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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Mar 10.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3일차

Zarautz ~ Deba

Camino del Norte 823km Day-3

Zarautz 싸라우츠 ~ Deba 데바 : 22km,획득고도 720m


북쪽길 3일차는 아래 기록처럼 전반적 오르막이면서 높낮이가 심했다. 북쪽길의 초반은 프랑스길의 초반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 까다로운 길이었다. 

후덥지근한 오스텔을 탈출해 해변으로 나와 길을 찾았다. 길은 해변의 도로로 연결되고 있었다.

이른아침 맞이한 싸라우츠의 해변은 완전한 쓰레기밭이다. 스페인의 민도가 우리나라보다 좀 더 낮은 듯 했다. 술을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인가 보다. 

아마도 마을 사람과 외지인들이 밤새워 서로 사랑했나보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에

 이런 쓰레기 천국이라니

해운대보다 나을 것 없는 싸라우츠 해변의 민도 수준을 보여주는 듯

많은 청소원들이 특수 청소차량과 빗자루 등을 총동원하여 해변을 다시 정리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난장판이 된 해변 상가앞 도로의 대비는 괴기스럽다랄까?. 


해변끝 왼쪽의 수도원을 지나 헤따리아로 연결된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자전거 라이더와 죠거들이 아침을 열고 있다. 북쪽 도시의 사람들은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는듯 보였다. 

일출이 특별히 아름답진 않았지만 몇번이고 돌아보게 만든다.


헤따리아로 가는 해변도로와 주변 경치. 상당히 볼만하다. 걷는데 도움이 된다.
헤따리아

싸라우츠 해변에서 헤따리아까지는 해변 산책로로 약4km 정도. 3일째는 출발해서 이곳까지는 평지라서 힘들이지 않고 걸었다. 헤따리아 입구쪽에 알베르게가 보였는데 하루 묵어갈만해 보였다. 

헤따리아 까페에서 아침식사. 토스타(토스트),수모 데 나랑하 나뚜랄(생 오렌지 주스),까페 솔로(에스프레소), 5유로

 헤따리아는 해변 휴양도시답게 아름다운 환경을 가지고 있다. 

헤따리아를 빠져나가면서 오르막이 시작되며 다시 조용한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바닷가 집 지붕 밑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과 초지 사이로 드문 드문 이어진 마을과 집을 연결하는 길이 이어진다.

헤따리아로부터 5km 정도 이런 길을 걸으면 Zumaia라는 강을 끼고 있는 바닷가 도시가 나타난다.

해발 200m 정도 높이에서 쑤마이아와 지나온 방향의 바다 풍경을 접할 수 있는 곳에 다다른다. 길은 한적하고 눈이 닿는 곳 어디라도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은 마음속에 뿌듯함을 계속해서 축적시켜준다.  

정말 날씨가 모든 풍경을 결정했다. 비가 내리고 구름이 끼었다면 그냥 회색빛 바다와 산 밖에 볼게 없는 걷기만 힘든 길이 되었을 것이다.날씨는 여행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급경사(진짜 급하다)를 내려가면 쑤마이아로 진입하는 다리를 건너 해변 공원을 따라 마을 중심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성당을 끼고있는 마을 풍경이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워 카메라를 연신 들어 올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찍힌 사진은 그 감동의 반도 담아내지 못했다. 

Zumaiako San Pedro Apostolua Parrokia 관람이 가능하니 한번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커다란 여객선의 수리도 하는 듯

쑤마이아를 빠져나오는 길은 다시 오르막인데 가파르다 내려온 것보다 더 많이 올라간다. 

이어지는 언덕위로 도시가 계속이어지다 전망 공원에 이른다.

모퉁이 집
언덕에서 내려다 본 쑤마이아
마을 너머로 해식애(崖)와 그 밑으로 만든 도로 그리고 정상부에는 지나온 길이 보인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이런 수태 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은 북쪽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쑤마이아에서부터는 계속 오르막을 올라 270m 정도를 높이는데 언덕 정상은 공원 (Elorriaga)이며 귀하고 귀한 화장실과 차량으로 만든 간이 편의점이 있다. 이곳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다시 길을 떠난다.


오른쪽 위 성당은 Ermita de -San Sebastian- Basaeliza라고 불리는 곳이다. 휴게소를 지나 1km 지나면 만날 수 있다. 

Elorriaga 전망 공원을 지나면 이곳에서 데바까지 가는 길은 해변을 따라 걷는 길과 내륙쪽으로 걷는 길로 선택적으로 걸을 수 있는데,공식 순례길은 내륙쪽이다. 해변으로 걷는 길을 발견할 수 없어 표시를 따라 걷다보니 상당히 힘든 길을 걸었다. 중간에 포도밭을 만나 슬쩍 포도 몇알을 따먹어 본다. 매우 맛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속되는 길, 게다가 날씨도 더워 가끔씩 욕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차피 건강을 위해 걸으러 온 길인데 힘들다고 욕을 할 순 없다. 그냥 힘들면 힘든대로 즐기면 될일... 하지만 힘든건 힘든거다. 


잇씨아르 itziar 마을초입까지 인적 드문 숲길을 지나와야 하는데, 그곳에서 만난 생명체중 가장 많은 기척을 느끼고 보게된건 도마뱀이었다. 도마뱀이 참 많아...아... 날파리 등은 제외하고.

멀리 높은 곳에 보이던 이름도 힘든 잇시아르 Itziar 마을에 힘겹게 오르고 나서 골목 벤치에 앉았는데 매우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어 달아오른 내 몸과 정신을 식혀준다.



Santuario de Nuestra Señora de Itziar  잇씨아르의 성모마리아 성당. 누에스트라 세뇨라는 성모마리아를 이르는 말이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식당엔 사람이 너무 많아 들어가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휴대한 음료 등으로 간단히 요기만 했다. 이 마을을 지나서도 오르막을 올라야 했으나 언덕 정상(오늘 코스중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경치와 그 길은 또 너무 아름다웠다. 


잇씨아르에서 데바까지는 약 2km 미터가 조금 넘는데, 고도를 300m 가량 낮춰야하는 매우 가파른 길이다. 스틱이 없으면 좀 힘들다. 아니 스틱이 있어도 힘들긴 하다. 그래도 아름다운 길은 몸이 입은 타격을 정신적으로 순화시켜준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목적지 Deba 또한 해변 마을이다. 마을의 높은 곳에서 중심부로 내려오는 길에는 고도차로 인해 계단 이외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마을이라니... ^^. 당연히 이용해준 엘리베이서에서 마을을 또 전망할 수 있었다. 

마실용 엘리베이터라고 해야하나?

데바의 공립 알베르게는 기차역의 2층과 3층에 있고,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조금 떨어진 여행자 안내소에서 알베르게 비용(8유로로 인상되었다)을 지불하고 체크인을 하고 와야 한다.

데바역 알베르게에서 여행사 사무소까지 좀 걸어야 한다. 
데바역 공립알베르게. 보이는 쪽 붉은색 대문으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간다. 
여행자 안내소에서 받은 침대 번호와 출입구 비밀번호

무턱대고 알베르게에 올라가면 스페인어 모르는 순례객은 당혹스런 스페인어 설명을 들어야 하는데 내용을 알 수 없다. 다행히 한국 형님이 여행자안내소에서 체크인한다고 알려주셔서 간신히 입실했다.


마트에서 먹거리를 좀 사서 벤치에 앉아 저녁을 해결했다. 이곳의 밤은 무더워 잠을 이루기 쉽지 않았다. 밖은 좀 나은데 알베르게 안은 순례자들의 열기 때문인지...

알베르게 창에서 바라본 역과 주변 풍경

3일차도 힘들었지만 무사히 마쳤다. 

오고 싶어서 왔고 걷고 싶어서 걷지만 가끔씩 현타가 올 때가 있다. 

간사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뇌는 이런식으로 현실을 회피하려 하지만 88일간의 도보 여행은 이제 3일을 마쳤을 뿐이다.  




[오늘의 지출]

헤따리아 바르에서 아침 5유로

휴게소에서 음료수 2유로와 물 1유로

데바 알베르게 8유로, 장보기 15유로(음료,과일,빵 등등)

충전케이블 8유로

총 39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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