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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Mar 28.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10일차

Castro-Urdiales ~ Laredo

Camino del Norte 823km day-10

Castro-Urdiales 까스뜨로 우르디알레스 ~ Laredo 라레도 : 25km, 획득고도 771m

열흘차에 접어들었다. 어제 숙소였던 까스뜨로 우르디알레스 알베르게는 작았지만 비교적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일찍 일어나 6시 20분에 출발. 10일차도 어두운 아침길을 나선다. 

동네 정상부에서 큰 도로 아래로 연결되는 굴다리를 지난다. 굴다리를 보면 "범죄의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고 왠지 범죄가 연상되어 약간 위축 되지만 이 새벽에 그런 부지런한 악당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약간 불편한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인다. 

동~트는 새벽엔~ 가열찬 투쟁정신 읏쌰!!! ... 왜 이런 노래가 생각나는 것일까? 내가 뭐 학생운동을 의식적으로 한것도 아닌데...참... 어쨌든 동이 터오는 하늘은 언제나 아름답다.

출발지로부터 약 3.5km 거리에 있는 Iglesia de San Juan Evangelista de Cerdigo(좌)

서서히 동이 터 오는 가운데 마을을 하나 지나다 마침 오픈한 바르가 있어 까페 꼰 레체 한잔과 화장실 해결.

이렇게 바닷가 근처의 숲길도 지나는데 이런 길을 새벽에 혼자 걸으면 좀 무섭긴하다. 괜히 발걸음이 빨라진다.

완전히 밝아진 길을 걷다보니 주말농장이라도 운영하는지 캠핑 카라반을 가져다 놓았다. 나도 땅을 좀 구할 수 있으면 이런 생활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자연인의 시청률이 높은 이유가 있다. ^^

완전히 동튼 후 만난 첫번째 마을은 islares라고 하는데, 사전에도 없는 말로 나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인 동네다.

Parroquia de San Martín de Tours(왼쪽 성당)

전원주택단지라고 해야할지, 배후 마을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새로지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느낌이다. 

마을 끝에 이르자 강과 연결되는 해변이 열린다. 이곳도 캠핑장이 있던데 꼭 난민 수용소 같아 머무르고 싶진 않았다.

Río Agüera 리오 아구에라(사진 왼쪽 강) & Playa de Oriñón 플라야 데 오리뇬(오리뇬 해변/비치)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왼쪽으로는 강이 연결되는 모습인데, 왼쪽 강을 따라 이어진 도로로 순례자를 유도한다. 도로에는 주말 아침이라 라이딩족을 종종 볼 수 있다.  

부지런한 순례자와 라이더들

나보다 체구는 작지만 거의 모든 외국인들은 나보다 빠르고 나보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다. 참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물론 내 걸음걸이의 속도는 우리나라에서도 빠르진 않아서 뭐 크게 좌절하진 않는다. 

3km쯤 강을 따라 걸어 내륙쪽으로 들어가다 만난 El Pontarrón 엘 뽄따ㄹ론의 바르에서 요기를 한다. 

감자 오믈렛과 라떼 한잔, 그리고 코카콜라 추가 1병.

엘 뽄따ㄹ론에서 우측의 다리를 건널즈음 표식을 잘 보아야 한다. 해변으로 난 길을 따라 갈 수도 있고, 좀 더 내륙으로 들어가 Liendo를 거쳐 라레도에 도착하는 공식루트를 따라 갈 수도 있다. 

Gronze.com 에서 안내하는 까미노 루트. 
엘 뽄따ㄹ론에서부터 나는 공식루트와 상관없는 해안길을 따라 걸었는데, mapy.cz 에 의존한 결과다.

결과적으로 나는 좀더 길고 난이도는 매우 어려운 길을 통과했다. 현지에서 데이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맵과 구글지도 등을 참고해서 길을 잘 찾아 걸어야 한다.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한 덕에 난 힘들었지만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지대를 지나올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 해변으로 이어진 도로를 따라 걸으니 다시 해변이 나왔고, 지나온 이슬레라스 방향의 바닷가 풍경이 멋지다.

오른쪽 끝 사진은 산 정상부에 자연적으로 뚫린 커다란 구멍이 보이는데 '악마의 눈 ojo del diablo라고 불리운다.

오리뇬에 도착하면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왼쪽으로는 높은 산을 만나게 된다. 이 산 봉우리의 이름은 왼쪽부터 Pico de Llandesagú  삐꼬 데 얀데사구, Pico Candina 삐꼬 깐디나,Pico Solpico 삐꼬 솔삐꼬 라고 안내되어 있다. 이마을에 도착했을 때 이 멋진 산 풍경을 보며 "멋지다"를 연발했지만, 이 산을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멋진 산을 뒤에 둔 동네가 참 매력적이다. 앞은 바다고 뒤는 아름다운 산, 꼭 제주의 산방산이 있는 동네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해변방향으로 난 소로를 따라 걷는다. 

동네 이름이 적힌 타일이 집 벽에 붙어있다.

바다로 이어지는 산책로이자 하이킹길의 풍경에 운동중이던 세뇨리따에게 사진을 한장 부탁했는데, 사진을 참 정직하게 찍는다. ^^

악마의 눈
Ermita de la Virgen del Refugio
Mirador de la playa de Sonabria에서 바라본 진행 방향의 해변 Playa Salvaje Natural De Sonabia

mapy.cz의 트레킹 코스를 참고하며 걷다보니 산을 통과해서 걸어야하는데, 아 좀 잘못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뭐 걸을 수 있는 길이라고 표기되어 있었고,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도 보여 해변을 지나 초입으로 들어선다. 

바위산 임에도 5부 능선까지는 빠지는 타입의 모래길이어서 발이 편안하지가 않다. 

사람이 다닌 길의 흔적이 보여서 큰걱정없이 진입해 걷는데, 점점 험한 느낌의 길이 정상부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60% 이상 올라왔다고 생각하는데, 길을 알 수가 없다. 앞쪽에 스페인 사람들 몇명이 앞질러가다가 되돌아 오며 해변방향으로는 길이 없다고 하며 매우 가파른 정상쪽으로 가야 한다고 손짓해 알려주어 그 뒤를 쫓아 올랐다.

올려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그냥 보기에도... 이 길로 들어선다면 표식이 잘 보이지 않는 이 길로 올라가야 한다.

이미 거의 20km 가까이 걸었고 배낭의 무개도 있어 다리에 힘이 좀 풀린 상태라 더 쫄리는 마음이 들었다.두손 두발 다 써서 바위로 난 길에 바짝 붙어 천천히 정상부를 넘어섰다. 으아... 

정상부를 넘어서는데 바람이 몸을 흔든다. 위험해 보이는 지점을 통과하고 뒤를 돌아본 풍경은 정말이지 장관이다. 

한사람이 통과할만한 길 폭을 가진 절벽위의 소로에 가이드 줄을 매달아 놓긴 했지만 의지하기엔 왠지 불안해 보인다.

한사람이 통과할만한 길 폭을 가진 절벽위의 소로에 가이드 줄을 매달아 놓긴 했지만 의지하기엔 왠지 불안해 보인다. 

정상부를 넘어서 라레도 방향

정상부를 지나 계속 진행해야 하는데 바위투성이라 젠장 길이 잘 안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동물이 있었으니 그 동물은 산양 무리였다. 키우는 아이들 같진 않아 보였고 야생 산양으로 보인다.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다. 내리막길은 가팔라서 두번 정도 돌뿌리에 걸려 자빠져 구를뻔했다. 

완전히 내려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힘든만큼 멋진 길이었네.

맛있는 황도...

폐허가 된 성당앞 벤치에서 간식시간을 가졌다. 황도가 참 맛있다. 물이 많진 않지만 적당히 촉촉하고 달콤한데 산미가 살짝있어 먹으면서 행복하다. 

Ermita de San Julián (Ruinas)
해변길을 따라 걷는 풍경

라레도까지는 해변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진다. 캐나다 부부인지 연인인지가 드론을 띄우는 것을 잠시 구경하다 눈에 보이는 마지막 언덕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지나며 보이는 라레도의 길게 늘어진 해변 동네가하와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난 하와이에 가본적이 없다. ㅠㅠ

라레도의 풍경. 앞쪽 주황색 지붕들이 보이는 곳이 구도심이고, 해변쪽이 신도심
라레도 초입에 자리한 간판? 조형물?

라레도로 진입하려면 다시 언덕을 좀 올라야했고, 언덕을 넘어 도심으로 진입하면서 오래된 유럽의 도시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길을 걸을 수 있었다. 

Iglesia de San Martín y Santa Catalina

초입의 성당을 지나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를 찾아아 왼쪽길로 걷는다. 

Albergue de Peregrinos. Casa de la Trinidad

알베르게에 도착! 체크인 시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미리 확인이 필요하다. 오스삐딸레로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10유로에 2인실을 배정 받았다. 우와... 바람도 잘 들어오는 창이 너무 좋았다. 

숙소의 모습

룸메이트가 입실해 간단히 인사했는데 스페인 직업군인인 까스뜨로라고 했다. 영어도 스페인어도 자유롭지 않았지만 손짓 발짓과 구글 번역기로 간단히 서로에 대해 물어볼 수 있었다. ^^ 

방의 창으로 보이는 풍경 무엇? 고급 호텔부럽지 않다.

성당에서 기도시간 전에 들어가 사진 한장 짝어봤는데,건물은 크고 낡았지만 관리를 참 잘하고 있었다. 이 곳은 수녀회에서 운영 한다고 했다.

이곳 수녀회에서 관리하는 성당의 이름은 Iglesia Convento Museo de San Francisco (S.XVI)였고, 알베르게 이름은 'Albergue de Peregrinos. Casa de la Trinidad'이다.

밥먹으러 나오면서 바라본 내가 묵는 방 창의 모습. 까스트로와 내 빨래.

시내를 잠시 둘러보고 마트에 들러 먹을 거리를 좀 사고 바르에서 맥주와 타파스로 저녁을 대신했다. 참 재미없는 시간들이지만 뭐 부담이 없어서 좋기도 하다. 일행이 있었다면, 한국인 일행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안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그거대로 또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이 있어 굳이 바라진 않았다. ^^



[오늘의 지출]

장보기 6.6 

알베르게 10

오전 바르 3

저녁 바르 8.2 맥주 2잔과 타파스 2개 비싸다.

총 지출은 28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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