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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12. 2024

3번째 까미노 데 산티아고 day7

로그로뇨 대신 비아나를 선택한 것은 까미노 미라클?

2024년 4월 9일 날씨는 바람이 좀 많이 불어 추웠음

로스 아르꼬스 ~ 비아나 / Los Arcos ~ Viana 7km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 알베르게 현관문을 열고 나오다 계단 옆으로 그만 추락하고 말았다. 높이는 80cm 정도 되는데 충격이 장난 아니었다. 잠시 누워있다 부러진 곳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일어났다.

아프다. 무릎도 말썽인데...

간단히 아침 먹고 짐 싸서 나와 로스 아르꼬스 산따 마리아 성당 종탑을 바라보고 서쪽으로 난 긴 까미노를 향한다.

로스 아르꼬스 산타 마리아 성당

무릎이 아프다. 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다. 1km 이상 지속하면 통증이 좀 둔해지긴 하는데 이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언제 해가 뜰지, 혹시 일출이 멋지진 않을지 기대하며 뒤돌아 보곤 했지만 어느새 해는 구름 위로 올라와 버렸다. 그래도 날씨가 좋은 덕에 이곳 까미노의 풍경은 생동감 넘치는 칼라로 꽉 채워져 있다.

전후좌우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두리번거리고, 카메라에 담고 뒤뚱뒤뚱 걷는다.

얕은 언덕을 여러 차례 오르내리자 멀리 산솔 Sansol 마을이 보인다.

까미노에서 바라본 산솔

길이 도로에서 벗어나 밀밭 한 귀퉁이 최단거리 방향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 도로를 따라 걸으면 좀 돌아가기 때문에 만들어진 밀밭 까미노다.


거리를 줄이려고 밀밭을 가로 질럭 길을 내놨다.

산솔에서 바르에 들르려 했지만 문 연 곳이 없다. 바로 다음 마을은 산솔이 위치한 언덕 뒤에 있는데 800m쯤 돌아가야 한다.

산솔 성당에서 바라 본 Torres del Rio 또르레스 델 리오
또르레스 델 리오에서 바라본 산솔 성당

또르레스 델 리오 바르에서 까페 꼰 레체와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로 간단히 요기하고 출발하니 앞서 에스떼야에서 만났던 이름인 Iglesia del Santo Sepulcro 이글레시아 델 산또 세뿔끄로가 있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옹골차게 생겨 들어가 본다.

Iglesia del Santo Sepulcro
Iglesia del Santo Sepulcro 내부
Iglesia del Santo Sepulcro 천정 아치. 궁륭이라고도 하는데 교차하지 않은 방식의 쌓기로 중심이 마무리 되었다.

문안에 세요를 찍을 수 있고 관리자 할아버지가 한 명 있는데, 무심코 나가다가 한소리 듣는다. Paga 1 euro를 내야 했다. 입장료가 있었던 것이다. 둘이서 2유로 내고 나왔다. 치사하게 돈을 받냐 싶었지만 잘 관리되고 있으므로...

또르레스 델 리오에서 바라본 산솔 성당

이제 비아나까지는 마을이 없이 10km 정도를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걱정이다. 무릎이 점점 더 아파온다. 걷기 못할 정도의 통증을 10이라고 한다면 7 정도의 통증이 양다리의 슬개골을 쿡쿡 쑤시듯 아프다.

그래도 경치가 좋아, 구경하면서 가면 좀 낫겠지 싶어 열심히 오르막을 올라가고 내리막은 거꾸로 내려가 무릎의 부담을 줄여보려고 하지만 다시 제 방향으로 걸으면 아프다. 아 이거 로그로뇨까지는 무리일 듯싶다.

중간에 한번 쉬고 다시 아픈 다리를 달래며 걷고 있는데 저 멀리 산밑 왼쪽으로 로그로뇨가 보이고 오른쪽 아래로 비아나가 보인다. 보이긴 보이지만 이 속도라면 비아나까지도 2시간을 걸릴 듯하다.

로그로뇨와 비아나가 보인다.

비아나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지만 아픈 무릎으로는 머나먼 길이다. 기분이나 몸상태 등으로 시간의 흐름이나 거리감각이 다르다는 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우리 뇌는 에너지를 덜 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데 아플 때는 아픈 것만 신경 쓰도록 하는 게 효율적인 것인지?

비아나. 중심부에 산따 마리아 성당이 또 있다.

마을 초입에서 선배를 만나 오늘은 이곳에서 머무르기로 합의하고 약국부터 들른다. 약사에게 무릎을 짚으며 "무이 돌로르"라고 말하고 먹는 것 바르는 것 두 종류 달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번역기를 돌려 강력한 진통제라고 적은 번역기를 보여준다. 약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한다.

바르는 약은 볼따도르라고 예전에서 스페인에서 두 번 샀던 약이다. 솔직히 효과는 잘 모르겠는데, 먹고 바르면 더 나을까 싶어 사본다. 12.5유로. 비싸...

숙소에 들러 침대 정리하고 씻고 점심 먹으러 나왔다

까사 아르멘다리스라고 적힌 오래된 집의 거대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간다.

메누 델 디아 : 쁘리메로로 시킨 파스타 살라다
메누 델 디아 세군도로 시킨 칠면조 찜
마지막 뽀스뜨레로 아이스크림 까지...

16유로가 싸지는 않았지만 만족할 만한 맛과 양이어서 불만은 없었다. 특히 리오하 와인 한 병을 새로 따고, 물도 비싼 브랜드로 1.5리터짜리를 열어줘서 기분은 좋았다.


식사 후 책에서 본 산따 마리아 성당 외관을 자세히 본다.

성당 옆문 궁륭에 조각된 성모 마리아. 중세 순례자들은 예수보다 마리아에게 더 위로받았다고 한다.

궁륭에 조각된 성 마리아와 그 아래 예수가 십자가형을 받았던 순간을 기록한 조각이 장식되어 있다.

무니시팔 알베르게 앞에는 산 뻬드로 성당이 있는데 일부벽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곳은 구도심의 절벽 끝에 있는데 로그로뇨 방향으로 시야가 완전히 트여 있어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다.

산 뻬드로 성당

알베르게 방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을 정도다.

알베르게 방 창밖으로 보이는 로그로뇨 방향의 풍경

고통스러운 하루였으나 어쩔 수 없이 머물게 된 비아나에서의 시간은 까미노 미라클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 프랑스 길을 걷게 된다면 꼭 이곳 비아나 무니시팔 알베르게에서 하루 쉬어가길 강력히 추천한다.


오늘의 지출 - 총 38.9유로

아침 커피와 감자 오믈렛 : 5.4유로

성당 입장료 : 2유로(선배 지출)

점심 : 32유로(선배 지출)

약 : 12.5유로

저녁 등 장보기 : 2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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