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17일차

Llanes ~ Piñeres de Pría

by 감뚱

Camino del Norte 823km Day-17

Llanes 야네스 ~ Piñeres de Pría 피녜레스 데 프리아 : 21km, 획득고도 423m

북쪽길 17일차 램블러.png 북쪽길 17일차

라 에스따시온 역사의 알베르게는 분명 좋은 축에 속했다. 5성급 호텔이 아닌 다음에다 어떤 숙소든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겉으로 좋아 보이는 알베르게가 꼭 좋은 것은 아니었다. 아주 시설이 열악해 보이는 알베르게 일지라도 꼭 좋은 점은 있었으니까. 크게 기대하는 것이 없으면 딱히 나쁠 것도 없다.

밤늦게 남녀 한쌍이 각각 2층 침대에 자리 잡는 기억을 끝으로 잠을 제법 잤다. 물론 중간에 몇번 깨기도 했지만. 순례길 도보 여행을 시작한 뒤로 중간에 깨지 않고 잤던 기억이 없다. 몇번이나 깼고, 화장실도 다녔다. 한국에서라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인데.ㅋ 예민한건지 ...

6시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는데 빗소리가 들린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 종일 비. 아 별론데...

차려놓은 아침이 있길래 먹어도 되냐고 되도 않는 말로 물었더니 예약을 했냐고 묻는다. 숙박비에 포함된거 아닌가? 애매해서 그냥 나왔다. 빵도 알러지를 일으키는 크루아상인듯 하여.

비가 제법 내린다.사진은 오늘 많이 못찍겠군.

아직 어두운 시간인데다 비까지 내려 더 어두운 야네스 도심을 열심히 빠져나온다. 이른 아침에 만나는 스페인 사람은 청소하시는 분들과 무언가를 배달하는 분들이다. 세상은 내가 보지 못해도 누군가 깨어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유지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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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빠져나와 Po라는 동네를 지나 흙길과 차도를 따라 5km쯤 되어서야 사위의 어둠이 가시고 Celorio 마을의 산 살바도르 수도원 앞을 지난다. 우의에 스틱을 들고 가려니 꽤나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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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lesia de San Salvador & Monasterio de San Salvador de Celoriu

수도원을 지나면 해변이 나타나는데 개 혹은 물개 혹은 무언가 귀여운 동물처럼 보이는 바위가 물빠진 모래사장위로 오르는 듯한 모습의 바위가 참 인상적인 'Playa de las Cámaras 까마라스 비치'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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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31718.JPG 무언가 동물처럼 보이는 바위

귀여운 물개 바위를 뒤로하고 비를 맞으며 걷는데 고등학생쯤 되어보이는 스페인 여학생 둘이 터벅 터벅 걷는모습을 보며 대견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친구들이 빗속에서도 아무렇게나 앉아 간식도 먹고 서로 격려하며 걷는 것을 보니 뭐랄까 대견하기도 하고, 안되어 보이기도 하고 그렇다. 집에서 공부하고 있을 딸래미를 떠올랐다.

바다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비내리는 차도를 따라가는 길은 'Barro'라는 마을을 지나면 바다와 연결된 바로강 하구의 넓은 썰물의 모래사장과 만나고 그 뒤로 마을이 펼쳐지는데 뭐랄까 비 때문에 더 우울한 느낌이 드는 성당(공동묘지)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마 맑은 날이었다면 또 완전히 다른 느낌 아니었을까? 썰물탓에 넓은 모래사장이 드러나 좀 너저분한 느낌이었지만 날이 화창하고 밀물 때 였다면 물에 떠있는 듯한 모습의 아름다운 성당이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든다.

20220924_085407.jpg Parroquia de Nuestra Señora de los Dolores de Barro

성당을 지나 마을 근처의 지붕이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담배를 한대 피운다. 마을을 지나 인적없는 흙길로 접어들어 걷다보면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이는 성당이 멀리 보이는 곳을 지난다. 'Iglesia de San Antolín de Bedón 베돈의 성인 안톨린 성당'은 전혀 관리받지 못하는듯 폐허가 되어가는 듯 보였다. 이제는 신도가 떠나 아무도 없는 수많은 성당을 모두 돈을 들여 관리하긴 어렵겠지 싶다.종교도 참 힘든 때를 보내고 있는 것이겠지. 다시 오지 않을 영광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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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되어가고 있는 Iglesia de San Antolín de Bedón

모두에게 잊혀지고 있는 성당을 지나면 바로 '베돈의 안톨린 비치 Playa de San Antolín de Bedón'가 순례자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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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4_101506.jpg 꽤나 아름다운 베돈 비치

빗방울이 굵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어 모래사장에서 잠시 쉬어가지도 못하고 길을 재촉한다. 배도 고프고 비도 피할겸 바르를 찾지만 해변식당은 문을 닫았기에 다음 마을로 향한다. 'Naves'라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에 오픈한 바를 간신히 찾아 천막을 친 야외 테이블에 젖은 우비를 벗어 놓고 콜라,라떼,샌드위치처럼 생긴 타파스를 주문해 허기진 배도 채우고 비 구경도 한다. 지나던 순례자들 여럿이 쉬어 간다.

20220924_104639.jpg Bar Sidrería Casa Raúl 타파스 바

비가 잦아 들길래 다시 길을 나선다. 동네가 끝나면서 길은 숲 사이의 흙길로 이어진다. 조용한 길에는 가끔들리는 새소리와 빗소리 그리고 내 등산화와 스틱 소리만 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마을이 나오고 다시 한적한 길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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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eva'라는 마을은 기차역,상점,레스토랑 등이 있는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이고 마침 장이 열려 꽤 많은 사람들이 있어 활기차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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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lesia de San Jorge Nueva de Llanes

마을 중심부를 지나면 하천이 나오고 그 하천을 따라 늘어선 집들의 모습이 북한산이나 도봉산 입구 계곡 마을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 정겹다고나 할까? 굴뚝의 연기가 그 정겨움을 더했다.

20220924_122958.jpg 북한산 밑 계곡이 있는 동네같은 느낌

그론세앱에서는 리바데세야까지 가도록 구간을 나누었는데 리바데세야에는 오픈한 알베르게가 없어 누에바를 지나 약 1km 남짓 거리가 떨어진 'Piñeres de Pria 피녜레스 데 프리아'의 교구운영 알베르게에서 머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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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녜레스 데 프리아 가는 길에는 잠시 철길과 나란히 하고 있는 숲길과 고속도로 옆길을 지나가게 되는데 비가 그치고 날이 개고 있어 마음이 좀 가벼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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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코 데 에우로파에 가까워져서 인지 주변의 산 풍경이 무척이나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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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채의 집이 있는 조용한 마을을 지나는데 눈을 끄는 장식의 집이 나그네를 즐겁게 한다. 창가에 장식한 화분을 사람처럼 꾸며놓은 집주인의 센스를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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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알베르게는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지 언덕 높은 곳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가까워 보이지만 꽤 길고 가파른 언덕의 초지 사이로 난 흔적을 따라 오르니 성당 오른쪽 옆 건물이 알베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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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 시간 전이라 잠시 앉아 비내리는 풍경을 감상한다. 이런 때 담배 한대 빼놓을 수는 없지. 시간보다 일찍 오스삐딸레로 할아버지가 나오셔서 접수를 받는다. 세요에 도장 찍고, 인적사항 기록하고, 10유로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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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게에서 보이는 풍경

체크인 하고 입실하니 침대는 원하는 곳에 잡으라고 한다.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여태까지 알베르게 중 샤워실과 화장실은 최고다. 샤워기가 제대로 매달려 있다니 감동이다. 샤워 꼭지가 제대로 걸려있고 게다가 넓기까지한 독립된 공간. 샤워실만 놓고 보면 여태까지의 알베르게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아닐까 싶다.ㅋ

게다가 주변 풍경 어쩔거야?

젖은 우비를 창의 덧문에 걸쳐 놓고, 대강 짐을 정리한 후 샤워, 빨래 루틴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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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고 침대에 돌아와 보니, 알베르게 소속인듯한 고냥이 한녀석이 들어와 내 침대에서 내려가질 않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두고 보고 있다가 이놈이 계속 베개위에 있으려고 해서 슬며시 밀어냈는데 이놈이 침대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침대 끄터리에서 계속 그루밍을 하고 있다. 거참 친근한 놈일세.

알베르게 바로 옆의 성당 구경을 하려고 카메라를 대동하고 한바퀴 돌아 본다. 성당 자체는 특별한게 없어 보였지만 성당 앞에서 바라보는 산악지대의 풍경은 정말 좋았다. 막힌 곳이 하나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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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31737.JPG 알베르게 옆의 Iglesia de San Ped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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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에서 제시한 오늘의 여정은 리바데세야까지 였지만, 숙소문제로 10km 정도를 줄여왔기에 다음 일정의 숙소를 고려한 거리 조정이 필요하다. 프랑스길 이라면 고민하지 않을 것들인데.

주변에 식당이 없어서, 어제 사놓은 라면과 살치촌, 그리고 귤 등으로 대강 해결하고 일찍자고 내일은 39km?




[오늘의 지출]

출발하면서 게토레이 1유로

중간 휴식 커피 등 4.8 유로

알베르게 10유로

오늘은 16유로 밖에 안썻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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