월요일

Estella ~ Los Arcos 21km

에스떼야 공립 알베르게를 6시 좀 넘어 빠져 나왔다. 아직 어둠이 짙었지만 도시의 불빛으로 랜턴은 켜지 않아도 좋았다. 무릎이 모두 아파 난 천천히 걷고 선배가 앞서 걸었다. 이제 좀 익숙해지셨나 보다.

아예기 마을에서 커피 한잔 하고 가자 했는데 모습을 찾을 수 없어 혼자 작은 호텔 바에서 까페 꼰 레체를 1.5유로 주고 마셨다.

이라체까지 가는 길은 힘들지 않은 언덕이 이어진다. 이라체 수도원의 무료와인은 아직도 운영중이지만 난 그 맛을 이미 봤었기 때문에 패스.

이라체 수도원의 모습이 너무 낯설고 새로웠다.

멀리서 본 이라체 수도원

수도원 주변은 포도밭이고 이곳에서는 이라체 와인을 생산한다. 수도원을 뒤로하고 갈림길에 들었는데 난 오른쪽의 마을이 이어지는 원래 경로를 선택했다.

다시 한번 뒤 돌아본 멀어지는 이라체 수도원이 눈에 자꾸 밟힌다.

갈림길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커다란 캠핑사이트가 있는 마을을 지나면서 밀밭이 있는 한적한 길로 들어서자 길 오른쪽 멀리 멋진 산이 풍경을 완성해준다.

구글 지도를 찾아봤지만 산이름을 알 수 없었다.

초록들로 물든 길 풍경은 내 기억속 1월의 그 길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인지.

azqueta 아스께따 가는 길

아스께따 가는 길은 오르막이 이어졌고, 마을 뒤 오른쪽에는 에스떼반 성이 꼭 바위인양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다. 분명 지나왔던 길이지만 기억속에 사라졌던 길이다.

아스께떼 bar에서 커피한잔 하려 했으나 순례자가 너무 많은 관계로 마을 벤치에서 잠시 쉬어 간다. 먼저 도착한 선배에게 이라체 와인을 받았는지 물었지만 어디가 어딘지 모르고 지나 왔다고 한다.

왼쪽 앞이 아스께떼 마을, 뒤에 성당 종탑이 보이는 곳이 비야마요르 마을

다음마을로 가는 길은 예상대로 오르막이다. 아픈 무릎으로 꾸준히 올라간다. 오늘도 한국분들이 많이 보인다.

유채밭이 고통을 줄여준다.

마을 도착 전 정상부에는 중세에 만들어진 물을 가두는 건물이 있는데, 왜 물을 가뒀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관계용수가 아닐까 싶다

오른쪽 중세시대 만들어진 저수 건물과 비야마요르의 종탑

마을 성당 뒤로 이어진 길에는 동네 점방(딱 시골 점방같은 느낌)인 Tienda 띠엔다가 순례객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아쿠아리스 한개와 포장된 작은 파운드 케익 하나를 3.7유로에 사서 순삭시켜 버렸다. 저수조에서 발을 식히고 늦게 도착한 선배에게도 1.7유로짜리 아쿠아리스  하나 드린다.

산꼭대기의 에스떼반 성과 아래의 비야마요르 마을

점점 멀어지는 Villamayor 비야마요르 마을

이제 남은 거리는 10여 km 정도고 마을이 없어 서비스 시설도 없을 예정이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광활한 밀밭과 어울어진 길의 풍경은 지쳐가는 순례객들에게 위안을 준다.

이게 다 밀밭...

도로를 횡단해 이어지는 길에는 푸드트럭이 있음을 안내하고 있다. 앞마을에서부터 잠깐봤던 여성순례자가 힘들게 걷고 있다. 양쪽 발에 물집이 있어 아픈데다가 걷기가 익숙치않아 꽤 괴로워 보인다.

몇가지 팁을 알려주고 다시 앞질러 걷는다.

꽤 세련된 푸드 트럭이 나타났지만 그냥 통과한다. 이제 5km 정도 남은 지점에 도착했는데 와우!!! 또 경치가 당황스럽게 아름답다. 분명 내 기억속에서 삭제된 풍경. 이젠 잊을 수 없겠지.

진짜 멋진 프랑스 길
잠시 쉬고 있는 선배의 뒷 모습

이제 십리 정도 남았는데 마을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고 무릎이야.앞서거니 뒤서거니 각자 나름의 속도로 걷는 순례자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하겠지.

길 오른쪽으로 성 유적이 남아있다.

언덕을 넘자 긴 내리막이 나타나면서 멀리 마을이 보인다. 아마도 초입의 일부만 보이는 듯 하다. 로스 아르꼬스 마을 중심에는 꽤 화려한 성당이 있었던 기억이 떠올라 보이는 것이 남은 전부가 아님을 깨달으며 아픈 무릎을 달래려 내리막을 거꾸로 걷는다.

내리막에서는 더 아프기 때문에 뒤로 걸어주면 좀 괜찮다.

로스 아르꼬스 중심으로 이어지는 긴 골목의 끝에 화려한 산따 마리아 성당이 서있다.

광장의 바르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다른 식당을 찾는다.

성당에서 약간 떨어진 식당을 검색해 찾아가니 동네 사람들이 모두 여기서 식사를 하는지 식사 손님이 많다. 길에서 만났던 누님들 3분과 에스떼야 알베르게 1층 침대를 썼던 아가씨가 고기 요리를 맛있게 먹고 있다. 알은체 하고 잠시 기다려 자리에 앉아 감자를 곁들인 송아지 구이와 메추리 조림을 시켜 보았다.

쁘리메로는 엔살라다 믹스타
세군도는 메추리 조림

15유로의 메누 델 디아는 이 곳이 동네 맛집임을 알려줬다. 뽀스뜨레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알베르게로 이동한다.

이사악 공립 알베르게 Isaac Albergue에 8유로 내고 인.

단체 순례중인 것으로 보이는 스페인 학생 단체 때문에 시끄러운 밤을 보낼것 같다.

갑자기 날씨가 미쳤다. 폭푸우가 친다.

오늘 저녁을 무사히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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