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의 길. 눈으로 걷는 순례길 2

눈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2

by 감뚱

18. 아스뚜리아노스,레께호

Via del la Plata 은의 길 26일 차

Mombuey ~ Asturianos

몸부에이 ~ 아스뚜리아노스

운행거리 : 17km


은의 길 26일 차, 램블러 기록.jpg

비도 오고 그래서 니 생각이 나서... 17km 만 걸었습니다. 비는 성가시게 내리고 숙소도 애매하고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이런 날에는 집에 가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벌써 64일째 걷고 있는 건가?

계속 독일 아줌마, 덴마크 커플, 에스토니아 청년 등과 한 숙소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일찍 도착해 버려서 알베르게 오픈까지 추위에 떨며 1시간 넘게 기다려 숙소에 들어옵니다.

중간 마을에 바르가 없어 그저께 산 빵을 물과 함께 뜯어먹고 초콜릿으로 칼로리도 채우며 왔는데도 기운이 별로 없네요. 5시쯤 우의를 입고 450m 걸어 나가 식당에 왔는데 닫혔습니다. 젠장... 큰 실내 체육관? 에 딸린 알베르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옆 바르를 이용하는 방법밖에는. 토스트와 감자튀김 한 접시 시켜 먹고, 어두컴컴해졌지만 내일 오전에 먹을 간식이 필요해 마트로 가서 몇 가지 사서 숙소로 복귀합니다.

비 때문에 사진도 몇 장 못 찍은 날입니다. 갈리시아는 이미 우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갈리시아에 가까워질수록 비가 자주 내리는 느낌입니다. 2016년 2월 초 아들과 걸었던 프랑스 길에서의 그 어마어마했던 비가 생각나는 날이었습니다.

20221108_090030.jpg 간간이 하늘이 보이긴 하지만 종일 비가 내립니다.
20221108_090220.jpg 시원한 고속도로. 오늘은 두 번 건넙니다.

오늘의 첫 번째 중간마을인 'Valdemerilla(발데메리야)'의 'Iglesia de San Lorenzo'는 단순하지만 눈길을 끕니다. 이 성당은 아예 창문이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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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lesia de San Lorenzo
20221108_101443.jpg 곧바로 나타난 다음 마을인 'Cernadilla 쎄르나디야'의 'Ermita del Cristo'란 이름의 성당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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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마을의 Iglesia Parroquial. 크지 않은 마을인데 꽤 멋진 성당을 가지고 있네요.
20221108_102037.jpg 얼핏 보면 이곳이 우리나라의 시골인지 스페인인지 구별가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오늘은 짧게 짧게 마을이 이어지네요. 'San Salvador de Palazuelo 산 살바도르 데 빨라수엘로'라는 이름의 마을에 다시 진입하자 마을 교차로에 'Ermita de San Salvador de Palazuelo 에르미따 데 산 살바도르 데 팔라수엘로'가 맞이합니다. 귀퉁이가 좁은 8 각형 모양의 경당입니다.

20221108_104010.jpg Ermita de San Salvador de Palazuelo

교차로 지나 마을로 진입하면 다시 성당이 하나 나오는데, 비 때문에 성당 처마 밑 벤치에 앉아 담배 한 대 피워 봅니다. 진짜 사람구경하기 어려운 시골마을에 남루한 차림의 할머님이 지나가다 나를 보시곤 쿨하게 담배 한 대 달라고 하십니다. 맛나게 피우시곤 꽁초를 바닥에 다시 쿨하게 버리시고 갈 길 떠나시네요. ^^;;

P1154713.JPG 사람 볼 일 없는 스페인 시골 순례길
20221108_105038.jpg 스페인 시골도 사멸해 갑니다.
P1154714.JPG 목적지에 거의 도착해 만난 예쁘장한 소

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 오늘 목적지 아스투리아노스의 알베르게에 도착. 비를 간신히 피할만한 지붕이 조그마하게 있는 바베큐장에서 앉지도 못하고 서서 1시간여를 추위에 시달리다 바르 오픈과 함께 알베르게도 오픈합니다. 에고 힘들었다. 짧게 걸었지만.

알베르게 퍼온 사진.jpg 알베르게 퍼온 사진. 체육관 건물 왼쪽 귀퉁이에 애드 온 방식으로 만들어진 알베르게...


Via del la Plata 은의 길 27일 차

Asturianos ~ Requejo

아스뚜리아노스 ~ 레께호

운행거리 : 28km


화면 캡처 2023-08-07 113609.jpg

27일 차의 새벽은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입니다. 흡족스러운 출발입니다.

어제 식사량이 좀 부족하다 싶어 오늘 걷기는 좀 힘들겠다 싶었는데 힘들었습니다. 부엌 없는 알베르게는 매식을 강요합니다. 스페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당연한 처사겠지만 그러려면 최소한 이용할 만한 식당이 있든가 말든가... 있어도 쎄라도(closed)인 경우도 많고.

남들 일어나기 전에 짐을 꾸리고 7시 출발. 오랜만에 랜턴 켜고 걷습니다. 구름이 살짝 있어 보름달 빛이 좀 약하다 싶었는데 보름달의 위력이란...


20221109_071911.jpg 휴대용 랜턴이 꽤 밝습니다.
20221109_072556.jpg 보름달이 원래 이렇게 밝은 게 맞나요?^^

첫 번째 마을인 'Palacios de Sanabria(빨라시오스 데 사나브리아)'에 들어왔는데 동네 이름이 재밌습니다. '사나브리아의 궁들'이란 뜻인데, 궁은 어디 있는 것인지 못 찾았습니다. 궁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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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mita de La Encarnación

숲길로 접어드니 가을이 완성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촉촉하고 포근해서 걷기 좋은 길입니다. 비만 안 내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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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는 순례길

작고 아름다운 마을 Remesal(레메살)을 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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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물들고 있는 Remesal(레메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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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sal(레메살)

레메살을 지나 고속도로를 만나고 다시 숲길을 지나 마을이라기도 뭣한 진짜 작은 마을 'Otero de Sanabria 오떼로 데 사나브리아'를 지나는데 왠지 오래된 마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집 몇 채를 만납니다.

P1154737.JPG 고속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건넙니다.
P1154738.JPG 'Otero de Sanabria 오떼로 데 사나브리아' 진입 전 노란 화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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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ero de Sanabria 오떼로 데 사나브리아'의 오래된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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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ero de Sanabria 오떼로 데 사나브리아'

마을 중심을 지나가 갑자기 동네 규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크기의 멋진 성당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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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lesia de Santo Tomás Apóstol. 십사가 조형에 1890년이라고 적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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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lesia de Santo Tomás Apóstol
P1154750.JPG 빠져나가는 길에 요즘지은 듯한 3층 주택이 인적 없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적한 길을 걷다가 도로 옆길을 잠시 걷다 다시 인적 없는 길을 걷다를 반복합니다. 유튜브가 있어 잠시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이 지역 역시 높은 동네라고 생각되지 않지만 해발고도가 1천 미터쯤 되는 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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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도로곁 길을 따라 걷습니다. 차도이긴 하지만 차는 보기가 힘듭니다.
P1154757.JPG 다음 마을 초입에서 나무 밑동에 앉아 햇살을 받는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납니다.

멀리 성 혹은 성당처럼 보이는 커다란 건물과 주변에 이어진 마을이 보입니다. 'Puebla de Sanabria'란 제법 큰 동네로 15세기 후반에 건축된 중세 성곽이 있고 그 성곽은 거대한 탑과 방어구조를 가진 형태입니다.

P1154759.JPG Puebla de Sanabria

마을은 위쪽의 성곽 중심과 언덕 아래 강을 건너기 전의 마을로 나뉘어 있습니다. 마을에 진입해 오픈한 바르에 들어가 핀초스와 콜라로 잠시 요기를 하고 마을 중심도로를 따라 걷는데 언덕 위 높은 곳에 성벽과 성곽, 그리고 주택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위쪽으로는 성곽이 밑으로는 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방어형 도시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P1154764.JPG 아래쪽 다리에서 바라본 Puebla de Sanabria의 Castillo de Puebla de Sanabria

성위의 마을로 가려면 강을 건너야 하는데 강을 건너기 전 오른쪽에 수도원(Convento Iglesia Y Crucero De San Francisco)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P1154766.JPG Convento Iglesia Y Crucero De San Francisco
P1154767.JPG tera 강 위로 성이 지어진 형태
20221109_113242.jpg 차도로 빙 돌아서 올라갈 수도 있고 계단을 이용해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P1154769.JPG 계단 중턱에서 바라본 성밖 마을... 신도심, 주변 도심이라고 해야 하나? 신도심이라고 하기엔 좀 오래된 건물도 많고.
P1154771.JPG 중턱 위에 있는 전망 벤치. 벤치 앞은 바로 강으로 떨어지는 절벽입니다.
P1154772.JPG 밑에서 바라본 Castillo de los Condes de Benavente.
P1154773.JPG 정상부의 성곽
P1154775.JPG 계단 끝에는 231이 적힌 것으로 보아 231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졌나 봅니다.
P1154776.JPG 성에 다 올라 옆에서 본 Castillo de los Condes de Benavente.
P1154777.JPG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해발고도가 약 1천 미터인데 저런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P1154780.JPG Castillo de los Condes de Benavente.
P1154779.JPG 바위를 그대로 살려 그 위에 지어진 성
P1154782.JPG Iglesia de Santa María del Azogue

성위의 마을 자체가 역사 문화 유적이자 삶의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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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이라고 표현해도 될 듯한 성 안쪽 마을을 천천히 둘러본 후 길을 다시 이어 갑니다. 계단을 따라 내리막을 한참 내려가야 합니다.

P1154787.JPG 앞쪽으로 비가 뿌렸는지 무지개가 살짝 보였는데, 우기에 접어들어서인지, 지역 특성인지 무지개를 제법 많이 봅니.

거의 다 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아직도 10km는 더 가야 합니다. 갈길이 멉니다. 그래도 길이 아름다워서 좋습니다. 순례자가 다니는 길로 표시된 쪽으로는 비로 인해 물웅덩이가 많아 잠시 도로 옆길로 걷습니다. 어차피 만나는 길입니다. 길은 모두 만납니다.

P1154788.JPG 예쁜데 폭신하기까지 한 길
P1154789.JPG 비포장 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P1154794.JPG 웅덩이 길을 피해 걷자니 도로 곁을 한동안 걷게 됩니다.

외딴곳에서 갑자기 나타난 공동묘지는 Iglesia Santiago Apostol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성당은 그 자체로 무덤의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산티아고 대성당의 내부에도 많은 성인과 지역 유지들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는데 참 낯설다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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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lesia Santiago Apostol과 공동묘지
P1154798.JPG 성당 근처의 돌 십자가
P1154800.JPG 사실적으로 그려진 벽화 때문에 약간은 지루한 길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길은 다시 인적 없는 길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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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는 레께호 가는 길

드디어 30km 가까이 걸어 레께호 마을에 도착. 마을 입구 삼거리의 바르에서 콜라 한잔과 담배 한 대 피우고 알베르게를 찾아 나섭니다.

P1154806.JPG Parroquia de San Lorenzo
P1154807.JPG 마을 입구의 cruceiro
P1154809.JPG Parroquia de San Lorenzo
P1154810.JPG Ermita Virgen de Guadalupe

알베르게는 침대와 샤워만 가능했습니다. 역시...

13유로의 사설 알베르게를 처음 들렀지만 주인이 없어서 무니시팔로 왔는데 에어컨 겸용 난방기가 있어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양말도 잘 마르고.

20221109_170914.jpg 알베르게 실내

저녁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구글 지도를 켜니 식당이 한 5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오픈하고 있다고 나와서 깜깜한 시골 밤길을 걸어가봅니다. 너무 깜깜해서 좀 무섭습니다.

20221109_194752.jpg 랜턴에 의지해 칠흑같이 어두운 시골길을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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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들어가 메누 델 디아를 주문했는데, 갈리시안 수프도 샐러드도,고기찜도, 후식도 모두 좋았습니다.

보름달 뜬 밤길을 되짚어 알베르게로 돌아왔습니다.

20221109_203727.jpg 가로등 켜진 길
20221109_204046.jpg 보름달이 환합니다.

27일 차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