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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12.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20일차

Villaviciosa ~ Gijón : 30km

Camino del Norte 823km Day-20

Villaviciosa 비야비씨오사 ~ Gijón 히혼 : 30km, 획득고도 847m

북쪽길 20일차 램블러 기록

20일차가 시작되었다. 두번째 열흘이 뭔 의미가 있겠냐만은 날짜보다는 오늘이 북쪽길에서는 중요한 분기를 맞이하게 되는 장소를 만나게 된다는 나름 의미가 있는 일차다. 북쪽길과 프리미티보길을 계속 고민하다 결국 북쪽길을 완주하기로 하고 히혼에 오스텔을 예약을 해버렸기에 미련은 딱히 없었지만, 다시 오게되면 걷게될 프리미티보길의 분기점이 되는 곳을 지난다는 묘한 흥분? 기대? 이런게 있었다. 물론 프리미티보길을 걷게 된다면 '오비에도'부터 시작하게 되겠지만. 

오늘은 높은 산(고개)를 두개나 넘어야 하고 길이도 30km 정도 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 일찍 출발해야 했다. 그래서 충분한 휴식이 필요했고, 비교적 잘 쉬었다. 오랜만에 아침을 거하게 먹고 새벽 6시가 되기도 전에 알베르게를 떠나왔다. 시청 바로 옆이라 가로등이 밝았고, 인적없는 새벽의 거리를 걸어 까미노가 시작되는 'Iglesia de Santa María de la Oliva'를 찾아 나섰다. 

성당은 굉장히 단순했고 지금도 미사를 보는지 모르겠으나 창이 매우 작은 오래된 스타일이었다.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장미창도 있는 균형이 잘 잡힌 13세기에 지어진 성당이라고 한다. 


새벽의 비야비씨오사
Iglesia de Santa María de la Oliva
Iglesia de Santa María de la Oliva 정문 위의 장미창이 화려하진 않지만 균형이 잘 맞는다고 할까?

성당은 800년의 세월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고 하니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이런게 새벽 감성인가?

아직 깨지 않은 도심을 열심히 걸어 빠져나간 후 어제는 보지 못했던 비야비씨오사 강을 따라 매우 어두운 길을 랜턴에 의지해 걷는데 좀 무섭다. 물기 가득한 먼지같은 물방울이 부유하는 공기속에서 강옆의 공원을 따라 조성된 길이 끝나면 번화한 도심도 이제 더이상 없다. 

길이 맞는지 스마트폰을 켜다 기록앱을 켜지 않을 사실을 발견하고 이제서야 켠다. 한 1.5km쯤 기록을 못한 듯 싶다. 그래도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다 싶다. 차량 통행도 아직 없는 어둡고 바람많은 차도를 따라 한동안 걸으니 프리미티보길과 북쪽길이 분기되는 표지석이 집 담벼락 밑에 얌전히 자리 잡고 있다. 알베르게로부터 약 3.5km 지점이다. 

오비에도는 프리미티보 길의 시작점이 되는 도시이다.

주의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길로 걷게 될 수 있으니 두눈 바짝뜨고 걸어야 한다. 랜턴으로 확인하지 못했으면 오비에도를 향해 걸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다시 인가가 없는 매우 깜깜한 길을 랜턴빛에 의지해 열심히 걷는데, 숲사이로 난 길이라 그런지 좀 무섭다. 덕분에 걸음이 빨라졌는데, 길이 너무 젖어있고 간혹 물웅덩이가 있다.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감각을 최대한 개방해 주의하면서 걷는다. 숲길을 통과하자 서서히 완만한 언덕을 올라 초지 사이로 난 길을 이어 간다. 고속도로를 두번지나고 나니 이제야 사위가 밝아져 랜턴이 없어도 걸을 수 있다. 

포장 도로를 따라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마을에 테이블과 벤치가 마련되어 있는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이곳까지 두시간 넘게 10km쯤 걸었는데이 지대가 높아서 경치가 참 좋다. 진행방향으로는 커다란 산으로 막혀있는데 아마 그곳을 통과해야 하는 것 같다. 기분좋게 쉬고 다시 산을 오른다. 

경치가 참 좋다. 

포장도로와 도로옆으로 난 질러가는 좁은 흙길 골목길 등을 통과하며 숨가쁘게 정상을 찍는다. 아직 9시정도 밖에 안된시간이라 선선한 기온이고 빗방울도 날리지만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습도 때문인건지... 한시간 가깝게 언덕을 오르면 500m가 조금 안되는 고도의 언덕 정상에 다다른다. 언덕을 넘어 가는 길은 포장도로이고 이 길을 따라 심한 내리막을 따라 한동안 걷는다. 내리막의 끝에 가까워지는지 집들이 조금씩 많아진다.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은 참 좋다. 초록색은 확실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기운이 있은 듯 싶다. 

사과가 많이 심어진 초지 지대가 대부분인 이지역에는 사과나무들이 많이 심겨져 있다. 하나 따먹고 싶지만 길에서 손에 닿는 사과는 없다. 아마 실거야...  아스투리아스 지방은 시드라로 유명한 지역이다. 시드라는 사과로 만든 술인데 탄산가스를 많이 주입해서 청량감이 있다. 하지만 맞은 없다는거... 개인적인 입맛.

우리나라의 과수원은 예를 들면 상품성있는 사과등의 과실을 상당한 인력을 동원해 재배하기 때문에 사과 한알 한알이 크고 먹음직하게 보이는 반면 이곳의 사과는 작고 다닥다닥 달려있고 딱히 돌보지 않는 듯 하다. 오로지 시드라 만드는 용도와 간식 정도로만 사용되는 것 같다.  

스페인에는 다양한 종류의 소들이 방목되고 있다. 한우처럼, 인도 물소처럼, 그냥 홀스타인 젖소 처럼,그리고 진짜 귀엽게 생긴 처음보는 소까지 다양하다. 특히 눈 주위가 동그랗게 다른 색털을 가진 소들은 정말 착하고 귀엽게 보인다. 사과나무가 있는 풀밭에 방목되어 있는데 사과를 뜯어먹진 않는가 보다. 

색상도 특이하고 눈도 참 착하게 생긴 귀엽게 생긴 소

해발고도를 50m 이하로 낮춘 내리막 끝에서 커다란 붉은 집을 만났는데, 식당이었으나 휴가 중이다. 이런 젠장... 아쉽군. 그래도 자동판매기가 있어 맥주 한캔 뽑아 어제산 귤과 함께 먹고 담배도 한대 맛나게 피워본다. 

Casa Pepito 꽤 큰 규모의 식당이다. 

휴식을 취한 후 커다란 오크통을 활용해 만든 집과 1톤 트럭만한 오크통이 장식된 차도 옆 길을 지나 집과 집사이의 좁은 동네 길로 접어들고 다시 오르막을 오른다. 진짜 오르막 많은 길이다. 2번째 산길을 오른다. 

커다란 오크통을 활용해 지은 집. 용도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시드라 만들던 곳인가 보다. 
내 키보다 훨씬 큰 직경을 가진 오크통? 시드라 만들때 사용해 사용했었나 보다.
평지처럼 보이지만 꽤 가파르게 계속 올라야 하는 길
언덕 위에서 지아온 마을을 내려다 본다. 오르막길 옆으로 예쁘게 만들어 놓은 장식용 오레오

다시 땀이 뚝뚝 떨어지게 걷고 나서야 언덕 정상의 도로와 만난다. 언덕 정상부에는 주차장도 있고 오픈한 바르도 하나 있는데, 연로하신 할머니가 까페 꼰 레체도 내리고 식료품도 팔고 계신다. 언덕 정상에 있는 이곳 바르는 히혼에서 올라온 자전거 라이더들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경사도가 꽤 있는 이곳까지 올라오려면 상당히 힘들었겠다. 

언덕 정상에서 지나온 뻬뇬 마을 방향으로 한컷

바르에서 콜라 한캔과 사과 하나를 3유로 내고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스페인 라이더 형들과 '올라' 한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리막을 시작한다. 

언덕정상의 휴식처 'Bar El Curbiellu 바르 엘 꾸르비에유'

길고 긴 내리막은 차도 옆을 따라 이어지다가 차도 옆으로 임도처럼 생긴 흙길로 연결한다. 히혼 초입에 있는 알베르게를 겸하고 있는 캠핑장까지 제법 가파른 내리막 흙길이 이어진다.  

바르가 있는 언덕 정상에서 이어지는 내리막 차도에서 멀리 히혼과 해변이 보인다. 
이런 느낌의 내리막 흙길을 한참 동안이나 내려간다. 

캠핑장을 지나 멀리서도 보이는 멋드러진 시계탑을 가진 히혼의 건물이 보이는 곳에 이르면 히혼시 외곽의 부자동네의 골목과 차도를 따라 정말 발바닥이 아프게 걷는다. 식당도 있어 밥을 먹고 갈까 싶기도 하지만 눈에 잡힐듯 보였던 오늘의 목적지인 해변에 위치한 오스텔을 향해 힘든 발걸음을 옮긴다. 진짜루 발바닥이 너무 아프고 발도 힘든데 히혼 시가지와 중심해변으로 진입하는 길은 참 길고 길었다. 시내로 들어와서야 지루함은 줄었지만 계속 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매우 인상적인 첨탑이 있는 건물은 국립대학인 오비에도 대학의 히혼 캠퍼스인데 독재자 프랑코가 지었다는 것 같다. 독재자가 남긴 유산이지만 멋지긴 멋지다. 우리나라도 독재자가 남긴 유산들이 좀 있지. 

멀리서도 보이는 이 멋진 건물은 'Campus de Gijón - Universidad de Oviedo / 오비에도 대학 히혼 캠퍼스'라고 한다.

외곽의 부자동네엔 담쟁이 넝쿨도 세상 멋지다. 꼭 나무 같이 생긴 담쟁이 넝쿨이 넋나가게 만든다. 

담쟁이 넝쿨이 나무인줄 처음 알았다. 너무 멋지게 벽을 타고 자라는 담쟁이 나무 넝쿨 ㅋㅋㅋ

외곽의 한가로운 느낌은 도심으로 들어오며 복잡해지고 하교하는 학생들로 생기가 넘친다. 히혼은 멋진 도시다. 

도심을 지나 해변 길로 들어오니 와우... 정말 날씨까지 도와주는 완벽한 해변풍경이 참 좋다.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도시는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사진은 참 한가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말이다. 

해변 양쪽끝은 반도처럼 돌출되었고 그 돌출된 반도 사이에 포근하게 자리잡은  'Playa de San Lorenzo 산 로렌쏘 비치'는 정말 멋지다고 할 밖에 없었다.  

움푹하게 안쪽으로 자리잡은 '산 로렌쏘 비치'
해변의 왼쪽에 자리잡은 'Iglesia de San Pedro'

미리 예약한 부갈로우 오스텔은 해변도로에 접한 맨션의 3층에 위치했는데 방에서 보이는 해변뷰가 매우 좋았다. 30유로가 아깝지? 않은 위치에 아름답고 친절한 관리인이 맞아주는 편안한 숙소였다. 

Boogalow Hostel 해변에 위치한 부갈로우 오스텔. 4인실 30유로.매우 추천한다.
숙소의 방에서 보이는 풍경이 정말 예술이다.

빨래와 샤워 그리고 간단히 라면과 과일로 늦은 점심을 하고 좀 쉬다가 해 떨어질 때쯤 해변 산책을 나섰다. 

해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며 이 시간을 즐겼고 몇명의 서퍼들은 바다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해변을 끊임없이 어루만지는 부드럽고 하얀 포말을 가진 파도
자네 무지갠가? 
노을이 그렇게 막 황홀하진 않았다. 아마도 바다의 방향이 북쪽이라 석양의 느낌이 약할 수 밖에 없는듯.

해변을 즐기고 미리 봐둔 중식당에서 오랜만에 맛있는 국물의 쇠고기 국수와 부드럽고 짭짤한 쇠고기 볶음, 그리고 칭따오 한병으로 사치스러운 저녁 식사. 바닷가의 유명한 해변도시에서 해산물을 안먹고 중식당이라니... 하지만 오랜만에 매우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저녁식사... 맛있다...

저녁 식사 후 9시가 되어서야 해변은 어둠에 잠겼다. 


[오늘의 지출]

오늘 중간 콜라 사과 : 3

알베르게 : 30

빨래 : 6

환타 : 1.2

저녁 : 해변가 중식당 우육면,쇠고기 철판볶음,칭따오. 17.5유로 비싸지만...어흑

과일 좀 : 4.75


대략 61유로 쯤? 으악... 절약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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