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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04.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16일차

Colombres ~ Llanes 

Camino del Norte 823km Day-16

Colombres 콜롬브레스 ~ Llanes 야네스 : 25km, 획득고도 531m

북쪽길 16일차 램블러 기록
콜롬브레스 알베르게의 2층 침대에 누워 바라본 뷰 

2층 침대의 공포 속에서, 저린 발가락들을 서로 비비며 밤새 잠을 잘 못 잤다 젠장. 발가락이 저린 이유는 장시간 발바닥에 압력이 가해져서 인듯 하다. 예전에 피자 가게를 할 때도 서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때도 이런 증상이 있었다. 경험해 봤던 증상이라 그러려니하고 무시한다. 

6시 넘어 신속히 짐을 정리하고 사과하나 먹고 출발 06시 47분경.

나와 비슷한 시간에 2팀 3명이 출발. 

어둠속에서 길을 찾아 순탄하게 까미노 돌입.

너무 어두워 화살표로 길찾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mapy 앱으로 길을 비교해가며 찾는다. 1키로 쯤 지나 화살표와 맵이 다른 길을 안내 하는데 이럴땐 그냥 화살표. 약간 돌지만 안전한 길로 안내된다.

다음 마을인 라 프란까 마을에 일찍 문연 바르가 있어 카페 콘 레체 한잔 마시고 정신차리고 다시 걷기 시작. 기운난다.

길은 좋지만  포장도로를 걷는 건 발 바닥에 더 많은 통증을 준다.  다른 신발은 안신어 봐서 모르겠지만 밑창 두꺼운 등산화류가 적합하다는 생각.

마을을 지나며 흙길로 접어들었는데 멀리 고가도로가 보인다. 밑에 이르러서 보니 고속도로의 교각이었다. 우와! 다리(橋)의 다리(脚)가 왠지 좀 빈약해 보인다. 

고가도로 밑으로 이어진 길은 바다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다脚

이 흙길처럼 보이는 길들 전반적으로 석회암 지대인것 같다.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생각되는 형태가 자주 보이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지리시간에 배운 내용이 생각나다니. 우리나라에서 카르스트 지형은 산지에 주로 보이는데 이곳은 바다와 접한 지역에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확답할 순 없다. 내 기억을 믿기 어렵다.

언덕을 넘으면 바다가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의 차도를 따라 걷다 보면 다시 외진 오솔길로 접어드는데 길 끝에 다 무너져가는 농가 주택이 있고 그 너머엔 바다가 뙇!!!

바다를 오른쪽에 바로 접하고 걷다가 다시 차도로 나가면 발음도 어려운 부엘나 마을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이 반긴다. 동네 느낌이 제주도와 참 비슷하다.

초입에 있는 성당을 지나 마을 중심을 통과하니 바다와 연결된 절벽위로 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고 드문드문 눈에 띄는 누렁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마을 초입의 성당은 1897년에 만든거라고 건물 정면에 숫자가 떡하니 박혀있다. 135년된 성당이다. 

Iglesia de Santa Ana

부엘나에서는 마을을 통과하는 해변길과 도로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는데, 당연히 해변길을 따라 걷는다. 

초지의 푸른 기운을 느끼며 걷다보니 숨겨진듯 자리한 아름다운 부엘나 비치가 눈에 확 들어온다. 

비밀의 해수욕장 느낌의 협곡 사이로 모래사장이 드러나는데 이런 곳에서 은밀하게 해수욕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아름다운 해변이지만 주변에 편의시설이 하나 없는 것을 보니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거나 접근하기 불편해서 아는 사람만 찾아 오거나,주변에 더 좋은 해수욕장이 많아서 안올지도.

누렁소가 여기 저기 풀을 뜯는데 소의 눈 부분에 둥그런 테두리처럼 검은색 안경을 쓴것 처럼 보인다. 참 순박해 보이는 품종의 소인데 이녀석들의 똥은 좀 무른것 같다. 소들의 엉덩이 주변이 똥으로 범벅이다. 

리아시스식 해안인듯 들쑥 날쑥한 멋진 해안선이 이어진다. 

다음 마을인 Pendueles 마을을 지나면 다시 해변길로 들어간다. 

바닷가 인근에 캠핑장이 있는데 시즌이 끝난지라 인적은 없다. 대신 해변에는 벤차량이 몇대 보인다. 


다시 넓은 초지 중간에 난 트레킹 길로 들어선다.

석회암 지대 처럼 보이는 해변 초지

해변으로 난 꼬불꼬불한 길을 걷고 있는 다른 여행자들이 보인다. 멀리 제주도의 문섬처럼 보이는 지형이 보인다. 다시 들어선 바다가 인접한 길 어디선가 드레곤 브레스가 들린다. 진짜처럼. 석회암 지대이다 보니 동굴 지형이 많을 것이고 바다에서 이어진 굴로 들이닥치는 파도소리가 지표면에 난 구멍 사이로 소리가 빠져나오는 것인데 직접 들으면 좀 신기했다. 바다에서 제법 떨어진 곳인데.

암석지대에선 염소들이 바위틈의 풀을 뜯고 있다. 야생 염소는 아니고 방목중인 염소. 어떻게 아냐면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이 넓은 초지에 전류가 흐르는 경계선이 둘러쳐져 있기 때문.

순례자 처자에게 부탁해 사진한장. 살이 빠지고 있는 것 같긴하다. 먹는 것보다 활동량이 많긴하니.그래도 아직 많이 통통하다.  


길은 다시 '뿌론 강 Río Purón'로 이어지고 20명 정원의 멋진 인도교를 건너게 한다. 

길은 '안드린 Andrín' 마을 방향으로 계속 이어진다. 마을은 매우 조용하고 아담하고 깨끗하다.

성당앞길을 지나가 두리번 거리며 찾은 길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 지나가던 동네 할아버지가 방향을 정정해주신다. 

마을 안쪽에 자리잡은 'San Juan Bautista 세례자 요한'에게 봉헌된 '안드린 성당 Iglesia de Andrín'
안드린 마을의 일부

길을 잘못들어 헤맨 김에 문연 바르를 찾아 콜라와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요기한다. 주문하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을 데워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손가락으로 가르키면 주인장이 알아서 준다. ^^ 물론 산드위치라고 말해도 된다. 스페인어는 글자 그대로 읽으면 거의 맞기 때문에 메뉴판을 그대로 읽으면 된다.  

요기를 마치고 산 방향?으로 난 오르막을 오르는데 매우 시끄러운 엔진 배기음이 연속적으로 들린다. 차도와 만나는 곳에 안내원이 서있는데 자동차 경주 중이라 차도로 들어가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었다. 오르막 방향의 차도를 튀어 오르듯 질주하는 차들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 위험해 보일 정도였다. 

각각 다 다른 차량을 튜닝한듯 했고, 엔진 소리는 정말 천둥소리 같았다.


조심스럽게 차도옆 인도를 따라 꼭대기까지 오르니 많은 카메라 기자와 관람객들이 차대신 길을 오르고 있는 나를 원숭이 보듯 바라본다. ㅋ. 그래도 '올라'하고 인사하니 반갑게 인사해준다. 


정상부에서 보이는 '바요타 비치 Playa de Ballota'가 환상적이다. 

정상부에서 길은 차도를 지나 다시 언덕으로 올려보낸다. 올라와서 보니 이 가장 높은 곳은 골프장이네.

아직도 경주는 계속되고 있다.

골프장 옆으로 절벽같이 가파는 언덕 높은 쪽으로 난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순례자를 힘들게 한다. 프랑스에서 온 노부부는 나보다 훨 잘걷는듯 하다. 

앞쪽으로 보이는 마을은 Cué 뒤로 보이는 큰 동네는 오늘의 목적지인 Llanes
꾸에 비치 앞의 작은 섬 3개

꾸에 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왼쪽으로 돌아서 야네스로 접근한다. 내려가는 길에 'Ermita del Cristo del Camino'을 만날 수 있고 길은 계속 내리막이다. 

Ermita del Cristo del Camino

이제 내리막이 끝나고 야네스로 들어가는 길 다 무너져가는 주택의 담장에서 도마뱀을 만났는데, 이놈 도망가지도 않길래 사진한장 찍어준다. 어디로 보내줄까?

야네스는 깨끗하고 고급진 도시의 느낌이 들었다. 샤넬같은?


건물 색상도 인상적인 야네스의 중심지

야네스의 알베르게는 야네스 기차역사에 조성되어 있었다. 15유로에 예약을 미리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체크인. 입구의 자판기에서 1.5유로인 에스테야 갈리시아 캔맥주 한캔 뽑아 담배 한대와 함께 하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Albergue La Estación 기차역에 만든 알베르게라서 그런지 이름도 기차역 알베르게다.

4인실 배정받았는데 이곳의 방문은 번호키라 나름 편안한 마음이 든다. 비가 살짝 뿌리기도 하는 날씨에 야외 빨래 건조시설이 없는 듯하여 방 창가에 빨래를 넣었는데 잘 마르지 않았다. 

부엌이 매우 크고 시설이 괜찮아서 마트에 장을 본후 라면에 살치촌 넣어 전자렌지로 돌리니 꿀맛 이었음. 확실히 혼자면 먹을 수 있는게 좀 제한적이다. 2명만 되어도 고기며,달걀이며,스파게티며 해먹기 좋을텐데 이런점이 혼자 다닐때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혼자다니는 건 마음이 편하다. ㅋ


야네스에는 공립 알베르게가 없다. 하지만 15유로에 묵을 수 있는 시설 좋은 에스따시온 알베르게가 있어 다행이고 마트까지 거리가 좀 있으니 미리 오는 길에 마트에 들르면 좋을 듯. 하지만 사먹는게 가장 편하다. ^^



[오늘의 지출]

아침 까페콘래체 1.7

중간간식 4.8

알베르게 17.5

맥주 1.5

저녁은 6.21  

총지출은 32유로. 적당하게 쓴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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