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의 길, 눈으로 걷는 순례길 2

눈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2편

by 감뚱

14. 3-3 모리예, 살라만까(Salamanca)

Via del la Plata 은의 길 17일 차

Fuenterroble de Salvatierra ~ Morille

푸엔떼로블레 데 살바띠에라 ~ 모리예

운행거리 : 30km


새벽부터 비가 촐촐 내립니다. 우기에 들어가는 시점이기도 하고 갈리시아에 점점 가까워져서 일지도... 쬐만한 사과 두 알과 미지근한 커피 한잔 마시고 출발합니다. 비 때문에 카메라는 꽁꽁 싸매고 갑니다.

오늘도 로만 로드를 따라 걷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돌길입니다.
Miliario mila 154 로마 마일로 154마일 지점의 밀리아리오. 부러졌던걸 다시 세워 놓았습니다.
돼지가 농장을 탈출해 방황하고 있는데, 순례자도 돼지도 많이 당황했습니다.
중간 마을에 쉬어 갈 만한 곳이 있습니다.. Pedrosillo de los Aires 뻬드로시요 데 로스 아이레스

첫 번째 마을이 멀리 보이는데 바르가 있을 법한 규모입니다. 역시나 오픈한 바르가 있어 주린 배를 좀 채울 수 있었습니다. 크로켓 2개와 콜라로 배를 채웠다. 에밀리오 형이 맥주를 굳이 먹으라고 해서 한병 얻어 마셨다.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어 잠시 더 앉았다가 정원에 달린 포도에 관심을 보이자 주인인듯한 아저씨가 2송이 따서 줍니다. 맛이 괜찮은 게 잘 보관했다가 갈증 날 때 먹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동물 복지 이베리코 돼지.

잠시 쉰 후 출발하려니 날이 개이고 있습니다. 역시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살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줍니다. 더불어 풍경도 더 생기 있고 아름다워집니다.

다음 마을 Monterrubio de la Sierra. 색감이 참 편안한 다음 마을 풍경이 보기 좋습니다.

다시 은의 길 특유의 너른 초원과 깨끗한 하늘이 다시 함께 합니다. 기분 좋은 순례길입니다. '몬떼루비오 데 라 씨에라'라는 마을에 들어섰는데, 마을 주민이 에밀리오와 나에게 시원한 캔맥주를 선물합니다. 스페인 시골 인심이란... ^^

하늘, 초원, 차 없는 도로... 은의 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도토리나무 심어진 농장과 초원
사람 구경하기 힘든 은의 길. 사실 스페인 시골은 대부분 이렇다고 봐도 됩니다.
시야가 멀리까지 열려 있습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모리예'란 이름의 오늘 종착지입니다.
당나귀와 양이 사이좋게 지냅니다.
모리에 마을 입구
마을에는 꽤 멋진 벽화가 여럿 있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 모리예는 작지만 공립 알베르게도 있고, 바르도 2개나 있었습니다. 이곳 알베르게는 'marcos bar'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6유로의 저렴한 금액을 지불하고 접수 등록 합니다. 하지만 바르의 젊은 여종업원은 좀 귀찮아하는 듯합니다. 1층에는 작은 식당과 화장실이 있고, 2층에는 2층 침대가 꽤 여러 개 있습니다.

모리에 공립 알베르
알베르게 뒤편의 성당 Iglesia Parroquial de El Salvador는 석양 보러 나왔다가 우연히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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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편안함이 느껴진 일

아름다운 일몰을 기대하며, 카메라를 들고 나왔는데 뭐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편안한 일몰을 볼 수 있었습니다.



Via del la Plata 은의 길 18일 차

Morille ~ Salamanca

모리예 ~ 살라만까

운행거리 : 20km


대도시이며 대학교로 유명한 살라만까에 도착하는 날입니다. 거리도 짧아 오후에는 살라만카 시내 구경을 할 수 있었습니다. morille 모리예에서 출발한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앞질러 갑니다. 늘 그렇듯이 내걸음은 느립니다. 도보여행을 시작한 이래로 몇 번 정도는 나도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유지가 안 되는 건 잘 못 먹어서 그런 건지...? 하지만 딱히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냥 몸이 늙었나 봅니다.


IMG_20221030_163647.jpg 모리예를 떠나며 만난 다른 벽화.

비가 가끔씩 흩날립니다. 경치도 뭐 그냥 그렇습니다. 회색 풍경은 아름답지 않을 때가 더 많은 듯합니다.

평이하고 조용한 경치가 이어집니다.
이 길도 로만 로드였을 겁니다.
파란 배낭과 빨간 배낭의 순례자가 멀리 앞서 갑니다. 까칠했던 독일 여성 순례자와 이딸리아노 젊은 친구입니다.
중간 마을의 바르에서 나와 만난 담 넘어가라는 노란 화살표. 어쩌라고...

중간 마을에 들러 문연 바르를 찾느라 마을을 한 바퀴 돌아 좀 짜증이 날라했습니다만 갓 구워낸 또르띠아 데 빠따따스와 까페 꼰 레체가 짜증을 달래 주었습니다. 3.7유로의 가격도 괜찮았습니다.

농부는 떠나고 집터만 남은 살라만까 가는 길의 초원 풍경
길 같지 않은 바위 고개로 화살표가 안내합니다.
바위 언덕 꼭대기에는 십자가를 세워둔 돌무더기가 있습니다.

멀리 17km 떨어진 지점에서부터 살라만까가 보이기 시작하다 10km 정도 거리가 되었을 때 확실하게 다시 보입니다. 10km의 거리는 쉽게 줄지 않습니다. 유심 기간이 다되어 어제부터 데이터 연결이 안 되어 불편했는데 도시 초입의 렙솔 주유소 편의점에서 재충전합니다. 15유로에 28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살라만까가 확실하게 보입니다. 멀리서 봐도 큰도시 입니다.

로만 브리지를 지나 시가지로 진입하는데 와... 입이 벌어집니다. 까떼드랄(대성당)의 위용... 바로 옆의 알베르게에 갔으나 아직 오픈전입니다. 12시부터 1시까지는 가방을 보관해 준다는데 1시가 좀 넘어 도착하여 밥부터 먹으려 구글 지도의 식당 검색을 했는데 중식당은 문을 닫았고 스페인 음식은 먹기 싫었고 그래서 맥도널드를 찾아갑니다. 대성당과 대학을 지나 중심부를 통과해 제법 걸어서 맥도널드에 도착했습니다. 9.7유로에 선데(아이스크림 비슷?)까지 포함된 세트 메뉴를 배부르게 먹고 알베르게로 가 접수하기 위해 줄을 서는데 에밀리오 형이 먼저 와있습니다. 알베르게 위치가 너무 좋고 시설도 괜찮았고 보기 힘든 제대로 된 샤워기가 있어 더 좋았습니다. 기부제 알베르게라 10유로를 냅니다. 짐 풀고 씻고. 오늘은 빨래 생략. 내일 하루 더 입는 것으로 자신과 타협합니다.

로만 브리지와 살라만까 대성
로만 브리지의 아치
로만 브리지
살라만까 대성당
이건 뭘까요?
살라만까 대성당의 여러 문 중 동쪽 방향

대성당 관람을 위해 다시 나와서 시내 전망을 볼 수 있는 종탑(Scala Coeli 박물관)에 3.75유로 입장권을 사서 올라 시내 구경을 합니다. 살라만까 시내 전부를 볼 수 있는 멋진 장소입니다. 종탑까지 걸어 올라가며 박물관 관람도 할 수 있습니다. 까떼드랄은 8유론데 순례자 할인받아 4유로에 입장 합니다. 우와! 본성당 안에는 양옆으로 4개씩 8개의 카피야(내부의 작은 기도실 같은 기도공간?)이 있고 옆에 소성당이 따로 있고, 또 다른 카피야가 출구 쪽으로 이어집니다.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의 도시답게 고색창연한 여러 건물엔 대학 건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Scala Coeli 종탑에서 바라본 살라만까 시내. 바로 앞은 살라만까 대학의 모습
Scala Coeli 종탑에서 바라본 살라만까 시내
Scala Coeli 종탑에서 바라본 살라만까 대성당
Scala Coeli 종탑에서 바라본 살라만까 시내
Scala Coeli 종탑에서 바라본 살라만까 시내
살라만까 대학 건물의 일부.
대성당 투어 입구

살라만까 대성당의 북쪽 출입구인 '라모스 문(Puerta de Ramos)' 왼쪽엔 잘 찾아보면 아래 사진과 같은 우주인 조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조각은 한때 '시간 여행의 증거'나 '외계인의 흔적'이라는 음모론의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사실은 1992년 복원 작업 중에 추가된 현대적인 요소 라고 합니다. 또 흥미로운 것은 살라만까 대성당은 구 대성당과 신 대성당이 서로 벽을 맞대고 붙어 있는 독특한 구조로 로마네스크부터 바로크에 이르는 유럽 건축사의 흐름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걸작이라고 합니다.

우주인 조각
대성당 내부
대성당 내부
대성당의 여러 소성당들
대성당 내부
대성당 내부
형형한 눈과 검게 변한 피부색의 예수상
또르메스 강이 흐르는 살라만까 대성당 풍경
살라만까 시내 풍경
비 내리는 살라만까 도심 밤 풍경
알베르게 1층 모습

순례자에게 의미 있는 도시인데, 그저 걷기에 바빠 대충 올드타운 중심만 돌아보고 길을 떠나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