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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06.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18일차

Piñeres de Pría ~ La Isla

Camino del Norte 823km Day-18

Piñeres de Pría 피녜레스 데 프리아 ~ La Isla 라 이슬라 : 27km, 획득고도 519m

어제 짧게 걸었기 때문에 오늘은 좀 많이 걸을 필요가 있어 6시쯤 채비를 시작한다. 조용히 살금살금 짐을 가지고 공동 부엌으로 내려 오니 동반자 냥이가 새벽부터 반긴다. 

Albergue Casa Rectoral (Piñeres)에 동거중인 고냥이 . 미묘다.

6시 50분 길을 나선다.언덕 밑 마을의 불빛과 깜깜한 하늘의 별빛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시작하자마자 한동안 내리막이 이어진다. 내리막이 반갑진 않다. 오르막이 나타날테니. 그냥 평평한 길이 좋다. 오늘 지금 이 시간까지의 북쪽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굉장히 많아 육체적으로 피곤하다. 하지만 경치가 매우 아름다워 어느정도 상쇄되는 느낌이다. 

오늘은 비예보가 있는데 이런 하늘에 비가 올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스페인은 기본적으로 인구가 많지 않은 나라이고 큰도시를 포함한 주거지들이 전국토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서 그런지 많지 않은 인구에도 길이 이어지는 곳에는 꾸준히 마을이 있거나 주택이 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곳에서 집들이 마을이 반겨준다. 

Toriello 또리에요 마을 풍경

오늘 가장 큰 동네인 항구 도시 리바데세야 Ribadesella로 가는 길에 동이 트기 시작한다. 진행방향으로 멀리 보이는 산이 매우 인상적이다. 

되다만 무지개와 피어오르는 산안개가 계속 시선을 붙잡는다. 

길 양쪽으로 펼쳐진 초지와 푸른하늘이 상쾌함 이상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풍경이 다하고 있다. 

해가 있는 오전에는 항상 서북쪽으로 내 키보다 훌쩍 커서 롱다리처럼 보이는 그림자가 동행한다. 딱히 큰문제없이 걸을 수 있는것에 감사하다. 

두시간 넘게 걷다보니 리바데세야 입구를 알리는 간판이 반긴다. 느린 걸음이지만 벌써 10km를 넘어섰다.

리바데세야 중심부로 들어가는 길 정면 먹구름 앞으로 무지개가 선명하게 생겼다. 무지개 근처에서는 비가 내렸나 보다. 무지개과 집들이 참 잘 어울린다.  무지개 구경을 하고 세야강가에 위치한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듯한 바르에 들어가 오렌지 쥬스와 샌드위치로 요기하며 잠시 쉬어간다. 

리바데세야는 관광도시라 그런지 호텔,레스토랑 등이 많이 보인다. 해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 주택들이 인상적이다. Sella 쎄야 강을 사이에 두고 도심이 교량으로 연결되는데 다리를 건너기 전에는 구도심 다리를 건너가면 해변을 따라 새롭게 생긴 주거지가 이어진다.

리바데세야 해변
해변에 늘어선 건물 들. 성수기 끝난 바닷가 모습

해변을 따라 놓여진 인도를 걷다보면 해변이 끝난 뒤에는 도로 양쪽으로 주거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진짜 조용한 동네다. 전부 일하러 간듯.

한적한 길가의 주택 Casa 입구에 이름 모를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집주인이 참 부지런할 듯 싶다. 

스페인 도로 안내판이 좋은 점이 하나 있는데, 마을이 시작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에 마을 이름이 적혀있는 것이다. 

아베우 마을 지나 베가로 이어지는 길은 아래 사진처럼 푸른 초지에 한가로이 풀뜯고 있는 소들과 함께하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이다.


아베오 마을 풍경과  Vega 베가 마을로 넘어가는 길

베가 마을은 언덕을 넘으면 해변과 함께 펼쳐진다. 

Ermita de la Magdalena와 Vega 마을

해변을 잠시 바라보며 걷다 해변의 절벽 비슷한 윗쪽으로 걷는데 바다를 바라보는 주차장에 쌍용 렉스턴이 벤츠와 함께 나란히 주차되어 있다. 와우! 스페인 자체 브랜드의 차량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한국의 차들은 꽤 자주 볼 수 있다. 

벤츠 옆에 나란히 비스케이만을 바라보고 있는 쌍용 렉스턴

한동안 바다가 잘 내려보이는 길을 걷다 베르베스 마을의 바르에서 레드와인 한잔에 콜라를 섞어 마셔본다. 음... 그냥 콜라따로 와인따로 마시는게 좋겠다.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 담배도 피우고 와인도 마시며 수다도 떠는 그런 분위기? 추레한 이방인을 불쌍하게 한번씩 바라본다. ^^ 올라!

베르베스를 지나 '라 이슬라'로 향하는 길은 잠깐 다시 절경을 보여준다. 개인 하늘의 파란색과 바다색, 초록색은 눈이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이런 경치 때문에 북쪽길을 걷나 보다. 

경치 진짜 뭐냐...

얼굴에 낀 기름기가 많이 빠지고 있는듯.

다시 크진 않지만 멋진 모래사장이 나오는데 조용히 즐기기에 좋아 보인다. 바닷물에 풍덩 빠져보고 싶기도 하지만 뒤처리 하기 힘들것이므로 과감히 생략한다.ㅋ

더갈까 말까 고민하게 되는 좀 애매한 시간인데 '라 이슬라'에 진입한다. 차도를 따라 걷다가 알베르게 표지를 발견해 바다쪽으로 이어진 마을로 들어가 알베르게를 찾는다. 

마을 안쪽은 슈퍼마켓, 레스토랑, 호텔 등의 상업시설 등이 있는 규모가 좀 있는것 처럼 보인다. 

Iglesia de Santa María de Tona (La Isla)

공터에 자리잡은 산타 마리아 성당이 주변 나무, 하늘, 초지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카메라를 들게 만든다. 

시립 알베르게를 찾아갔는데 풀부킹이라며 미안하다고 하네. 이런... 시립 알베르게인데도 예약을 받는다. 메일로 간단히라도 예약 메일을 보내놓을 걸 그랬나 보다.  어쩔수 없이 그론세 앱에 소개된 마레하다 오스텔을 찾아 걸어온 방향 해변을 따라 걷는데 구글 지도에서 보이는 이름은 'Hostel El Furacu'로 되어있어 찾아가는데 잠깐 헤맸지만 같은 곳이다. 현재 이곳의 이름은 'Marejada'로 그론세의 명칭이 맞고 해변에 자리잡은 레스토랑 겸 도미토리. 20유로를 주고 체크인. 싸지않은 가격이지만 시설은 좀 별루인, 그래도 하루 묵어가는데 딱히 아쉽지도 않은 그런 숙도다. 좀 비싸지만 메인 해변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돈이 아깝지 않은 매우 위치 좋은 숙소다. 

숙박,식사,주류 판매를 하고 있음
숙소의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이렇게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레스토랑,바르도 겸하고 있어 스페인식 치킨까스를 주문해 바다를 바라보며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하는데, 아... 이 치킨까스 상당히 뻑뻑하다. 맛이 없는건 아닌데... 그리고 양도 많네. 간신이 먹고 감자는 거의 남겼다. 

이 오레오 형태의 숙소동에는 늦게 도착한 프랑스 노부부 순례자가 이용했다.

이 오스텔 겸 레스토랑은 본 건물 뒷쪽에 오레오(hórreo)를 응용해 만든 숙도동이 하나 더 있다. hórreo는 스페인 농가의 곡식창고를 말하는데 아스투리아스(Asturias) 지방은 이 오레오의 형태가 정방형인 것이 많고 사이즈도 상당히 커 창고라고 할만하다. 갈리시아로 넘어가면 이 오레오는 직사각형의 좁고 긴형태로 바뀌는데 아스투리아스와 갈리시아가 만나는 지역에서는 혼용된 형태를 볼 수 있는 등 오레오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비맞은 등산화와 우의,양말을 마당 한귀퉁이에 널어 말리고 있다. 빨래 건조대가 어딨는지 찾을 수 없었다. 

빨래도 하고 시간 여유가 많아 야외 바에서 맥주 한병 마시고 카메라를 들고 마을 구경을 나선다. 

동네 이름이 '섬 La Isla'인 이유는 모래사장 앞의 저 섬 때문인건지...

숙소 앞에 섬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El Peñón 엘 뻬뇬'인데 그 뜻이 바위산, 암벽이라는 뜻이다.  

작은 바위섬에 해식 동굴이 보인다. 충분히 헤엄쳐 건너갈 수 있을 것 같다. 

해변 뒷쪽으로 보이는 산에 구름이 정상부를 살짝 덮고 있는 모습이 매우 멋지다. 

Playa del la isla

이렇게 하루 또 마무리 한다. 힘들 하루였지만 좋았다! 풍경이 다했다!

루틴이 하나 더 생겼다. 걷기 10km를 넘기면 여지없이 찾아오는 발바닥 통증(족저 근막염 같은 느낌) 때문에 발바닥에 소염 진통제를 듬뿍발라 발바닥 마사지...^^. 집에서 가지고온 맨소래담 로션이 다 떨어져 볼타돌 포르테를 20유로에 사서 쓰고 있다. 약의 효과인지 마사지의 효과인지 휴식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에 다시 일어나서 걸을 때는 딱히 통증이 없는 것도 참 희안하다. 


18일째인 오늘. 북쪽길의 약 절반 정도를 걸었다. 

북쪽길과 프랑스길


 


[오늘의 지출]

리바데세야 간식: 라떼,오렌지주스,참치샌드위치

 4.8유로

베르베스 : 와인,콜라 3.7유로

라 이슬라 알베르게 : 20유로

식사 : 16유로...

45유로나 쓰다니... 이래선 부자되기 어렵다.

주식도 대폭락인데... 내 인생 계속 아름다울 수 있을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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