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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Mar 14.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6일차

Olabe (Mendata) ~ Larrabetzu

Camino del Norte 823km Day-6

Olabe 올라베(Mendata 멘다타) ~ Larrabetzu 라ㄹ라베추 : 24km, 획득고도 814m


6시 20분 아직 몹시 어둡고 바람이 많이 분다.덕분에 덥지 않다.흥재 형님이 먼저 출발했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데 지난밤 너무 더워 잠을 제대로 못잤다. 5시 못되어 침대 2층에서 빠져나와 배낭을 꾸린다. 

갤럭시 s-21 울트라로 새벽 보름달이 뜬 풍경

바람이 부는 날씨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 달빛이 제법 밝지만 랜턴이 있어야 바닥을 확인하며 걸을 수 있다. 시작은 살짝 오르막 이었다가 상당기간 내리막이 이어진다. 숲길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랜턴과 mapy.cz의 데이터 무사용 위치 확인 앱을 계속 사용한다. 한시간쯤 내려왔을까 성당이 나타난다 Iglesia santo Tomás apostol 이라고 한다. 창문이 없는 양식인것을 보면 상당히 유서 깊은 성당인가보다. 이곳에서 알바하신 형님을 다시 만난다. ㅋㅋㅋ 어제 매피 사용법등을 알려드렸는데도 잠시  또 알바 하신듯. 

Iglesia santo Tomás apostol. 점점 멀어지는 산토 토마스 아포스톨


다시 숲길은 한참 걷는다. 아무도 없는 산속 오솔길을 랜턴에만 의지해 걷는것은 사실 좀 무서운 일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날이 밝아진다는 생각 때문인지 무서움은 덜하다. 나이가 오십이 훌쩍 넘었는데도 무서운것이 많다는 것은 참 쪽팔리기도 하지만 어쩔거야 무서운데. 무서운건 둘째치고 아직 적응되지 못한 몸뚱아리는 다만 힘들뿐. 한참을  내려간 후 다시 긴  오르막. 정상쯤 마을에서 잠시 길을 놓쳐 100미터 알바. 제길을 찾아 뒤돌아 온 길을 바라보니 이전 마을의 성당빛과 동트는 하늘이 아름답다.경치가 예술이다. 

멀리 게르니카(헤르니까가 표기상의 발음으로 맞는듯 한데)가 보인다.


다시 내리막 게르니카까지 내리막인데 길은 크게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시내에 진입해 바에 들러 에스프레소 Café exprés,오렌지주스 zumo de naranja,감자 오믈렛 tortilla de patata를 5.6유로? 내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도심의 아침은 경기도 성남시와 다르지 않게 바쁜듯 보이지만 바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은 우리네에서는 보기 힘든 차이점이다. 

아침식사 또르띠아 데 빠따따스 + 까페 쏠로 + 쑤모 데 나랑하 나뚜랄

등산화의 왼쪽 가죽 보강 고무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있어 생활 용품점 같은 가게가 있길래 들어가 뻬가멘또(pegamento,잡착제)를 말하고 등산화 옆을 보여주자 대번 이해하고 접착제 코너로가 이것 저것 보여준다.뭐 스페인 말이니 대강 고개만 끄덕이고 적당해 보이는 것으로 골라 계산하는데 낀세(15) 베인떼(20) 그러니까 15.2유로 라는것 같다 동전 다 보여주니 모자란 모양이다. 카드 했더니 오케이.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의 주제였던 이도시에서 난 피카소를 찾아 보지 못했다. 나에게 주어진 길을 스스로 한정지어 버렸으니까. 88일의 긴 일정임에도 왜 그렇게 여유가 없는지 모르겠다. 

 


Gernika의 풍경

게르니카는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의 그 게르니카다. 게르니카라는 그림이 그려진 이유는 스페인 내전 때 프랑코가 바스크 민족주의 혹은 공화파를 말살하고자 게르니카라는 마을을 폭격했고 이로 인해 1700명 가까이 죽고 수천명이 부상을 입었으며,1937년 6월 프랑스 세계박람회에 스페인의 현실을 알릴 수 있는 그림을 그려달라는 공화파의 부탁을 받아 그려서 전시했다고 한다.


도심을 가로질러 끄터리의 성당(Ermita de Santa Lucía de Zallo)을 지나자 다시 오르막. 오르막과 내리막을 계속하는데 전반적 오르막. 평범한 시골마을을 한참 지나며 포도 열매 좀 따먹고 무화과도 좀 따먹고,베리도 좀 먹고. 오늘은 길에 먹을것이 좀 있다.

베리류의 일종인듯 한데, 까맣게 익은 열매를 먹으면 시큼한것이 침을 고이게 한다. 그냥 심심풀이로 먹을만...

Eskerika릉 지나면서 내리막이다 다시 긴 오르막. 꽤 길었다. 정상인가 여러번 착각하게 하곤 내리막 시작. 라라베추까지 지루하고 군데군데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진다. 


헤르니까(게르니카)에서 라라베추까지 풍경

헤르니까를 빠져나오면 계속 오르막길이다. 중간에 큰 마을은 없고 외딴집들이 가끔있고,무화과 등을 심어놓은 완전 시골이다. 19km 지점까지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다 400m 높이의 외딴 고급주택이 있는 곳을 지나면 라라베추까지는 다시 계속 내리막이다. 

아마도 최 정상부에 있던것으로 기억되는 주말 별장같은 느낌의 고급주택. 순례자를 위한 집주인의 배려가 보이는 수돗가.

라라베추에 들어와 태양이 스페인임을 증명한다. 정말 뜨겁다. 노출된 살이 익어간다. 가는 길에는 바스크 지방의 독립을 주장하는 수많은 벽 낙서. 스페인 국기가 아닌 바스크기가 자주 눈에 띄인다.  민족주의 등의 정치적 이념은 참 별로다. 이것 땜에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는 게르니카를 폭격해 수천명을 살상했으니...

 

왼쪽 첫번째 사진은 Iglesia de San Emeterio eta San Zeledonio eliza. 오른쪽 끝 사진은 바스크 민족주의자들의 낙서
라라베추 동네 풍경과 알베르게(오른쪽 사진이 우체국겸 알베르게)

깨끗한 주택 담에 포도가 싱그럽게 달려 있길래. 또 훔쳐... 시다. 새까만거 딸걸 그랬다. 

숙소에 도착하니 그론세 정보(20명)와는 다르게 정원 11명 막차로 침대를 얻고 불편하게 씻고 흥재 형님 물집 치료에 도움을 좀 주고 같이 저녁. 메뉴 파는 곳이 없어 감자튀김과 닭고기 필렛에 피멘톤 곁들인 시덥잖은 음식으로 마무리. 음료하나 사서 귀환

날씨에 매우 어울리는 시원한 콜라 한잔! 
저녁식사. 닭고기 필렛과 감자 그리고 피멘톤

저녁까지 먹고 등산화 수선. 오늘 구입한 접착제를 활용해 가죽과 고무가 분리된 부위를 말끔하게 접합!!!


좀 너저분해 보이지만 매우 완벽에 가깝게 분리된 곳을 다시 접합했다. 캠프라인의 하이페리온.

순례를 위한 신발로는 트레킹화와 등산화 등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매일 20km 정도를 걸으려면 두껍고 탄성이 어느정도 있는 것이 적합하고 발목을 잡아주는 신발이 좋다. 

하지만 어떤 신발이든 본인의 발에 잘 맞으면 문제될건 없다. 프랑스 길의 경우 샌들로만 완주하는 순례자도 있긴하다.

겨울이 끼어있거나 장거리라면 발목있는 등산화를 무조건 추천한다.




[오늘의 지출]

게르니카 바르에서 아침 : 5.6유로

라라베추에서 음료 및 저녁 : 12유로

내일을 위한 장보기 : 6유로

알베르게 도나띠보 : 10유로

총 33.6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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