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뚱 Mar 27.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9일차

Pobeña  ~ Castro-Urdiales

Camino del Norte 823km day-9

Pobeña 뽀베냐 ~ Castro-Urdiales 까스뜨로 우르디알레스 : 18km, 획득고도 411m

9일차는 완전한 해안길이다 경치도 매우 좋고 그렇게 힘들진 않다. 

오늘도 6시 좀 넘어 출발한다. 어제 진입했던 방향으로 다시 후진을 한 후 바르바둔 강을 건너기 전 해변쪽 어둡고 가파른 계단 방향을 찾아 랜턴빛에 의지해 길을 시작한다. 

파워풀한 랜턴의 밝기 때문에 빛이 전혀 없어도 대강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부슬비처럼 혹은 안개비처럼 어쩌면 그냥 이슬이 날리는 건지... 해안 방향의 좁은 소로로 접어들어 언덕을 좀 올라가자 바다에 접한 길이 나온다. 아직 밝지 않아 주변이 명확하진 않지만 육지의 불빛과 여명의 도움을 받은 경치가 볼만하다. 

La Arena 방향
오늘 진행 방향. 거의 바다를 계속 볼 수 있는 길.


해식애海蝕崖 위를 따라 길이 이어진다.
대체 에너지 특히 풍력 발전소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뭐하고 있는 건지...

시작부터 오르막을 오르긴 했지만 그 길이가 짧고 대신 바다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길이라 기분이 좋다.사람이 참 단순해서 별거 아닌것에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차박이 아닌 노숙하는 여행자 커플

이곳 북쪽길이 여행지라서 그런지 꽤 자주 캠핑카와 차박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차밖에서 노숙하는 경우는 처음본다. 참 부럽다.

터널 길

바위산을 뚫어 만든 터널, 꼭 갱도같은 길이 나온다. 굳이 터널을 냈어야 했나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수산물등의 운반 때문에 필요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굳이...윗쪽으로 길을 내는게 더 편할 것 같은데.

바닷가 길에서 벗어나 Ontón 온똔으로 향한다. 마을을 지나 도로를 따라 길고 높은 오르막을 오르는데 꽤 땀도 난다. 2명의 젊은 자전거 순례자도 힘들게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내리막일 땐 좋겠지만 이런 언덕은 전기 자전거 아니면 답 안나올듯하다.^^

  

힘들지만 또 경치가 좋아서 걷기 나쁘지 않은.

화장실도 가야겠고 갈증도 나서 오픈한 가게를 구글맵을 이용해 가는 길에 위치한 바르를 하나 찾아 들어갔다. 다행히 오픈 중이라 생오렌지 주스를 한잔 시켜 마시고 화장실도 이용했다. 경치가 좋은 곳에 위치한 뭔가 맛있는 해산물 요리도 파는것 같은데 아직 오전이라 간단한 음료만 팔고 있었다. 

Restaurante Saltacaballo

오늘의 목적지 도시는 Castro Urdiales 까스트로 우르디알레스라는 곳으로 오래된 성당이 있는 항구와 해변이 있는 도시로 기부제 공립 알베르게가 있는 곳이다. 도시 초입은 PLAYA DE "BRAZOMAR" 플라야 데 브라쏘마르라는 해변이고 부르헤르낑(버거킹)이 있는 꽤 큰 도시로 특히 해변의 'Iglesia de Santa María de la Asunción'이라는 아름다운 성당이 있어 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다.

Iglesia de Santa María de la Asunción & Castillo-Faro de Santa Ana

성당은 13세기에 지어지기 시작했다고 하며, 고딕양식이라고 한다. 부벽을 세웠을 만큼 규모도 어느정도 있는데 해변의 언덕 높은 곳에 지어져 옆의 성(등대)와 함께 있는 모습이 참 좋았다. 오늘 성당 입장은 되지 않았지만 방문시간이 있는 것 같다. 

보는 방향마다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한바퀴 천천히 걸으며 감상할만 했다.
해변 쪽에서 바라본 모습은 정면과는 또 많이 다르다.

오늘은 거리가 좀 짧아 여유있게 성당을 둘러보고 숙소방향으로 걷는데 해변의 바위 언덕 밑으로 바닷물이 들어와 생기는 작은 바위,자갈 해변을 만났다. El Pedregal라고 불리우는 곳인데, 물이 맑고 파도소리가 시원해 여름에는 물놀이 하기에 매우 좋아 보였다.

El Pedregal 바위 중간에 다이빙하는 아이를 청동으로 조각해서 부착해 놓았다.

El Pedregal 옆에 바닷일 하는 아낙들이 그려진 벽화 건물이 있는데, 그 밑 벤치의 노부부가 참 평안해 보였다. 이곳을 지나 걷다보면 상당히 아름다운 해변인 Playa de Ostende를 만나는데, 물색, 퇴적암, 해변아파트, 모래사장이 어우러진 풍경이다.

해변 까페에 앉아 커피와 담배 한대의 여유를, 다행히 벤치가 늘어선 곳에 공중화장실이 있었다.

까페 꼰 레체(까페 라떼)

라떼 마신 후 체크인 시간보다 약간 이르게 알베르게에 도착. 잠시 따뜻한 햇볕을 쪼이며 관리인(오스삐딸레로)을 기다리다 알베르게 사진을 찍어 보았다. 알베르게 사진은 잘 안찍게 된다. 이미 관련사이트에 많아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부엌도 있고, 샤워실도 독립적으로 2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탈수기가 있어 더 좋았다. 기부제라 적당히 10유로 기부.

알베르게가 크지 않아 좀 일찍 도착해 줄서는 것이 좋을듯.

빨래며, 샤워며 마치고 일찍 도착한 기념으로 메뉴 델 디아를 먹으러 식당을 찾아갔는데, 우와 정말 12유로에  이렇게 먹을 수 있다니. 양도 양이지만 맛이 특히 좋았다. 

첫번째 접시는 갈비찜 비슷, 두번째 접시는 구운 돼지고기와 감자튀김, 후식으론 아이스크림

늦은 점심 후 저녁은 과일과 빵등으로 간단하게 알베르게에서 먹고 취침. 

도보여행자의 하루는 매우 단순하다. 자고, 먹고, 걷고, 쉬고, 씻고의 반복. 일기를 매일 쓰기는 하는데 점점 게을러져서 글 보다는 사진으로 양을 채워버리는...

아직 몸이 좀 힘들긴하지만, 그래도 처음 몇일보다는 몸도 마음도 좀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건강을 위해 걷는 길에서 담배를 피는게 좀 찝찝하지만 담배도 이 여행의 즐거움 중 큰 요소라 생각해서 그냥 거리낌 없이 피우기로 했다. 대신 좀 적게...ㅋ


[오늘의 지출]

오렌지 주스와 까페 꼰 레체 : 4유로

점심 : 12유로

알베르게 기부제 : 10유로

장보기 : 13유로

총 39유로 지출 

작가의 이전글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8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