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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Mar 12.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5일차

Markina Xemein  ~ Olabe(Mendata)

Camino del Norte 823km Day-5

Markina Xemein 마르키나 세메인 ~ Olabe 올라베(Mendata 멘다타) : 18km, 획득고도 542m



마르키나 세메인의 알베르게는 성당의 1층을 알베르게로 만든 곳. 다행히 침대는 다닥다닥이지만 모두 1층 침대다. 하지만 한방에 한 20명쯤 있으니 열기가...


2016년에도 느꼈지만 독일사람 참 많다. 

어젯밤에도 9시 좀 지나 누웠지만 더워서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른다. 다만, 어제 그제 보다는 좀더 숙면을 하긴 한것 같은데, 4시쯤 눈이 떠졌고, 5시쯤 화장실로... 사무실에서는 벌써 출발하려는 이태리 장년부부가 컴컴한 곳에서 식사중이다. 빨래도 열심히 하고, 장도 열심히 보고, 몹시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6시 못되어 짐을 빼고 담배한대 증발시키고,6시 20분쯤 출발. 이룬에서 같이 출발해서 데바에서 다시 만난 띠동갑 형님 이흥재님이 먼저 출발.

도시에서 길 찾기가 애매한 경우가 있는데,Mapy 앱을 다운받아 데이터 없이도 현재 위치를 상당히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틈틈이 지도를 확인해가면서 하천을 따라 도심을 빠져나온다. 한시간쯤이나 지났을까 동이트기 시작했는데, 조그마하지만 꽤 예쁜 동네에서 띠동갑 형님을 조우. 알바하셨단다. 연세가 있는데도 매우 빠른 걸음이다. 나이와 체력은 역시 관계가 없다. 체력은 오로지 성실함과 고통을 견디는 힘을 같이 썼을 때 이전보다 좋아지는 것 같다.

 

Iglesia de Santo Tomás

계속 느끼는 바이지만, 몸에 힘이 없고 속이 쓰린 느낌이 계속된다. 당연히 힘이 너무 든다. 그래도 초반에는 평지라 어제보다는 훨씬 덜 고통스럽지만 호흡은 계속 딸린다. 유산소운동을 소홀히 한 때문일거다. 

초지(소,양,말 등등이 있다), 산속 숲길, 오솔길, 농로등을 지나고 Santo Tomas 성당에서 좀더 진행하 오래되어 보이지만 관리된 듯한 성당 건물 하나를 만난다. 이곳은 마르키나에서 7km 쯤 떨어진 Zenarruza Monastery 라는 예전 성당 수도원과 그곳에 만들어진 알베르게인데 여기까지 와서 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포장도로를 잠시 따라 걷다 왼쪽 수도원(Zenarruza Monastery) 건물로 진입한다. 

Zenarruza Monastery는 성당도 유서 깊어 보이고 알베르게도 잘 단장된듯 하다. 연간 운영되고 기부제로 운영되고 있다.

Zenarruza Monastery


전형적인 수도원의 중정 형태를 가지고 있어 안쪽에서 보면 뭐랄까 좀 더 유적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성당 내부 재단은 아름답지만 심플한 편이었고 성당 옆으로 이어진 부벽 사이에 처마를 놓았는데, 이를 이루고 있는 목재에 동물 조각을 해놓은 것이 독특해 보였다.  

성당의 옆쪽 입구와 내부의 마리아상. 중정으로 가는 통로

이 곳 수도원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길바닥에 누워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오늘 도착지는 올리바(oliba,mendeta)에 있는 알베르게 안디켓세 albergue andiketxe 라는 사설 알베르게다. 헤르니카까지 가는게 좋겠지만 컨디션 조정을 위해 짧게 끊었다. 어제 숙소에서 이메일로 예약 요청을 보냈지만 회신이 없어 그냥 가서 부딪혀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메일을 확인해보니 reserva confirma(레쎄르바 꼰삐르마,예약확정)라고 회신이 와 있다. 흥재 형님에게 톡을 보내 놓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북쪽길은 말하자면 강원도 같은 곳이라 거진 산길이다. 백두대간 산행 때 소황병산 넘어갈 때의 느낌과 좀 비슷한듯도 하고 ... 인적 드문 오솔길,농로,임도,차도,보도 등을 다양하게 접하며 걷는다. 물과 음료수를 엄청 섭취하고 있음에도 몸은 계속 마실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 500두개, 아쿠아리스 500 한개, 캔 밀크커피 1개, 무게 때문에 더 힘든것 같지만, 별수있나? 사람 보기 힘들고 가게 찾기 힘든 곳인데. 확실히 프랑스 길은 여기에 비하면 너무 편리하다.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서 다시 아래로 내력는 길인데, 중간에 목재 데크 계단이 나타난다.  한참을 내려오니 참 예쁜 마을이 나타난다. 정원을 예쁘게 꾸몄고 유실수도 가꾸고. 부자동네처럼 보인다. 




바게트빵에 호박전을 올린 타파스는 참 맛있었다. 물론 콜라도 ^^

이 길을 걸으며 길가에 달린 열매 비슷한 것들을 따먹곤 하는데 오늘도 베리(야생 딸기)같은 시큼 털털한 맛을 가끔 즐긴다. Munitibar(Gerrikaite) 이라는 마을에서 bar를 만난다. 이미 먼저 도착한 순례자들이 제법 많다. 콜라와 호박전을 올린  타파스를 받아 자리에 앉아 먹는데, 캬... 정말 맛나다.  우짤 수 없이 콜라 하나더... 하지만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그대로다. 두번째 콜라는 그렇게 짜릿하지 않았다. 스페인의 바르에서 제공하는 콜라는 캔콜라와 병콜라(상당히 작음)가 있는데, 이상하게도 병콜라가 맛있다. 느낌인가?


Parroquia católica Natividad de Nuestra Señora

충분히 쉬고 짐을 챙겨 오늘의 목적지로 향한다. 출발하자마자 오르막이다. 상당히 길다. 올라가면서 꽤 큰집 입구에 무화과나무에 익은 열매 하나가 눈에 보이길에 슬쩍 따서 까먹어 봤는데... 밍밍.

언덕을 다올라 초지와 관리를 하는지 아닌지 모를 과수원?에 달린 작은 배, 사과를 계속 바라보면서 먹고 싶다는 생각에 시달린다. 철조망 안으로 들어갈 순 없고, 소가 사과 나무 잎을 뜯어 먹고 있는 나무 밑에 떨어진 사과를 하나 집어 바지에 슥 닦아 물어본다. 과즙은 적지만 사과맛은 난다. 호두보다 좀 큰 놈인데 세번 베어물고 버렸다. 중간에 배도 하나 줏어 먹었는데 차라리 줍지 말았어야 했다. 

내리막을 한참, 다시오르막 잠깐, 내리막, 오르막, 내리막, 평지, 마지막 오르막. 힘들다...


오늘의 목적지인  albergue andiketxe 에 도착. 흥재형님은 11시 30분에 도착했다는데 난 1시 좀 넘어서 도착. 3시 오픈이라 아래 바에서 콜라 한잔 더하고, 하 오늘 콜라값 미쳤다. 6.5유로나 썼네.

2시 30분에 올라오니 접수 시작, 13유로, 저녁 12유로 내고 침대 받고, 비교적 여유있게 빨래,샤워 그리고 이렇게 일기.

힘드네...


알베르게 입구에서 휴식 중


테라스에서 바라 본 동네 풍경
건너편 산 정상 풍경에 보이는 건물

성실하지 못한 오늘의 사진


겨우 18km 쯤 걸었는데, 꽤 힘들다. 

오늘 알베르게는 사설 알베르게로 구옥을 알베르게로 개조했다. 샤워실과 화장실을 깔끔하고 2층 침대는 나쁘지 않지만 삐걱대는 것은 뭐 할 수 없는듯. 두꺼운 철근을 용접방식으로 만든 침대들을 사기엔 부담스럽겠지.

테라스에 빨래를 널어 놓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바람과 함께. 빨래를 걷고 한참 비구경을 했다. 저녁까지는 시간이 좀 있어 침대에서 멍때리다 저녁 식사. 

직접 요리한 저녁을 대접하는데 뭐 대략 나쁘지 않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식당보다는 못하다. 그래도 고기를 줘서 고마웠다. ㅋ


오늘은 대략 30유로 좀 넘게 쓴든하다.

km당 1유로를 사용하거나 하루 30유로 이하로 지출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네. 



[오늘의 지출]

바르에서 콜라와 타파스 : 5유로

알베르게 근처 바르에서 콜라 :  2유로

알베르게와 저녁식사 : 25유로

총 32 유로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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