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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Mar 22.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7일차

Larrabetzu ~ Bilbao

Camino del Norte 823km Day-7

Larrabetzu 라ㄹ라베추 ~ Bilbao 빌바오 : 17km, 획득고도 407m

북쪽길에서 가장 큰 도시인 빌바오에 들어가는 날이다. 거리가 짧아 더 걸었으면 좋겠지만 빌바오의 유명한 구겐하임 미술관 등을 봐야한다는 생각에 일찍 도착하는 계획으로 걸었다. 

알베르게에 누운것인지 폭포 소리 요란한 계곡에 들어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밤을 보냈다. 스페인 형님둘의 코고는 소리는 그야말로 잠을 잘 수 없게 만들었다. 내가 이렇게 예민한 사람은 아닌데...

뜬 눈으로 밤을 보내다 코골며 본인은 편안하게 자고 있는 스페인 두 형님을 담아 보았다. 

아침 7시쯤의 알베르게 풍경

7시쯤 출발하니 랜턴이 따로 필요하지는 않았다. 흥재 형님은 먼저 출발. 발 바닥 상태가 엉망인데도 잘 걸으시는 듯...


레싸마 가는 길의 동트는 풍경. 진행방향의 반대쪽을 바라보며.
Bar La Modema에서 조식.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와 카페솔로와 쑤모 데 나랑하 나뚜랄

레싸마까지 오는 길은 차도 옆의 인도를 따라 걷는 길이다. 비교적 이른 아침이라 사람을 만나기 어렵지만 운동하는 아가씨와 출근하는 듯한 아가씨와 아저씨를 서너명 만났다. 중간에 공동묘지를 지나기도 했는데 이곳의 공동묘지는 그다지 무섭진 않은 느낌인데, 거진 새벽이나 밝을 때 봐서 그런것이 아닐까 싶다. 

레싸마 초입의 바르에 들어가지 않고 좀더 중심부로 걸어오니 깔끔한 바르가 눈에 띄어 야외 테이블을 잡고 아침 3종을 시켜먹는다.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에는 구운 피망과 바게트 한조각이 곁들여졌다. 

바게트는 참 딱딱하고 맛없는 편이지만 배고프고 음료가 있으면 그나마 먹을만 하다. 

레싸마 마을 알림판이라고 해야하나? 간혹 이런 동네이름을 커다란 조형물로 만들어 놓은 곳이 있다.


빌바오가 가까워 오니 여객기가 눈에 많이 띈다. 레싸마를 지나 아르테아가 산 마르틴이라는 제법 번화한 마을에 도착한다. 

싸무디오 역. 전철역인데 참 아담하다.


IGLESIA SAN MARTIN DE ARTEAGA

바로크 양식의 탑이라는데 음... 그렇다고 함. 

IGLESIA SAN MARTIN DE ARTEAGA

산 마르틴 성당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100m 쯤에서 꾸준하고 긴 오르막을 오른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사람보다는 개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곳이다. 개가 진짜 드럽게 짖는다. 스틱이 닿는 거리면 후려 패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 개색히들... 힘들고 힘들게 400m 까지 올리면 오늘의 최 정상부인 Monte Avril(아브릴 산)에 도착한다. 공원화된 이곳부터 도로를 따라 빌바오시내 방향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를 지나 해운대 달맞이 고개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듯한 도심의 산동네 끝부분에 도착한다. 이 나라는 공원에서도 공중 화장실이 없어 (아니면 찾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화장실이 잘 없다) 사람이 안보일 때 슬쩍 내적 갈등을 자연에 쏟아 붓는다. 아무래도 공원인지라 사람들이 그래도 자주 보이는 편이라 주의를 기울여 번개같이 해치운다. 

빌바오 시내의 남쪽 내륙 방향의 전경이 내려다 보인다. 

공원을 지나 도심으로 들어가는 초입은 매우 높은 지대여서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매우 좋은 조망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부터는 화살표를 주의해서 찾아야 한다. 잠시 한눈팔면  헤메기 쉽다. 길을 못찾겠으면 그냥 시내 중심부를 가로 지르는  Arvion 강까지 방향을 생각하며 걸어 내려가면 된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꼬불꼬불 잘 찾아내려오면 Begoñako Basilika 베고냐코 바실리카를 만나게 되는데, 북
쪽길에서 만나는 매우 크며, 관람이 가능한 성당을 만나게 된다. 규모가 만만치 않다. 

Begoñako Basilika

베고냐코 대성당은 기울어진 땅위에 그 기울기를 편편하게 한 후 만들지 않고 기울기를 그대로 살리면서 지은 규모가 상당히 컸다. 멀리서 보는 아름다움과 가까이서 보는 장엄함이 순례객을 오랫동안 머무르게 했다. 

내리막 길을 계속 걷다보면 빌바오 구시가지를 지나게 되는데 다양한 색상의 건물과 그 건물 사이의 골목,작은 광장,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과 기차역등 다양한 볼거리는 여행자에게 행복을 준다. 

시내 중심부로 가는 길

국물이 있는 면 생각이 간절해 검색 후 찾아온 라멘집에서 라멘,콜라,딤섬을 시켜 진짜 맛있게 먹었다. 다만 시내라 그런지 음식값(18.8유로)은 착하지 않았다. 

Restaurante Japonés - NOODLE HOUSE 양이나 품질에 비하면 가격이 비싼 편

일주일만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고 식당앞 공원에서 전자담배를 한대 피우는데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숙소는 원래 공립 알베르게를 이용할 생각이었으나 시내에서 좀 멀리 떨어져있고, 체크인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 관계로 시내의 오스텔을 검색해 예약하고 이동해 짐을 풀었다. Posthel Bilbao - Premium Hostel(25유로)이라는 곳인데 뭐 시내중심부에 있어 근처 관광지를 다니기에 나쁘지 않았다. 


구겐하임 미술관 주변 풍경. 유명한 거미 조형, 꽃으로 만든 개, 철구슬 등

구겐하임 주변을 돌아보고 아직 해가 남아있어 좀 늦은감이 있지만 산티아고 데 빌바오 대성당 보러 이동

빌바오 시내 풍경
성당건물 뒷쪽에는 상가등의 건물이 성당벽을 이용해 증축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참으로 괴이한 방식이다. 이권과 관련있는 듯 싶다.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매우 아름답기도 하지만 자연 빛을 활용해 신비스러움과 성스러움을 극대화 한다.

건물이 한번에 지어지지 않고 하나 완성되고 난 후  추가로 증측하는 방식으로 지어져 건물 양식도 다르고 색상도 다른 경우가 많은 듯 하다. 

대성당 모습

시간이 애매하게 늦어 입장료 없이 입장 시켜주어 대강 한바퀴 돌아볼 수 있었다. 정식으로 보려면 

Cathedral(대성당) + San Antón Church(산 안톤 성당, 대성당에서 좀 떨어져 있음) = 6유로라고 공식사이트에 적혀 있다. 사전 지식이 없던 나는 대성당만을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산 안톤 엘리사(San Anton eliza)는 결국 있는 줄도 몰랐기에 볼 수 없었다. 시간이 늦어 입장도 불가했겠지만...

구시가지 골목 풍경

책과 관광 블로그등에서 보았던 구겐하임 미술관을 둘러보고, 데카트론에서 스포츠 타월 1장과 반바지 하나를 42유로에 구입하고 wok 오픈시간까지 기다려 볶음밥과 해초무침을 김치삼아 폭식하고자 했지만 배가 너무불러 볶음밥은 남길 수 밖에 없었다. 

중국식당 웍에서 먹은 볶음밥과 새콤한 해초무침 그리고 콜라

여행자이기도 하고 순례자이기도 한 상황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여행도 충실하지 못하고 순례도 충실하지 못한, 하지만 난 애초에 건강을 위해 전체 일정을 잘 걷는 것을 목적으로 했으니 투덜 거릴 순 있지만 본연의 목적에 잘 맞추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스스로 자위하며 7일차 빌바오에서의 여정을 또 채웠다. 


[오늘의 지출]

레싸마 바르에서의 아침 : 4.8유로

점심 라멘 : 18.8유로

반바지와 수건 : 42유로

오스텔 : 25유로

저녁 : 14유로

총 105유로 사용. 이러다 금방 거지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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