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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Mar 11.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4일차

Deba ~ Markina Xemein

Camino del Norte 823km Day-4

Deba ~ Markina Xemein : 24km, 획득고도 896m



데바의 공립 알베르게의 밤은 더웠고, 성가신 모기 한마리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5시 좀 넘어 일어나 준비하고 6시 30분쯤 알베르게 밖으로 조용조용 나왔다. 어제 준비한 간단한 먹을 거리로 요기하고 4일차를 시작한다. 오늘은 마르키나 세메인까지 가는 것이 목표다. 전반적으로 백두대간의 제법 긴 코스 하나 정도의 난이도로 예상되었는데, 역시나 상당히 힘들었다. 


이번 순례를 준비하며 사용한 메인 앱은 gronze.com 이다. 보기도 좋고 정보도 비교적 정확해 다른 앱은 참고할 필요가 없었다. 

스페인 순례길의 필수 프로그램 그론세

크롬에서 열면 한국어 번역도 볼 수 있다. 

사용방법은 본인이 원하는 길을 클릭해 코스를 확인하고, 그 코스상의 편의시설 정보, 거리 정보등을 볼 수 있고, 알베르게나 오스뗄(호스텔),오뗄(호텔)등의 예약도 가능하다. 

스마트 폰에서도 gronze.com을 검색하면 스마트 폰의 앱처럼 볼 수 있도록 바탕화면에 바로가기 아이콘이 생성된다. 

그론세앱의 활용법은 별도로 ...


데바역사 뒤편으로 가기 위해 바다 방향으로 약간 진행한 후 좌회전하면 순례길이 이어진다. 바다를 지나는 다리를 건너 어두운 길을 나선다. 화살표를 잘 찾아보면서 진행해야 한다. 어쨌든 강(바다)를 다리를 통해 건너야 한다. 

데바 항 새벽 모습. 오른쪽 보이지 않는 곳에 데바 역이 있다. 

7시라곤 하지만 한 밤중이나 비슷하게 매우 어두운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랜턴은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물론 늦게 출발하고 해떨어지기 전에 도착하는 방법으로 걷는다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오늘 걸은 코스는 24km로 촉 획득고도가 900m 정도되는 상당히 힘든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최고 고도 522m 까지 올렸다가 다시 해발고도 0m 까지 내려가야하는 길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다. 

특히 중간지점 근처의 높은 지대는 뜨거웠고, 쉴곳이 마땅치 않았다.


다리를 건너자 마자 4km 정도 계속 오르막을 오른다. 약 350m 높이까지 오른 후 내리막을 한참 걷고 나면 다시 오르막으로 550m 높이까지 올려야 했다. 

처음 오르막을 오르면서 머리 뒤쪽의  일출을 볼 수 있었다. 

그리 아름답다하긴 어렵겠지만 매일 매일의 여명은 각기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을 뿐이니.


무거운 카메라를 잘 가지와 왔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이런 풍경을 만났을 때다.

첫번째의 긴언덕 정상쯤에서 일출을 볼 수 있었고, 더 이상 바다 풍경은 볼 수 없는 내륙방향으로 발길을 향했다. 덕분에 바다 대신 이어진 산들을 볼 수 있었다. 북쪽길의 4일차도 꽤 힘든 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에선 느낄 수 없는 그런 감성이 있다. 

오르막 후 내리막 길은 좋지만 너무 가파르면 그게 또 사람 힘들게 한다. 4일차까지의 북쪽길은 적당히의 개념이 없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힘듦이 있고 그 길에서 보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길이다. 

긴 내리막을 지나면 550m 정도까지 높이를 높이는 긴 오르막이 4km 쯤 이어진다. 

그 후로 짧은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는 매우 뜨거운 시골 산길을 지나야 했다. 간간이 만나는 순례자들의 대부분은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참 잘 걸었다. 

마르키나 세메인을 향해가는 내리막길

그늘 없는 산간 지방을 걷는게 그리 즐거울 수 없었지만, 할 수 있나? 원해서 온길이니 불평을 가지지 말고 열심히 즐겁게 걷는 수 밖에. 중간 중간 해를 피할 수 있는 곳이 나오면 퍼질러 앉아 음료과 과일등으로 수분과 당을 보충해준다. 

극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길도 아니고, 힘들기도 해서 사진도 별로 안찍었다. 무거운 카메라를 후회하는 때는 이럴 경우였다. ^^;; 

약 18km 지점에서 내리막이 시작되면 약 4km 정도 가파른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 내려와야 한다.  

오늘의 목적지인 마르키나 세메인이 내려보이는 곳에서 잠시 서서 마을의 전체적인 모습을 바라보며 쉬다가 선착순인 알베르게에 늦게 될까 다시 발을 옮겼다.

마을에 내려오면 Ermita de San Miguel de Arretxinaga 라는 유명한 천주교 유적지가 반긴다.


마르키나 세메인 초입의 마을. 내리막을 한참이나 내려가야 한다. 
Ermita de San Miguel de Arretxinaga

이 유적은 산 미구엘(대천사 성 미카엘)에게 봉헌된 곳이라고 한다.  이 지역에서는 꽤 중요한 천주교 유적인듯 하다. 


유적을 돌아본 후 아직 입장전이라 길게 늘어선 순례자 줄에 섰다. 봉사자 오스피딸레로가 1명 뿐이라 내 침대를 배정받기까지는 한시간 이상 걸린듯 했다. 재밌는 것은 한명한명 침대까지 일러주고 다음 사람 접수를 받으니 참 오래 서 있어야 했다. 

Albergue de peregrinos de Markina는 성당에서 운영중이다.

이곳은 1층 침대만 있어 다행이었다. 자리를 잡고 샤워와 빨래를 한 후 먼저 도착해 일찍 침대 배정을 받은 흥재 형님과 마을 바에 나가 간단하게 요기했다. 흔히 타파스라고 불리우는 안주 스타일의 간식(주로 바게트빵에 무언가를 올리 종류)과 함께 먹었다.  일요일이라 부식을 살 수가 없었다. 간신히 물만 구해 들어왔다. 조금 남아있는 과일과 바게트로 내일 편의시설이 없는 지역을 지날 준비를 했다.

흥재형님은 물집으로 발바닥 상태가 매우 나빠보인다.

성당의 중정. 마지막 남은 햇빛이 힘을 내 중정 벽을 비춘다. 

마르키나 세메인까지의 오늘 길은 힘들었다. 게다가 코고는 순례자와 더위 때문에 숙면이 쉽지 않은 밤이 될것 같다. 



[오늘의 지출]

중간에 뭘 먹을 곳을 만나지 못해서 

알베르게 도나티보(10유로 기부)

맥주와 타파스와 저녁으로 18유로

물과 음료 2유로

총 30유로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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