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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03.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15일차

Comillas ~ Colombres

Camino del Norte 823km Day-15

Comillas 꼬미야스 ~ Colombres : 29km, 획득고도 658m


북쪽길 15일차

오늘은 15일차. 도착 목적지는 콜롬브레스이고 거리는 약 30km 예약은 하지 않았다. 부지런히 걸으면 되겠지 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걷는다. 오늘 묵고자하는 알베르게의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아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나 했지만, 내가 경험해본 알베르게는 거기서 거기다. 

알베르게에서 준비중인 아침을 안먹고 6시 40분에 출발. 오늘 갈길이 30km 정도라 좀 서둘렀다. 어제 가우디의 건축물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고 아침 순례길 도중에 있을까 싶었지만 찾지 못했다. 결국은 그냥 갔다. 

까미노 중 시내에서 길을 찾을 땐 mapy.cz 라는 맵이 매우 요긴하다. 아웃도어 맵을 열면 파란색으로 까미노 길이 표시된다. 미리 지역별로 다운로드 하면 데이터 없이 현재 위치를 확인 할 수 있다.

오늘 아침도 잘 활용했다.

성당이 있던 광장으로 방향으로 다시 내려가 성당을 끼고 왼쪽방향으로 진행한다. 

도심을 빠져나가는 길은 제법 넓은 차도를 따라 걷는다. 7시가 넘어가면서 동이 터오기 시작한다. 

폭이 꽤 넓어 보이는 강이 나타난다. '라비아 강'을 건너 강의 왼쪽을 따라 걷도록 안내한다.  노란 화살표를 잘찾아 진행해야 마음도 몸도 편해진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에 그론세의 약식 지도와 mapy,구글지도를 잘 참고하면서 걷는다.

강 하구와 바다가 연결되는 이곳은 넓은 퇴적층이 형성되어 있는데, 밀물때는 물이 들어와 가득 찰 것 같았다.

 Arroyo del Capitán 이라는 지명의 강인지 호수인지 구분이 안가는 곳을 다시 건너자 차도의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왼쪽으로는 캠핑장이 자리하고 있는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게 된다. 오르막 끝에 도달해 바다 방향의 벤치에 앉아 준비한 자두와 오렌지 쥬스로 당을 채우는데 좀 쌀쌀한 느낌이 살짝드는 바다의 풍경이 참 좋다. 

이런 곳에서는 담배 한대 피워 줘야지. 날리는 연기에 근심도 같이 날아가 버리길.

쉬는데 지나온 방향에서 해가 뜨기 시작한다. 7시반이 훌쩍 넘어 8시가 다 되어서야 해가 뜨기 시작한다.  

저 멀리 웅장한  산봉오리들이 줄지어 보인다. 저곳이 바로 피코 데 에우로파일 것이다.

언덕을 완전히 넘어서면 내리막 길이 길게 이어지고 멀리는 Pico de Europa가 계속 시야에 들어온다. 그 모습에 반해 연신 카메리에 담으며 걷는다. 

유럽의 봉우리 피코 데 에우로파의 모습이 진짜 멋지다.

오른쪽으로 늘어선 해변은 Gerra,Bederna,Merón,Puntal,La Maza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이 해변은 'San Vicente de la Barquera' 마을로 이어주는 'Puente de La Maza 마싸의 다리'까지 순서대로 이어진다. 

해변에는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부지런한 서퍼들이 열심히 파도를 고르고 있다.  

갤럭시 s21 울트라의 10배줌으로 촬영한 피코 데 에우로파

해변을 따라 이어진 길은 작은 규모의 마을을 지나는데 일찍 문을 연 바르가 있어 까페 꼰 레체 한잔하면서 잠시 쉬어간다. 멀리 피코 데 에우로파를 바라보며 투명한 컵에 담긴 멋부리지 않은 무심한 라떼...

'마싸교'를 건너면 순례자의 길은 'San Vicente de la Barquera'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로 이어진다. 

San Vicente de la Barquera 모습. 중앙에 보이는 건물은 '성 빈센데의 성 Castillo de San Vincente'
강줄기 여러개가 모여 호수처럼 넓고 큰 물줄기를 이루어 바다로 이어진다. 
다리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

'San Vicente de la Barquera'라는 동네 이름은 뜻을 보면 '뱃사공 성(聖) 빈센테'라는 뜻인데 아마도 이동네를 일군 사람이 성인으로 추앙 받았었나 보다. 

나와 순례길을 함께한 자외선 차단제 '톤핏선'

중심부의 왼쪽으로 난 언덕길을 올라 바다 방향이 아닌 내륙 방향으로 다시 방향을 바꾼다. 마을이 점점 멀어진다. 멀리 'Parroquia Nuestra Señora De Los Ángeles' 성당이 보인다. 풍광이 매우 아름다워 하루 묵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 동네였다. 이곳에는 3월부터 11월까지 칸타브리아 지역 협회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를 10유로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을 보니 꽤 관리가 잘되고 있는듯 했다. 

하얀 집 벽에 장식된 범선 조형물이 예쁘다. 
La Acebosa 마을의 'Iglesia de San José'

약간 높은 구릉지대를 통과해 Iglesia de San José 마을을 통과하면 가파는 언덕길이 지친 몸에 괴로움과 힘듦을 각각 한 숟가락씩 얹는다. 

높은 언덕을 넘다보니 지나온 길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즐거움 또한 있고, 언덕 끝에서 즐길 잠깐의 휴식과 간식이 기대되기도 한다. 

가장 높은 곳을 통과하니 커다란 나무 밑에 벤치가 놓여 있다. 냉큼 자리를 잡고 신발도 양말도 벗어 놓고, 자두와 음료수로 지친 몸에 에너지를 만들어준다. 벤치의 위치가 정말 너~무 좋다. 피코 데 에우로파가 눈앞에 펼쳐진. 이런 멋진 곳에 벤치를 놓아준 분들께 깊은 감사를 표한다. 

자두는 기대와는 다르게 좀 맛이 별로 였다. 

인적도 차량 통행도 드문 차도를 따라 걷는 길에는 순례자를 주의하라는 교통 안내판이 이길이 순례길임을 알려준다. 

갑자기 공사중인 건물이 하나 나오는데 'Torre de Estrada 에스트라다 탑'이라는 곳으로 관광지인듯 하다. 

탑을 지나 조금 걷자 순례자 2명이 걷고 있다. 카메라를 들어 올려본다. 

탑을 지나면 잠시 후 마을을 하나 만나고 그 마을을 지나면 다시 숲에 만들어진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길이 이어지고 잠시 후 큰 차도를 만나고 그 차도는 난사 Nansa 강과 이어진다.

강의 수량이 풍부하고 물고기도 많이 보인다. 

강을 건너면 나팔처럼 생긴 꽃이 무성하게 핀 예쁜 집앞을 지나 철로와 나란히 난 산길로 접어 들었다가 'Pesués'라는 작은 마을로 향한다. 

나팔처럼 생긴 꽃들이 무성하게 피어 도보 여행자들에게 잠시 즐거움을 준다. 

집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 도로를 따라 걷다 'Unquera 운께라' 마을에서 스페인 군인 아저씨 까스뜨로를 다시 만났다. 반갑게 인사하고 어디서 묵는지 서로 묻는다. 이 친구는 이곳 운께라에 있는 알베르게가 아닌 뻰시온이라는 유형의 숙소를 미리 예약했다고 했다.  나는 다음 마을인 꼴롬브레스까지 간다고 말하고 같이 늦은 점심을 먹었다. 스페인 현지인과 식당에 가니 나름 편리한 부분이 있다. 나는 샐러드와 닭다리 구이를 메인으로 하는 메뉴 델 디아와 물을 까스트로는 이쪽지방의 특산물인 사과 탄산주인 시드라와 쵸리소가 들어간 국밥 비슷한 음식을 시켰다.  시드라 맛을 좀 보았는데 시큼 털털한게 맛이 좋지는 않았다. 나의 닭다리 구이는 참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까스뜨로와는 다시 헤어져 'Deva'강을 건너 콜롬브레스 방면으로 걸었다. 다리를 건너면 2km 정도 더 가야한다. 데바강을 건너는 운께라 다리를 건너면 이곳부터는 칸타브리아 지방에서 아스투리아 지방으로 들어서게 된다. 스페인 북부 지방은 동쪽으로부터 바스크, 칸타브리아, 아스투리아, 갈리시아 지방자치 정부가 위치하고 있으며, 이 자치구마다 문화적인 차이가 조금씩 있다. 특히 바스크는 바스크어라는 완전히 독립적인 언어를 사용하는데 유럽의 어느나라 언어와도 유사성이 없는 고립어라고 한다.  

표지판의 콜롬브레스 차량 진행 방향이 아닌 집들 사이에 난 좁고 가파른 오르막 길을 꽤나 올라야 했다.  

언덕으로 이어진 길에서 바라본 경치

밥먹고 얼마 안되어 오르는 가파른 언덕은 진짜... 힘드네.

이렇게 보면 이길이 170m 높이의 고지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언덕을 다 올라서면 시야가 뻥 터져져 막힘없이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어 잠시 주변을 돌아본다. 반듯한 판석을 깔아 만든 길을 걷는 기분이 꽤 괜찮다. 앞쪽에 작은 예배당 같은 건물이 보이는데 가까이 가보니 'Capilla del Cantu(깐뚜;사람이름)'라고 하는 매우 작은 경당이 있다. '까삐야 capilla'는 작은 성당,성당안에 지어진 작은 경당, 기도하는 방, 예배를 볼 수 있는 방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의미 그대로 참 작은 1인실에 가까운 경당이이었다. 

까삐야를 지나자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Albergue El Cantu'에 도착. 파란색의 건물이 상쾌해 보였다. 체크인하고 침대시트와 베개 시트를 받아 배정받은 방의 침대로 가 짐풀고 핸트폰 배터리부터 충전한다. 

그리고 순례길의 루틴인  샤워,빨래, 그리고 휴식

샤워실이 하나인데 남녀 구분이 없어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샤워부스의 문이 우윳빛 간유리라고 해야하나? 투명하지는 않지만 어렴풋하게 보이는 형태라 샤워중인 여성 순례자를 봤기 때문에... 

알베르게의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이유중에는 이 샤워실과 화장실이 한몫한듯했다. 15유로라는 요금이 참 애매한 가격이긴 했지만 난 딱히 불편하지 않았다.


침대 2층을 배정받았는데 가드가 없어 자다 떨어질까 무섭다.

프랑스 길 때도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난간 없는 침대에서 잤는데 그 때도 좀 불안하고 무서웠었다.

아직 남은 과일과 음료로 저녁을  대신하고 간신히 사진과 일기를 정리하고 일찍 누워 내일 코스를 미리 확인하고 카톡하고 순례자 카톡방에 들어가 정보를 확인하고 유투브도 좀 본다. 


삐그덕 거리는 철제 2층 침대는 화장실 갈 때마다 신경을 집중해서 움직여야 했다. 최소한의 소음 발생을 위해.



[오늘의 지출]

첫 휴식 까페 꼰 레체 1.6

중간 간식 3.8

점심 15

알베르게 15

36유로쯤 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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