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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Mar 31.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13일차

Santander  ~ Santillana del Mar

Camino del Norte 823km Day-13

Santander 산탄데르 ~ Santillana del Mar 산티야나 델 마르 : 38km, 획득고도 692m

복쪽길 13일차, 램블러 기록


밤새 잠을 설쳤다. 

방은 있지만 천장은 다뚫린. 방문도 없는 모든 공간의 침대에서 삐걱거림이 들린다. 앙헬형님과 주변 사람들의 코고는 소리는 확실히 줄었지만. 난 아침 똥 습관이라 아직까지는 블편하지 안았는데 이곳은 변기 두개중 한개에서만 대변을 볼 수 있는 상태다. 설친 김에 새벽 변을 보고 다섯시 30분쯤 짐 정리해서 5시 40분에 나섰다. 어차피 40키로 가까이 걸어야 하므로 좋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오스삐딸레로 할머니의 '부엔 까미노' 인사와 함께하는 배웅을 받으니 기분이 더 좋다. 오스삐딸레로의 배웅을 받는 경우는 없었는데, 이곳은 할머님이 알베르게에서 숙식을 하셔서 가능한듯 하다.  도심을 빠져나가는 일은 꽤 성가셨지만 프랑스 길과 달리 북쪽길은 그냥 직진에 가깝다.

그래도 확인에 확인... 

도심을 빠져나가기까지는 약 두시간 정도 걸린듯 한데 그제서야 동이 트기 시작한다. 

산탄데르가 끝나는 지점에서 뻬냐까스띠요라는 마을에 도착한 후 요의도 느껴지고 갈증도 나서 문연바르를 찾아 본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유소를 만났는데 바르가 같이 있다. 생 오렌지 쥬스를 한잔 시켜 먹었다.2.95유로. 비싸기도하지... 화장실을 청소중이라 이용할 수 없었고, 아직 깜깜한 마을의 공터에서 실례. 도로 옆에서 뭔가 반짝이는 물체가 있길래 랜턴을 비췄더니 염소 한마리가 넓은 초지에 묶여있다. 초록색 느낌의 푸른 눈빛을 갑자기 만나면 무섭다. 이게 갠지,손지,양인지 알 수가 없다. 

밭에서 홀로 밤을 지새운 염소 한마리

지나온 산탄데르 방향에서 동이 터오고 있는데, 기대하지 않았지만 여명이 그래도 볼만하다.교회당의 실루엣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감성이다.  

마을을 지나 인적도 차도 거의 없는 도로, 흙길 등을 이어 걷다가 철길옆을 걷는데 기차 소리가 들린다. 안개를 뚫고 달리는 열차 모습을 배낭에 매고 있는 큰 카메라를 꺼내 급하게 담았는데, 나름 느낌있다. 


인구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 도시와 도시,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렌뻬(스페인 열차)
성당의 실루엣이 참 아름답다.

기찻길 옆을 걷다 완전히 밝아지고 나서 만난 첫동네의 이름은 산타 크루쓰 데 베싸나 라고 하는 곳이다. 주택단지인데 학생들이 등교하러 모이고 있었다. 이곳도 일종의 베드 타운처럼 형성되었나 보다.

Santa Cruz de Bezana 마을 모습과 동네 성당

싼타 크루쓰 데 베싸나를 지나 다시 한적한 도로 옆길을 걷는다. 요의가 느껴질 때면 그냥 대강 눈치보고 해결을 하는데, 뭐 지나는 사람이나 차가 별로 없어 거리낌 없다. 하지만 가끔 해결하고 뒤돌아서면 어디선가 사람이 나타나거나 차가 다가오는 경우가 있어 사람이 아주 없는 곳 같아도 앞 뒤의 인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민망한 상황을 겪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어쨌든 자유롭게 해결할 수 있다. 큰게 아니라면 말이지.

몸삐아 라는 마을을 지나며 흔한 성당을 다시 만나고, 사진하나 찍고 힘들어지기 시작한 발을 열심히 옮긴다. 도로 옆길을 지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Mompia 마을의 Ermita de Nuestra Señora del Rosario
오른쪽으로 드리워진 그림자와 계속 함께한다.

흙길을 가끔 만났지만 그 길이는 짧았고 다시 포장도로를 만나는데 확실히 포장도로에서의 발 피로가 더 심해짐을 체득하는 시간이다. 다리를 건널 수 없게 되어 길을 길게 돌아서 걷게 만들어 놓았다. 중간 짧은 숲길에서 560km 남았다는 표지를 만난다. 

다리에서 강을 따라 왼쪽으로 접어들면 강(Rio Pas,빠스 강)변의 조용한 집들과 La Mina라는 꽤 좋은 주택단지를 지나게 된다. 그리고 흔한 성당을 하나 또 만난다. 

라 미나 마을의 Iglesia de Santa María 싼타 마리아 성당. 성 마리아 성당.
많진 않지만 종종 도보 여행? 운동을 하는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 

좁은 흙길을 지나자 다시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Arce 아르쎄라는 곳이다. 잠시 쉬어갈까 싶어 두리번 거리다 빵집 안내판을 발견하고 길에서 왼쪽으로 살짝 벗어난 90년 전통의 빵집인 El Pilar에 들른다. 빵집의 너른 주차장에는 차들이 여러대 서있고, 주말의 오전시간을 보내는 현지인들이 가득하다. 여러가지 빵, 토스타, 오믈렛 등등을 파는듯 하는데, 익숙하고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힌? 콜라와 또르띠아 데 빠따따쓰...^^;; 맛있다. 특히 빵이 바삭 촉촉하다. 

El Pilar 빵집, 꼭 들렀다 가길 추천한다.

잠시 휴식 후 다시 빠스강을 건너 옆 마을로 들어선다. 

다리를 건너며 왼쪽을 보는데 오래된 다리가 보인다. 공식 루트는 저 다리를 건너야 하는 것이지만 공사중이기도 하고 돌아가는 길이라 그냥 빠른 길로 왔는데, 다리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어 더 좋았다. 다리를 건너면 오루냐라는 마을이고 이곳에도 예쁜 성당이 우뚝 서 있다.

Oruña
Iglesia de Santa Eulalia

오늘 걸어야 하는 거리가 좀 길긴 했지만 이제 절반 정도 지난듯 하다. 아직 온것만큼 더 걸어야 하는데 해가뜨겁다. 준비해온 모자를 쓰고 한적한 길로 접어드는데 아! 날씨가 너무 좋다. 투덜댈 틈이 없는 길이다.

하늘 뭐냐? 힘들긴 하지만 진짜 날씨와 풍경이 정신적 쾌락을 강화하는 도파민을 뿜어내게 만드는 것 같다.발이 아프다는 것을 잊게 만드니. 하지만 산티야나 델 마르까지 아직 16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안내판을 보니 뭐랄까 아 씨X 졸X 많이 남았네라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 나온다.  

해발고도는 110m 가량 되는데 주변에 가리는 것이 없어 시야가 매우 좋다. 

뭐냐 이 풍경


북쪽에는 멀지 않은 곳의 바다 방향의 경치가 참 좋다. Mar 마르(바다)와 ㄹ레께하다라는 마을까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걸을 수 있었고, 오늘의 날씨와 경치는 정말이지 순례자의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레께하다requejada라는 동네는 시골동네 치고는 꽤 크고 기차역도 있다. 숙소에 도착해 주변 사람들과 안되는 대화를 살짝해보니 기차를 이용해 여기까지 와서 걷는 순례자도 많은 듯 했다. 하지만 난 걸으러 왔기 때문에 걷는 방법외에는 생각해보질 않았다. 레께하다의 공원벤치에 앉아 신발과 양말을 벗어 발도 말리고, 간식으로 준비한 맛있는 황도와 자두, 콜라와 함께 꿀같은 휴식을 취한다. 

도시를 지나면 다시 한적하고 멋진 풍경을 맞이하고 그 풍경을  뒤로하고 다시 마을을 잇는 도로를 따라 걷는다.  

바ㄹ레다라는 마을을 지나 비베다, 께베다라는 마을을 이어서 통과한다. '다'로 끝나는 마을이 많은 지역이다. 

바 ㄹ레다 마을과 그곳의 Iglesia de Santa María. 싼타 마리아 성당이 참 많기도 하다.

강을 건너기 위한 다리를 건너고 씽씽 달리는 차도 옆깊을 걷다보니 다시 마을로 들어선다. 

비베다를 빠져나오니 다시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시작된다. 

제주의 느낌이 드는데 뭐랄까 제주보다 광활한? 시야가 더 넓은?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멀리보이는 마을과 그 마을에 있는 성당은 어느 곳이나 한폭의 중세시대 그림같은 느낌이다. 물론 난 중세에 살아본적이 었으니 그냥 고풍스러운 느낌? 그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싶다.  

정말 풍경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계속하며 비베다를 지나면 차도 옆을 지나는데 살짝 언덕도 나오고 좀 많이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해가 많이 남았지만 시간은 어느덧 3시를 훌쩍 넘었고 아직 5키로 넘게 남아 걸음을 재촉한다. 

산티야나 델 마르로 들어가는 길을 살짝 놓쳐 도로를 따라 돌아가긴 했지만 아름다운 산티야나 델 마르에 도착한다. 미리 확인한 알베르게 Albergue de peregrinos "El Convento"에 찾아 들어가니 규모가 꽤 크다. 오스삐딸레로는 예약 여부를 물었는데 예약 안했다고 하자 문제없다고 얘기한다. 알베르게 요금은 13유로고 저녁 먹으러 식당찾기도 피곤해 저녁을 10유로에 신청했다. 

Albergue de peregrinos "El Convento" 전화로든 이메일로든 간단하게 예약하는게 안전할 듯 하다. 

알베르게는 옛 수도원을 리모델링한 것 같은데 2인실에 간이 수전도 하나 있는데 13유로라니 와우!

방을 배정받아 들어가니 길에서 만나 인사한 독일 순례자가 룸메이트다. 반갑게 인사하고 샤워하고 빨래하고 널고 침대 2층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방과 화장실 샤워실 컨디션이 상당히 좋다. 방의 창으로 보이는 마당의 풍경도 참 좋았다.

이곳에 묵을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과 함께 이렇게 쾌적한 알베르게를 저렴한 가격에 운영하는 시설에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

마당에서 바라본 평화로운 알베르게 모습
저녁으로 닭고기 빠에야가 나왔는데 쌀이 거의 생쌀같아서 좀 그랬지만 맛있게 먹었다. 
선크림을 챙겨왔지만 한번도 바르지 않아 다리도 많이 탔다. 

오늘 가장 긴 거리를 걸었지만 매우 힘들었다기 보다는 매우 발이 아팠다.

간식으로 준비한 무설탕 사탕과 황도 2개와 자두1개를 먹고 오렌지 쥬스 1잔과 콜라 1병과 또르띠야만 먹고 40km를 걸었다. 물론 중간에 무화과 2개와 포도 2알 서리해 먹었다. 포도는 한송이 땄어야 했다. 너무 맛있었다. 참고로 무화과는 그냥 산길에 있는 거였고 포도도 따지 않아서 마른 것과 함께있는, 놔두면 거름되는 놈들이었으니 훔처 먹었다고 뭐라 하진 마시길...


산티아고를 향하는 순례길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부터 아시아,유럽, 아프리카의 순례자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유럽인들 특히 독일과 프랑스인들이 스페인 자국민을 제외하고는 가장 자주 보인다.  따라서, 영어를 일정수준 할 수 있다면 다양한 국적의 연령대의 스펙트럼도 넓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 마음이 맞으면 같이 걷기도 하고, 같이 밥도 해서 먹고.하지만 영어나 스페인어를 해야 필요는 없다. 도보여행의 목적은 다양하고 사람의 취향도 여러가지니까.^^

나의 스페인어 실력은 실력이랄 것도 없다. 나름 공부를 하려고 노력은 해봤지만 외워지지 않았고, 막상 외운것도 대화하다보면 생각이 안나는 것이 거의 다 였으니. 짧지만 어쩔수없이 배웠었던 영어가 그나마 나은것 같기는 하다. 어쨌든 언어는 사람을 사귀는데 있어서는 일종의 장벽이기도 하고 도구이기도 하니 조금이라고 익숙해지면 큰 도움이 된다. 

아! 그리고 현지에서 유심을 사면 보통 15유로 정도에 4주 사용, 20기가 이상을 사용할 수 있으니 꼭 현지에 와서 유심을 구입해 스마트폰에 장착하면 매우 편리하다. 데이터를 쓸 수 있으면 구글 번역기로 도보 여행에 필요한 것은 거의다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고마워 구글!!!  



[오늘의 지출]

오렌지 쥬스 2.95

콜라와 또르띠야 4.8유로

알베르게와 저녁식사 23유로

알베에서 콜라 한캔 1.5유로

32유로 정도 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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