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의 길, 눈으로 걷는 순례길 2

눈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2

by 감뚱

17. 3-6 깔사디야 데 떼라, 몸부에이

Via del la Plata 은의 길 24일 차

Tabara ~ Calzadilla de Tera

따바라 ~ 깔사디야 데 떼라

운행거리 : 32km


은의 길 24일 차, 램블러 기록.jpg

그렇게 서두르지 않고 해 뜰 때쯤 출발하는데 하늘이 멋집니다. 우와~. 시작이 아름다운 길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을 것 같지만, 뭐 꼭 그런 건 아닙니다. 그래도 날씨는 길고 긴 도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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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오르는 하늘
20221106_080902.jpg 마을을 빠져나가는 길.

시골 동네에서는 마을을 빠져나가는 데 있어 고민할 게 별로 없어 도시 구간보다 마음이 편안합니다. 본선으로 진입하기 전까지 몇 분 안 걸리기도 하지만 사실 본선이랄 게 없습니다. 다음 목적지까지 그저 길을 따라가면 됩니다. 잘 못 들어섰다면 약간 돌아가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게 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P1154641.JPG 떠나온 마을을 바라보며
P1154645.JPG 마을을 빠져나오면 다시 이렇게 인적 드문 숲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길이 이어집니다.

이곳 스페인도 가을이 깊어지며 가을색을 뽐내기도 하지만 올여름 스페인 중부지방은 폭염 속에 많은 산불이 있었고 오늘은 그 산불 현장을 계속 대면하면서 지나옵니다. 주로 도토리나무들이 탔는데, 빽빽하지도 않은데 이 넓은 지역이 탄 걸 보면 참 많이 건조했었나 봅니다.

P1154646.JPG 산불의 피해현장
P1154648.JPG 불에 탄 지역을 지납니다.
P1154649.JPG 길 양쪽으로도 산불 피해가 광범위하게 펼쳐집니다.

산불 피해가 제법 광범위한데 보상이란 게 이루어지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천재지변이라 불가항력으로 보고 지원하지 않는지, 아니면 국가의 존재이유로 보상을 해줄지...

P1154650.JPG 첫 번째 중간 마을 Villanueva de las Peras

첫 번째 중간 마을인 'Villanueva de las Peras 비야누에바 데 라스 뻬라스'로 진입합니다. 나보다 한주 정도 앞서 걷고 있는 다른 한국인 순례자의 정보대로 이 마을의 'Bar La Plaza'에서는 다양한 타파스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참새 방앗간 들르듯 당연히 자리를 잡고 앉아 칼로리를 보충합니다. 처음에 3개의 타파스를 시켰고, 그리고 두 개 더... 그런데 가격은 4유로! 이게 도대체 말이 되냐고...

가장 저렴했지만 맛있었던 장소. 은의 길을 걷는다면 반드시 체험하길 추천!!! 백개!!!

20221106_111821.jpg Bar La Plaza 매우 저렴하지만 맛있는 간식을 준비해 놓은 곳. 꼭 들러보는 걸로...
P1154651.JPG Parroquia católica La Asunción. 전형적인 스페인 시골마을의 성당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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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roquia católica La Asunción. 대문이 있을것 같지만 없는 시골 성
P1154653.JPG 도로 곁을 따라 잠시 걷습니다.

'Santa Croya de Tera 산따 끄로야 데 떼라'라는 이름의 마을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을을 지나면 떼라 강이 흐르고 있고 다리를 건넜더니 바로 다시 'Santa Marta de Tera'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에 도착합니다. 보통 성인의 이름이 붙은 성당은 해당 성당이 성인에게 봉헌되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P1154654.JPG Santa Marta de Tera

알베르게도 있어 마트도 있는 마을이라 머물러도 괜찮다 싶었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했기에 다음 마을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

20221106_133636.jpg Iglesia de Santa Marta

길은 다시 인적이 없는 지역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P1154655.JPG 갈아 놓은 밭으로 보이는데 뭘 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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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을 통과하는 덴마크 21살 커플 빅터와 아울라
P1154658.JPG 조림된 자작나무 숲
P1154659.JPG 도로를 만났지만 다행스럽게 횡단만 하고 다시 숲길로 이어집니다.
P1154660.JPG 낙엽이 수북이 쌓인 숲길
P1154666.JPG 우리나라 시골집인 줄...

오는 길에 작은 마을들이 있었고, 이 마을도 작진 않았는데 바르도 마트도 찾지 못했습니다. 알베르게는 마을 외곽 공원에 덩그러니 따로 지어진 건물의 2층을 사용합니다. 관리인은 따로 상주하지 않고 , 방문하지도 않습니다. 기부금을 넣는 통에 기부금을 넣고 6개뿐인 더블사이즈의 침대 중 하나를 골라 자리 잡습니다.

P1154667.JPG Calzadilla de Tera의 공립 알베르게(도나티보)
20221106_173845.jpg 알베르게의 침대는 보이는 게 다인데 무려 더블침대의 모양...

먹을 것이 없어 어쩔까 하고 있는데 빅터 커플이 옆마을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고 합니다. 담배도 떨어진 김에 담배도 사고 저녁을 먹으려 강 건너 마을인 '깔싸다 데 떼라' 마을로 20분쯤 걸어 넘어갔습니다.

가정집 같은 곳의 벨을 눌러 따바꼬를 말하니 문을 열어주고 담배를 꺼내 줍니다. ^^

마을 중심으로 조금 더 가니 바르가 오픈했습니다. 빅터 커플이 먼저 자리 잡은 곳에 앉아 나는 쁠라따스 꼼비나도스(샐러드,달걀 프라이, 로모플란차가 한 접시에 담긴)를 시켰고 커플은 피자를 시켰습니다. 피자 한쪽을 권해서 얻어먹어봤는데, 맛은 뭐... 먼저 자리를 일어나 계산하면서 식사 중인 빅터 커플에서 맥주를 보내주었는데 고맙다고 인사를 합니다. 밝고 인성이 좋은 친구입니다.^^ 시골 마을치고 음식값이 너무 비싸네요. 13.5유로라니... 숙소에 도착하니 석양이 화려합니다. 24일 차도 무사히 마무리합니다.

P1154670.JPG 강렬한 색상의 석양



Via del la Plata 은의 길 25일 차

Calzadilla de Tera ~ Mombuey

깔사디야 데 떼라 ~ 몸부에이

운행거리 : 27km

은의 길 25일 차, 램블러 기록.jpg

25일 차도 별일 없이 상쾌하게 시작됩니다. 화려했던 일출의 붉은빛은 마을을 빠져나오며 물 빠진 색으로 변해갑니다. 우리 인생도 이렇겠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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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을 잃어가는 떠나가는 마을의 여

첫 번째 마을 'Olleros de Tera 오예로스 데 떼라'는 문을 연 바르가 없어서 그냥 통과합니다. 참 쓸쓸한 동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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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빠져나와 걷다 보니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 성당이 하나 떡하니 서있다. Ntra. Sra. de Agavanzal (Nuestra Señora de Agavanzal 아가반살의 성모) 성당이라는 이름을 구글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고 전설 속에서 돈 디에고 데 부스타만떼라는 기사가 흰 비둘기를 쫓다가 가시덤불(agavanzas) 속에서 비둘기를 잡았는데, 그때 초자연적인 목소리가 "나는 아가반살의 존재다"라고 말한 데서 이를 기리기 위해 이곳에 성당이 세워졌다고 합니다. 성당 앞 야트막한 지붕을 가진 집 앞에 벤치가 있어 쉬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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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estra Señora de Agavanzal 뒷모습과 옆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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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모습과 창틈으로 들여다본 실


20221107_085919.jpg 성당 앞의 작은 집. 처마밑에 쉼터를 만들어 놓아 성당 보며 쉴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걷다 보니 멀리 산맥이 보입니다. 내일이나 모레쯤에는 저 고원 위 어딘가를 지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좋겠지만 말입니다.

P1154678.JPG 진행 방향 멀리 보이는 산맥

여기저기 불에 그을린 흔적들을 보며 길을 찾아 가는데 커다란 호수와 댐이 나타납니다. 성당의 이름을 따서 댐의 이름도 '아가반살 댐'이라고 합니다. 댐을 통과하며 길이 이어지는데 이곳 근처 숲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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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의 흔적과 아가반살 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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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없는 잔잔한 수면은 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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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방류중 입니다.

저수지를 끼고 거의 3km 정도를 걷습니다. 다음 마을인 'Villar de Farfón 비야르 데 파르폰'에 도착합니다. 바르라도 있나 찾아보지만 마을이 작습니다. 그런데 알베르게가 하나 있는데 문을 열었고, 차와 과자등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

P1154690.JPG Iglesia San Pedro Apóstol. 성당이 있을 것 같은 사이즈의 마을은 아닌데 성당이 있었네요.
P1154691.JPG 거의 사람이 살지 않는 듯해 보이는 마을


P1154693.JPG 버려진 주택을 개조해 만든 Albergue Rehoboth

알베르게 안에서는 덴마크 커플과 두세 명의 순례자와 알베르게 쥔장이 열심히 대화중이다. 차 한잔과 과자를 먹고 사과도 한 개 먹으면서 영어로 이어지는 대화를 듣는데 아... 그냥 갈걸... 산불이 나 피해 입은 이야기와 종교에 대해 얘기하는 듯한데 참 진지하다. 기부를 하고 나와야 할 것 같아서 지갑을 열었는데 20유로 지폐만 보인다. 그냥 쾌척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나중에 알베르게 이용자 후기를 보니 이곳은 기부제라 고하지만 공정가격이 20유로인 듯합니다. 시설 자체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니 이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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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쥔장은 기독교에 심취한듯 보였습니다.
P1154697.JPG 길과 길 옆의 돌담과 그 뒤의 나무... 아름다운 길입니다.

5km쯤 걸었을 무렵 'Rionegro del Puente 리오네그로 델 뿌엔떼'라는 마을이 나타났고, 구글 지도를 보니 괜찮은 식당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점심을 하고 가렵니다.

P1154698.JPG 강이름이 리오네그로(검은 강)인데, 바닥이 좀 검게 보이나요?
P1154700.JPG Nuestra Señora de la Carballeda

다리 건너 마을로 진입하자마자 왼쪽에 제법 큰 식당이 있습니다. 약간 이른 시간이었지만, 잠시 후에 식사제공이 가능하다고 하여 자리 잡고 앉았습니다. 메누 델 디아를 시켰는데 이 길에서는 처음 접하는 격식을 갖춘 식사를 순서대로 서빙해 줍니다. 속으로 살짝 긴장합니다. 도대체 얼마를 받으려고...

메누 델디아를 주문했더니 1리터가 넘어 보이는 물과 와인을 같이 준비해 줬고 여러 개의 잔 그리고 스푼과 나이프 등을 세팅해 줍니다. 우와 뭔가 비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편하게 즐겨보기로 합니다.

첫 번째로 비스킷 같은 빵과 빵에 발라먹을 페이스트를 서빙해 줬는데, 우와 맛있다. 참치 같은 것으로 만든 것 같은데 간이 매우 적절하고 감칠맛이 풍부합니다. 두 번째 접시는 빠에야와 치즈, 버섯 구이 등을 내왔는데 밥이 아주 잘 익어서 먹기 좋았고 맛도 좋았습니다. 스페인에서 빠에야를 먹을 때 쌀이 잘 익은 경우를 만나는 것도 복입니다.^^ 세 번째 접시는 로모였는데 짜지 않고 고소한 맛이 참 좋았습니다. 후식으로는 푸딩과 아이스크림을 주는데 호텔 양식당 같은 느낌이 듭니다. 뭐 호텔 양식당을 이용해 본 적이 몇 번 없긴 하지만 말입니다. 끝인 줄 알았는데 츄피또라고 부르는 술 2종과 섞어 마시는 걸 같이 내주는데 맛이 매우 독특(심지어 달다)하고 도수가 높아 한잔 마시고 술기운을 빌려 목적지 마을까지 걷는데 도움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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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과 참치스프레드, 빠에야와 치즈를 곁들인 버섯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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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모구이와 후식 아이스크림, 푸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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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까지 내어주시고 아주 차갑고 달달한 독주도 한잔 내어 줍니다.

긴장을 하고 결재를 하니 이 풀코스 메누 델디아는 15유로였습니다. 이 식당의 이름은 'Me Gusta Comer 나는 먹는 게 좋아'. 이곳은 반드시 거쳐가야만 하 식당이었습니다. 은의 길을 포함한 모든 스페인 내 순례길의 메누 델 디아 중 엄지 손가락 척!입니다.

P1154701.JPG 몸부에이 가는 길은 시원한 고속도로 옆 방목지 초원을 걷는 길입니다.
P1154702.JPG 방목 중인 양 떼도 만납니다. 관리자 혹은 관리견은 보이지 않습니다.

갑자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전반적으로 흰색의 매우 귀엽게 생긴 고양이가 발밑을 어슬렁거리며 따라옵니다. 줄게 없어서 빵쪼가리를 떼어 줬지만 냄새만 맡고 먹지는 않습니다. 이 너무도 귀여운 고양이는 저를 따라 한 1km 넘게 동행을 했습니다. 몸부에이 근처에 집이 보이기 시작하자 고양이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고 몸을 돌려 돌아갑니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릅니다. 왜 사람도 살지 않는 들판에서 지내는지 알 수 없었고 우리나라에서 만났다면 꼭 집으로 모셔왔을 것 같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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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도 없는 곳에서 만난 고양이. 개 마냥 졸졸 따라옵니다.
집에 데려오고 싶었던 고양
P1154709.jpg 옛날집과 요즘집의 동거
P1154710.jpg 몸부에이에는 여러 개의 식당과 마트도 있습니다.

작고 아담한 알베르게를 물어물어 찾아 다시 물어 물어 열쇠를 받아 짐을 풉니다. 4개의 이 층침대뿐인 기부제 알베르게에서 하루 또 쉬어갑니다. 알베르게 열쇠는 맞은편 오른쪽에 신부님이 머무는 집이 있는데 이곳에서 받을 수 있었습니다.

20221107_165043.jpg 알베르게. 왠지 따뜻하고 깨끗해 보이지만, 비를 맞고 난 후라 좀 습하고 추웠던 느낌...
20221107_193836.jpg 알베르게 옆 성당 Iglesia de Nuestra Señora de la Asunció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