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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Mar 29.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11일차

Laredo ~ Güemes

Camino del Norte 823km day-11

Laredo 라레도 ~ Güemes 구에메스 : 29km, 획득고도 477m

30km로 좀 길고 획득고도는 얼마 안되는 비교적 편안한 길이었지만 20km 지나서 막판 오르막은 힘들었다.


아직 어두운 아침 주섬주섬 짐을 챙겨 부엌으로 나와 간단하게 컵라면 하나 먹고 출발한다. 내가 제일 먼저 출발하는 듯. 4일째부터 만난 프랑스 누나(62세)도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아직 깜깜한 라레도 구시가지의 이른 아침

도심으로 내려와 길게 펼쳐진 해변을 따라 선착장으로 향한다. 해변의 절반쯤 지나 뒤돌아 보자 동이트기 시작하는데 아! 름답다. 서둘러 스마트폰과 DSLR 카메라로 라레도의 동트는 새벽 순간을 담는다. 사실 새벽이라고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지만. ^^ 

동이 터 오는 라레도 해변
라레도 구도심의 'Iglesia De Santa María'

아... 진짜 이런색의 여명을 볼 수 있는 행운은 일찍 걷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혜택 같은 것. 하지만 새벽의 어두움 때문에 다른 것들을 볼 수 없기도 하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건 변하지 않는 법칙같은것.

 Santoña 산토냐 방향 오른쪽 돌출부는 'Monte Buciero 부씨에ㄹ로 산' 이라고 한다

담담한 붉은 기운은 불타는듯 강렬한 붉은색과는 다는 차분한 아름다움을 준다. 이 또한 참 좋다.  

해변을 따라 5km쯤 걸으면 그 끝에 이렇게 산토냐 이정표가 있고, 이곳을 지나면 모래사장이 나오는데, 딱히 어디가 선착장이라는 표시가 없어 당황했지만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먼저 기다리고 있는 자전거족, 9시 30분이 라레도에서 산토냐로 가는 첫 배. 괜히 일찍 나올 필요는 없지만, 배의 승선인원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으니 좀 일찍 나와서 해변을 돌아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라레도에서 산토냐로 가는 뱃삯은 2유로. 배 타면서 요금 지불한다.

뱃삯은 현금 2유로이며 자전거는 별도의 요금이 추가된다. 5분 정도나 탔나? 금방 반대편의 산토냐에 도착한다. 산토냐는 선착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배를 타고 건너며 볼 수 있는 풍경
산토냐의 선착장에서 바라본 배를 탔던 라레도의 모래사장 끝.

산토냐에 도착하면 산토냐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만나고,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도심을 가로질러 노하를 향해 간다. 

큰길가의 주택에 잘 가꾸어진 꽃과 가로수에 핀 꽃

좀 지루하게 Playa de Berria(베ㄹ리아 비치) 배후의 도로를 따라 걷다가 해변쪽의 그렇게 높지 않은 산으로 길이 연결된다. 매우 좁은 소로는 도보여행자나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갈까 싶게 좁고 불편하다. 다만 바로 다음 해변인 뜨렌간딘 비치로 이어지는 지름길이고 꼭대기에서 양쪽 해변을 바라보는 맛이 참 좋은 곳이다. 

Playa de Berria
산토냐 방향. 바다가 육지 안쪽으로 호수처럼 보인다.
Playa Trengandín의 길이는 대략 3km 쯤 된다.

좁고 불편한 소로를 내려셔면 노하Noja 마을의 매우 길게 펼쳐진 뜨렌간딘 비치가 나타난다. 모래사장을 걸어야 하므로 좀 불편하지만 해변을 걷는 재미와 해변에서 야영하고 캠핑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 지루하진 않았다.  

보이는 마을은 'Noja 노하'라고 하며 순례길은 중심부를 통과하진 않고 외곽으로 이어진다.
노하 중심부의 'Iglesia de San Pedro'

노하 마을에 들어서며 식당이 여럿있었지만 아직 점심시간이 되지 않은 관계로 식사를 할 수는 없었고, 어제 사놓은 간식들이 있어 굳이 바르를 찾아 들어가진 않았다. 이곳을 지나면 15km 지점을 통과하는 것이고, 오늘 일정의 절반 정도라 발바닥은 이미 통증이 시작되고 있고 무릎 아래 근육들도 투덜대고 있다. 

Ermita de San Pantaleón

노하를 완전히 빠져나오면 Castillo 까스띠요(성) 마을이 나오는데 성 판탈레온의 경당 유적을 만난다. 딱히 감동적인 유적은 아닌듯 하다. 마을 이름은 까스띠요인데 딱히 성처럼 보이는 곳은 없다.  마을 끝에서 성 뻬드로와 성 빠블로의 성당을 만나고 시야가 트인 평화로운 시골길을 지나  San Miguel de Meruelo 산 미겔 데 메루엘로 마을을 지난다. 

Iglesia de San Pedro y San Pablo, Puerto Moral
Iglesia de San Pedro y San Pablo, Puerto Moral

프랑스 길 만큼은 아니지만 가톨릭 국가임을 증명하듯 작은 마을에도 성당이 있다. 

평화로운 시골길

Bareyo 바ㄹ레요 마을에 들어서면 성 미겔 성당을 만난다. 따로 사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 독특한것은 창문이 없다. 다만 빛이 들어옴직한 모양만 창문인 매우 작은 구멍이 있을 뿐이다. 

Iglesia de San Miguel

이곳을 지나면서 점점 힘들어 진다. 그리 높진 않지만 제법 긴 오르막이 나타나는 것이다

Puente barrio Solorga y antiguo molino 바ㄹ리오 솔로ㄹ가와 안티구오 몰리노의 다리

긴 언덕을 넘어 내리막 후 다시 이어지는 오르막 중간에 구에메스Güemes 마을을 만나고 마을의 외곽에 있는 오늘의 숙소인 Albergue de Peregrinos de Guemes에 도착했다. 이 알베르게는 빼우또 할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구에메스 순례자 알베르게

  알베르게 쥔장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물과 과자를 권하고 여행자 정보를 적고 끄레덴씨알에 도장을 찍어준다. 이곳은 기부제 사설 알베르게로 기부함이 따로 있고 본인이 낼 수 있는 금액을 내면 된다. 다만 공짜는 아니기 때문에 공립알베요금 + 알파 정도를 내는 것이 좋다. 

알베르게에서 내려다본 구에메스 마을 모습
알베르게 전경

이 알베르게는 순례자 뿐 아니라 다양한 여행자에게 숙소가 제공되는 듯 하다. 순례자가 묵는 방 외에도 객실이 별도로 있다. 


내가 묵은 방으로 무려 3층 베드가 있다.왼쪽 첫번째 1층이 내 침대이며 11명이 같이 잔다.  방안에 화장실이 있어 밤에 용변을 해결할 수 있어 편했다. 

객실 앞에는 벤치와 빨래를 널 수 있는 넓은 잔디가 있다. 

화장실,샤워실,세탁기가 있는 장소. 2층은 순례자들이 잘 수 있는 방과 모임을 할 수 있는 방이 있다.
알베르게의 또다른 주인 고냥이.

이곳은 독특하게 저녁 식사전 전체 순례객을 커다란 방에 모아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이 알베르게의 역사에 대해 스페인어,영어,프랑스어로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당연히 난 전체 내용중 아주 일부분만 이해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아버지,본인 그리고 이어서 아들이 운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저녁으로는 빠에야가 제공되었는데, 뭐랄까...음... 나쁘진 않았다. 


오늘 30km 걸었다. 

8키로 남기고 발목 윗 근육이 아프기 시작했고 막판 언덕이 힘에 겨웠다.

누가 등 떠밀어 온게 아니니 투덜 댈순 있지만 그 투덜거림의 대상은 온전히 나.

매일 힘들어도 이렇게 투덜 거리며 터벅터벅 걸을 수 밖에.

아픈 발바닥은 맨소래담 로션으로 충분한 마사지로 달래주고, 내 마음은 전자담배 한대로 달래주며 또 하루를 마감한다. 

 


[오늘의 지출]

라레도 라떼 1.5

배삯 2

콜라 2.5

알베르게 20

총 26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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