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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02.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14일차

Santillana del Mar ~ Comillas 

Camino del Norte 823km Day -14

Santillana del Mar 산티야나 델 마르 ~ Comillas 꼬미야스 : 23km, 획득고도 563m

오늘의 코스는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약 100m 전후의 오르막을 10개 이상 경험한 날이다.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상당히 가파른 코스가 많았다. 100m 별거 아닌 높이지만 10kg 넘는 배낭을 맨 나에겐 이런 날이 더욱 힘든 날이다. 


어제 약 40km 가까이 걸었지만 몸이 무거운거 말고는 다른 후유증이 있거나 하진 않아 다행이다. 좀 무거운 다리를 끌고 시작부터 언덕을 오른다. 어두운 아침에 동네를 돌아보니 펜션 같은 건물도 좀 있고한걸 보니 제법 유명한 관광지인듯 하다.   

가로등 불빛에 보이는 건물의 부분부분이 정감있어 보인다.  언덕 위에 올라서니 먼동이 터온다.

어제 동네 구경을 못해 초승달 뜬 산티야나 델 마르의 새벽 풍경이라도 담는다.

언덕 넘어 가니 아르로요 마을의 입간판이 우뚝 서 있다. 스페인의 동네 간판은 몇가지 형식이 있는 듯 하다.현란한거 단순한거 멋진거... ㅋ 

아르로요 마을


Ermita de Nuestra Señora

건물 앞에 ermita 라고 적힌 것은 작은 예배당, 동네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예배당 쯤으로 이해하면 될듯하다.  경당을 지나 이어지는 내리막 길 앞으로 같은 곳에서 묵었던 순례자들이 꽤 많이 보인다. 중간 중간 인사를 하면서 걷는데, 이렇게 순례자와 앞에 펼쳐진 길을 같이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항상 사진으로 남기려고 노력한다. 이 길엔 사람 그러니까 순례자가 있어 순례길의 감동도 확실히 커진다.  

다시 언덕을 향해 해변쪽으로 향하는 길 정상부에는 '성 뻬드로 성당'이 우두커니 햇볕을 받고 서있다.  성당앞 마당에서 잠시 쉬어가기도 한다. 

Iglesia de San Pedro
Iglesia de San Pedro

성당을 지나니 진행 방향에 마을이 보이고 그 오른쪽 너머로는 다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만나는 나의 동반자와 마을

작은 규모의 마을이 이어진다. Barrio Caborredondo라는 이름의 마을에 들어서면 작지만 잘 관리되고 있는 아름다운 성당인 Ermita de San Bartolomé를 한바퀴 둘러본다. 

Ermita de San Bartolomé

어디서 갑자기 예닐곱명의 순례자들이 앞에 나타난다. 동네가 깨끗하고 조용한데 창틀앞에 앉아 무심하게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가 인상적이다. 

마을 중심부에 들어가자 야외 테이블이 깔린 Restaurante las Sopeñas에 거의 모든 순례자들이 각자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샌드위치를 먹기도 한다.  나도 콜라와 감자 오믈렛을 시켜 잠시 쉬어간다. 담배도 한대 피워주니 참으로 좋다. 

차량 통행이 드문 차도를 따라 걷다 다시 인적이 드문 길로 접어 들어 걷다 보니 진행방향(동쪽) 저 멀리 높고 긴 산이 보이는데 아마도 Pico de Europa라고 생각이 된다.  

왼쪽 사진에 보이는 머~언 산이 피코 데 에우로파

숲길인지 산길인지 그냥 길인지 애매한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곳에 갑자기 성당이 하나 떡하니 나타난다. '성 마르틴 성당'이라고 한다. 안에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문이 열려있는 여름 성수기에는 가이드와 함께 내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바로크 양식으로 1700년대 중반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뭐 북쪽길의 시골마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크기나 형태는 아닌듯 했다. 

Iglesia de San Martín

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만들어진 도로를 따라 상당히 따가운 햇볕을 피해 걷다보니 Cobreces라는 마을에 들어선다. 

바다와 인접한 코브레쎄스 마을은 멀리서도 보이는 붉은 색 치장을 한 멋진 성당도 있는 규모가 약간있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멀리 두개의 종탑을 가진 Iglesia Parroquial San Pedro Advíncula가 인상적이다.

바르에서 잠시 쉬며 콜라 한잔하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어느 집 문옆에 걸린 Bienvenidos(환영)라는 초인종 장식물이 눈길을 끈다. 예쁘기도 하여라.

얼마간 걷다보니 시야가 확 트이며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해변의 이름은 루아냐 비치(Playa de Luaña)이다. 독일에서 온 친구인 게일이 먼저 와 바다를 감상하고 있길래 한컷찍어 주었다. 근데 이놈의 카메라는 사람을 찍을 때 피부색이 좀 붉게 나오는 경향이 매우 강한듯 하다. 나는 걸음이 느리므로 잠시 해변을 눈과 카메라에 담고 다시 걷는다.

건물의 창이 바다 풍경의 액자 속의 액자가 된다.
독일 아자씨 게일과 루아냐 해변

루아냐 해변을 지나면 오르막이 다시 나오는데 꽤 성가시다. 오늘 짧지만 가파른 언덕이 자주 출현하고 있어 좀 괴롭다. 하...

언덕을 올라 루아냐 해변을 바라보니 이 또한 절경이라 입밖으로 나오던 욕이 들어가 버린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양이지만 Trasierra 마을에서 만난 고양이는 개냥이었다. 좀 친하게 굴었더니 바로 배를 깐다. 귀여운놈.

잠시 남쪽으로 걷다 다시 동북쪽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방향을 트니 '루일로바' 마을의 조형물이 나오다. 이 마을에서는 다시 바다가 멀리 보인다.   오늘의 목적지인 '꼬미야스'까지는 이제 6km 정도 남은듯 하다. 거의 혼자 걷다보니 도보 순례여행이 참으로 단순해지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사람때문에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사람때문에 피곤한 일이 또 많으니 이래도 저래도 어떤 선택도 나쁜것은 없다. ^^ 

왼쪽 사진의 마을 안내 조형물(입간판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이 최신 트렌드인듯 하다. 딴 동네에서 공사중인것을 봐서 안다.ㅋ
송아지와 어미소가 나란히. 그리고 주황색 산뜻하게 지어진 시골집이 초록색 자연과 애무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좋다. 좋아!
오른쪽 사진의 동네는 이름이 성당(교회)라는 의미인 La Iglesia 인데 '루일로바'의 타운 홀이 있는 동네다.

루일로바 중심을 지나면 다시 한적한 시골길이 이어지는데 오르막끝 차도옆에 'Ermita de San Roque'가 있는데 문이 열려있어 안에 들어가 볼 수 있고 세요도 알아서 찍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Ermita de San Roque

성인 로께에게 봉헌된 경당을 지나면 'Concha' 마을로 이어지고 바다가 보이는 길을 걷게 되는데 바다에 인접한 오늘의 목적지 마을인 'Comillas 꼬미야스'의 해변 마을의 모습이 멋지게 보이는 곳에 닿는다. 

꼰차 마을을 지나자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다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다. 언덕을 돌자 꼬미야스가 보인다.

꼬미야스 해변 마을
Centro Universitario CIESE - Comillas | Estudios Hispánicos

꼬미야스로 진입해 왼쪽 언덕 윗방향으로 올라가 오늘 묵기로 예약한 알베르게를 찾는다. 하얀색 건물이 눈에 잘 띄인다. 체크인하고 침대 배정 받고 나머지 루틴을 하고 점심 겸 저녁을 먹으로 마을 광장으로 내려간다. 

알베르게 벙커베드와 정원? 테라스?

비슷해 보이는 식당중 꼼비나도 플라토 중 오징어 튀김, 크로켓, 샐러드와 콜라를 시켰다. 15유로... 이건 좀 너무한거 아니냐고... 오징어 튀김과 샐러드는 맛있었는데, 내용물이 크리미하면서도 뻑뻑하고 맛도 애매한 크로켓을 배가 차지 않았음에도 남길 수 밖에 없는 맛이었다. 식감도 별로고. 

식사를 마치고 꼬미야스의 해변 언덕쪽으로 구경을 나가니, 매우 멋진 조형물들과 함께 꼬미야스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잡은 공원묘지 구경과 바로 근처의 전망 공원인 'Mirador Punta de la Moría'로 이동해 경치를 좀 즐기다 숙소로 돌아왔다. 

절묘한 위치에 자리잡은 Casa del Duque de Almodóvar del Río. 멀리서 사진만.
Parque Güell y Martos 구엘과 마르토스의 공원

꼬미야스는 성당이 있는 중심광장만 매우 낮은 지형에 위치하고 있고 나머지의 공원이나 대학 등 대부분의 넓은 지역은 언덕위에 위치하고 있어 다닐 때 좀 힘들었다. 숙소는 높고 중앙광장은 제일 낮고 다시 공원묘지는 가파르고 긴 계단을 올라야 만날 수 있었다. 

Cementerio de Comillas 꼬미야스 공원묘지
꼬미야스 공원묘지의 조형물과 해변 풍경
꼬미야스 공원묘지에서 바라본 꼬미야스 중심부
꼬미야스 해변

한국에서 출발전에 산 테바 쪼리는 푹신하긴 한데, 아직 단련이 안되서 쪼리와 발을 연결하는 라인 부분이 까져서 아프다. 굳은 살이 배겨야 편안하게 신을 듯 하다. 아픔을 참고 열심이 다시 걸어 꼬미야스의 성인 크리스토발의 성당 구경을 하고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저녁 해가 넘어간다. 14일만에 해 떨어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비교적 심플한 Iglesia San Cristóbal de Comillas

성인 크리스토발에게 봉헌된 이 성당은 현재도 잘 사용중이라 내부를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성당의 천정 구조가 늘 경이롭고 아름답다. 어떻게 돌을 가지고 저렇게 아름다운 모양이 잘 지탱되도록 고정했는지.

마을의 광장중 하나

마을 광장의 관광객들을 빼고는 규모가 좀 있는 관광도시처럼 보이지만 한적하다. 아마도 성수기가 지났기 때문이겠지. 알베르게로 돌아와 스페인 현지의 라면과 과일등으로 저녁을 간단하게 마무리하고 담배한대 피러 테라스로 나왔는데 마침 해가 진다. 스페인에 처음와서 보는 일몰이다. 

알베르게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일몰.

아직까지는 딱히 불편하지 않은 도보 여행이 되고 있다. 물론 발이야 좀 아프지만, 숙소도 딱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먹는 것도 비교적 잘 찾아 먹고 있는 편이다. 좋은 레스토랑에 들러 맛있는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뭐 먹으러 온것도 아니고 괜찮은 식당은 꽤 비싸고 혼자서 먹기에 양을 맞추기도 어렵고... 바다와 인접한 지역이라 분명 해산물 요리들이 맛있을 텐데 먹어 본거라곤 오징어 튀김이 전부였네. 역시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맞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의 이 여행도 충분히 좋다. 아직까지는


[오늘의 지출]

아침 콜라와 감자 오믈렛 3.8

중간 콜라 2.5

점저 15

장보기 7.5

알베르게 20

54유로나 썼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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