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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Mar 26.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8일차

Bilbao ~ Pobeña

Camino del Norte 823km day-8

Bilbao 빌바오 ~ Pobeña 뽀베냐 : 25km, 획득고도 323m

7일차. 빌바오 시내를 강을 따라 길게 빠져 나가는 코스

해가 뜨기전 숙소를 나온다. 에어컨과 독립된 샤워실,화장실 그리고 별도의 공용 샤워,화장실이 갖춰진 비교적 깨끗하고 조용한 편이었던 빌바오의 숙소는 만족스러웠다. 

빌바오의 숙소입구, 레스토랑도 운영한다.

숙소를 나오면 진행방향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어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는 꽃강아지 조형물을 볼 수 있다. Guggenheim Bilbao Museoa는 스페인어 발음대로 읽으면 "국헨에임 빌바오 무세오아"로 읽어야 맞는 것 같은데 왜 구겐하임이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g 발음은 뒤에 모음 e,i가 오면 'ㅎ'발음으로 읽어야 한다고 잠깜 배웠는데 ^^;; 

새벽에 보는 꽃강아지는 집중도가 높고 사람이 별로없어 관람하기에 더 좋다.

오늘의 목적지인 뽀베냐를 가기 위해서는 네르비온 강을 따라 걷는 길과 공식루트가 있다.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싫어 8km 정도 짧은 강을 따라 걷는 길을 택했다. 새벽의 야경이 꽤 아름답다. 

Centro de Idiomas de la Universidad de Deusto. Campus Bilbao & Pedro Arrupe zubia
지나온 방향(내륙)의 도심 새벽 풍경
Bar La Vega에서 아침식사.또르띠야 데 빠따따스와 수모 데 나랑하 나뚜랄.

한시간쯤 걷다가 깔끔한 바르가 보여 간단한 아침식사의 여유를...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가 제일 무난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단백질과 단수화물 그리고 약간의 지방을 포함하고 있어서 균형잡힌 영양 섭취를 도와준다.사실은 이거 말고는 시킬 수 있는 음식이 없다. 토스트를 스페인에서는 토스타라고 하긴 하는데, 빵에 잼 발라 먹는 것보다는 감자 오믈렛이 더 좋다. 물론 고기나 햄이 들어간 종류도 있긴 할 건데 익숙한 것 위주로 먹게되는것은 어쩔 수 없는 ... ㅠㅠ

네르비온 강의 풍경. 강폭이 그리 넓진 않지만 커다란 배도 들어와 있다.

시내 중심부의 도로 옆길을 걸어야해서 신경이 좀 쓰이지만 차량 통행이 그렇게 많진 않아 빌바오의 도심을 충분히 즐기며 걸을 수 있다. 

9km 정도 걷자 Portugalete 뽀르투갈레떼가 눈에 확 들어온다. 강변의 도로는 이전에는 차도였던듯 보였고 지금은 보행자 전용 도로로 운영되고 있다. 

Andra Maria basilika가 보이는 풍경

멀리서부터 보이는 성당은 안드라 마리아 바실리카라고 하며, 좀더 내려오면 유명한 비스카야 다리를 만나게 된다. 빌바오를 기억하게 되는 두가지는 국헨에임(구겐하임) 미술관과 비쓰카이아 쑤비아Bizkaia Zubia / 뿌엔떼 비쓰카이아 Puente Bizkaia 다. 

비쓰카이야 다리 Puente Bizkaia

비쓰카이아 쑤비아는 1893년에 완공된 철제구조물에 강철 밧줄을 매단 곤돌라 위에 사람과 차량등 실어 옮기는 방식의 다리로, 지금도 곤돌라와 다리 윗쪽으로 직접 걸어서 건널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사람과 차량을 곤돌라를 이용해 운반했던 건축학적 가치가 있는 철교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곤돌라 운행 장면. 곤돌라안에 사람과 차량을 모두 실을 수 있다. 

곤돌라 대신 다리위쪽을 걸어 건너려고 했는데, 공사중이라 이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곤돌라를 타지 않고 배를 타고 건넜다. 비쓰카이야 다리 가기 전에 배를 타는 곳이 있다. 

오른쪽 건물은 Santa Clara kultur-etxea 산타 클라라 문화센터로 예전에는 수녀원이었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면 언덕에 만들어진 도심을 지나야 하는데, 꽤 가파른 길인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나에게는 더없이 도움이 되는 보행 보조 장치였다. 고마운 에스컬레이터.

빌바오 시를 빠져 나가는 길의 높은 언덕길과 에스컬레이터, 성당 유적. 그리고 파인애플은 토핑이 아니다라는 낙서

우리나라에서는 하와이안 피자라는 이태리 사람이 보면 기겁을 하는 피자가 있다. 토핑으로 파인애플이 올라가는데 스페인사람들도 이 파인애플을 토핑으로 사용하는 피자를 겁나 싫어하나 보다. 이렇게 낙서까지 해놓은것을 보면, 먹어보면 반할텐데 ㅋ. 예전에 1년 넘게 동네에서 피자가게를 한적이 있는데, 이 하와이안 피자는 하루에 한두판 이상 꼭 팔리던 메뉴였다. 

시내를 통과하자 육교인지 다리인지가 자전거 도로로 연결되어 다시 10여 km를 걸었다. 포장된 도로는 걷기에 나쁘지 않지만 발바닥엔 별로다. 한적한 자전거,보행자 도로는 마을들과 연결되었고 간간이 라이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중간 마을에서 식사를 하려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미리 준비한 음료과 과일로 대신했다. 과일이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 복숭아, 사과등을 틈틈이 사두었다가 간식으로 먹는데 제법 맛이 있다. 납작 복숭아를 한번 먹어보았는데 달고 물도 많은 것이 순례기에 자주 언급될만 하다 생각되었다. 

어드덧 바다가 언뜻 보이기 시작한다. 뽀베냐에 가까워진듯 하다. 20키로 넘게 걷고 있는 중이라 한적한 돌벤치에 앉아 등산화를 벗어 깔창도 말리고 양말도 말린다. 유튜브로 동영상을 보며 한동한 쉬어간다.

Playa del Lastron

La Arena라는 표지판의 해변 마을로 들어오자 너무나 멋진 바다 풍경이 마음을 웅장하게 만든다. 발바닥이 계속 아팠었던 것도 잊고 바르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오렌지 주스와 담배한대 피우며 잠시 풍경을 즐긴다.

Playa del Lastron

이곳에서 뽀베냐까지는 해변 데크를 따라 1km 정도 더 걸어야 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변 풍경이 정말 멋지다. 넓은 해변 양쪽으로는 언덕과 구릉이 있고 파란 바다와 하늘, 하얀 구름이 여행지로써의 해변을 완벽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Playa del Lastron
내일 아침 지나가야하는 Zamatzeko Tokiaren begiralekua 전망대?
해안 습지에 만들어진 데크길,뽀베냐로 가는 길.
Puente Pobeña & Ermita Nuestra Señora del Socorro y San Pantaleón

데크길이 끝에 Barbadun 강을 건너는 뽀베냐 다리가 있고 그 다리의 왼쪽 낮은 바위 언덕위에 Ermita Nuestra Señora del Socorro y San Pantaleón이 자리잡고 있어 종교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오늘의 길은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전반부는 도심을 통과하느라 후반부는 잘가꾸어진 자전거 ,보행자 도로의 주변 풍경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마지막은 너무 아름다운 해변과 작은 암자(성당)을 볼 수 있었던 길이었다. 아직 걷는게 적응이 되지 않아 아픈곳이 좀 있지만 프랑스길 걸을 때를 생각해보면, 하루도 편한 날은 없었던것 같다. 아마도 순례를 마치는 마지막 날까지 이렇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해변 풍경이 진짜 멋지다. 
왼쪽 사진의 성당은 Iglesia De San Nicolas De Bari

뽀베냐의 기부제 알베르게가 열리길 기다렸다가 체크인하고 샤워와 빨래 후 종교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마을을 돌아보고 저녁으로 간단히 샌드위치와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 그리고 맥주(세르베싸)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Pobeña. 기부제 알베르게.사진은 구글 펌.

알베르게는 두개의 방에 제법 많은 침대를 가지고 있으며, 주방에서 요리를 직접해먹을 수도 있다. 잠자는데 옆자리의 스페인 할배가 내 침대를 거칠게 두드렸다. 몇번이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내가 코를 골아서 그런것인지, 사실 난 코를 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코는 스페인 할배들의 몫일뿐...

아씨 나한테 왜 그러는 거냐고요 할배!!!

 


[오늘의 지출]

빌바오에서의 아침 : 4유로

뽀루뚜갈레떼에서의 콜라 : 2유로

라 아레나에서의 주스 : 2.8유로

마트 : 12유로

저녁 : 8유로

알베르게 기부제 : 10유로

총39유로... 많이 썼네... 어제 미리 준비한 간식들을 중간중간 먹었는데도 지출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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