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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13.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21일차

Gijón ~ Avilés : 27km

Camino del Norte 823km Day-21

Gijón 히혼 ~ Avilés 아빌레스 : 27km, 획득고도 398m

복쪽길 21일차 램블러 기록

다시 새로운 열흘(旬)이 시작되는 날이다.

평소보다 느즈막하게 7시쯤 일어나 8시에 오스텔(hostel)을 나섰다. 마침 동이 트기 시작하여 로렌쏘 해변과성 뻬드로 성당 주변을 몇컷 촬영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히혼에서 까미노 표식을 따라 나가는 길. 

중앙 광장(Plaza Mayor)를 지나 건물밑으로 조성된 통로를 지나면 해양 레포츠를 위해 만들어진듯한 항구를 지나고 또다른 해변인 뽀니엔떼 해변을 만나게 된다. 

건물 밑으로 만들어진 통로. 스페인엔 이런식의 통로를 종종 볼 수 있다. 집적도가 높은 건물들을 올리다보니 통로 확보를 위해 이런식으로 만든것 같다. 


건물밑으로 이어진 통로에서 바라본 중앙 광장과 시청(로렌쏘 해변 방향)

히혼의 레저용 요트들이 많이 정박하고 있는 항구에서 우뚝 솟은 동상을 하나 만날 수 있는데 'Estatua de Pelayo 펠라요의 동상'이라고 적혀있다.  누군진 모른다. 딱히 조사를 안해봐서. 히혼의 인물중 하나겠지 뭐.

수많은 요트들. 부자 동네 같다.
아침이라 쓸쓸해 보이는 'playa de poniente 뽀니엔떼 비치'

꽤 번화한 도심에서 화살표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스마트 폰 앱을 확인하고 다시 만나는 화살표를 따라 걷는다.  도심 중심부를  빠져나오다 만난 성당은 'Iglesia De San Esteban Del Mar'라고 한다. '바다의 성인 에스테반의 성당' 정도의 의미. 딱히 오래되어 보이지도 예술성 있어 보이지 않는다. 다만 피치 핑크계열의 색상이 칠해져서 인상적일뿐.

좀더 외곽방향으로 빠져나가다 현대적인 성당을 만났다. 프랑스 길에서도 한번 본적 있는데, 이런 현대적인 모습의 성당은 보기 어렵다. 뭐, 성당 많은데 굳이 새로 지을 필요는 없겠지.'Iglesia Nuestra Señora de Fátima 이글레시아 누에스트라 세뇨라 데 빠띠마' 빠티마의 성모 성당. 누에스트라 세뇨라는 성모 마리아를 지칭한다. 그리고 빠티마는 포르투갈에 있는 가톨릭 성지로 3명의 자매가 성모 마리아의 예언을 받은 곳으로 굉장히 유명하다. 포르투갈의 리스보아(리스본)에서 출발하는 순례길에 거쳐 가기도 한다. 나도 한번쯤 갈 계획을 세워본적이 있는데, 언젠간 갈 수 있겠지. 

Iglesia Nuestra Señora de Fátima

히혼 시가지의 거의 끝부분에 있는 부에노스 디아스(굿 모닝)라는 빵까페에서 라떼와 닭고기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아침식사와 휴식을 취했는데 놀라운것은 이 모든것이 2.6유로라는 것이다. 말이되? 참으로 착한 가격이었다. 

Buenos días pan y Café

출발지에서 5km 좀 넘게 걸으니 히혼 시가지의 경계라고 생각되는 위치에 도달했고 여기서부터는 차도 옆을 따라 걷게 되는데 외곽 공장지대(철강공장)를 지나고 꽤 높은 언덕을 올라야 해서 이 구간은 버스등의 교통수단으로 지나는 순례자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난 걸으러 왔으니 걷는다. 

어쨌든 뭔가 먹을 것을 보충하거나 사려면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해결하는 것이 좋다. 

히혼 시의 주요 주거지가 끝나는 지점
공장지대로 진입하면 길이 별로 좋진 않다. 
공장지대

위험하다고 이구간을 건너 뛴다는 이유는 그냥 핑계이며, 여행의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순례길을 꼭 다 걸어서 가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각자 가장 선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그리고 모든 순례길의 구간들은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이런 공장지대를 지나면 위험해 보이고,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위험하진 않다. 차에 받히는 경우와 차끼리 박는 경우의 수는 오히려 차끼리의 사고가 더 많지 않을까?

히혼과 다음 목적지 도시인 아빌레스는 철강산업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지금도 어느정도 명맥을 잇고 있는것 같기는 하지만.

공장지대를 지나 철도를 가로지르는 고가도로를 건너 산언덕) 방향으로 길이 이어지며 드문 드문 집들이 나타난다.  여기까지가 도로옆을 따라 걸어야 하는 구간이고, 이 기차길을 지나면 200m 가량 고도를 높여야 한다. 꽤 힘들다는 의미? 

오르막길 초입에 주택과 이동 주택(캠핑카)가 나란히 있다. 이 집주인은 여행을 꽤나 좋아하나 보다. 하나 재미있는 점은 캠핑카로 개조한 트럭의 창문들이 스페인 주택의 창에 있는 셔터? 구조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창문에 셔터 구조를 적용하는 지는 지난 프랑스길에서도 고민을 했는데,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다. 다만 스페인 전통 주택의 창은 유리창과 바깥쪽의 나무 덧 창이 있는데, 사생활 보호나 안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포장된 길을 따라 계속 언덕을 올라야 한다. 아스팔트 길은 보기엔 좋지만 걷기엔 별로다. 발바닥 전체에 고르고 일정한 압력을 주기 때문에 발바닥의 압통(피로 통증?)이 쉽게 발생한다. 

언덕(이라고 쓰고 산이라고 읽는다) 끝에 이르면 매우 평탄한 지대가 나온다. 이런 평탄지가 1km 정도 지속된다. 

고위 평탄면이라고 해야 하나? 여기에도 초지가 많은데 용도는 잘 모르겠다. 풀 자라면 잘라서 소 여물로 사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년에 옥수수를 심게 되는 것인지?

올라왔으니 다시 내려가는데 옥수수밭이 펼쳐진다. 간간히 비를 뿌리고, 흐렸다 갯다를 반복하는데 마침 날씨가 개고 있어 옥수수와 하늘의 풍경이 멋지다. 

내리막 길에서 바라보는 스페인 시골 풍경은 참 아름답고 평화롭다. 이런 길을 이렇게 걸을 수 있다니. 난 참 복이 많다. 

오레오에 진심인 이곳은 아스투리아스 지방! 이 지역의 오레오는 정말 크다. 창고로서의 역할이 충분하고, 오레오 밑에 차량을 두기도 하고, 농기구를 두기도 하고, 자전거 등을 두기도 한다. 오레오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 하다. 

딱 하나 있는 산을 내려오면 성당 겸 공동묘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쉬어 가길 권한다. 벤치,물,그늘도 있다.

Iglesia de Santa Eulalia. 이글레시아 데 산타 에울라리아.
로스 쎄예로스. 뭔가 기념하는 장소인데 저 로스 쎄예로스가 무슨뜻인지 모르겠다. 동네 이름 입간판이 맞는 듯 한데.

시골마을을 지나 아스팔트 길을 한참이나 지나야 하는데, 아빌레스 근처의 철강 공장지대로 가는 길이다. 이 도로의 제한 속도는 90km로 상당히 빠르게 지나가지만, 갓길이 꽤 넓고 차들이 적당히 거리를 띄어서 지나가기 때문에 딱히 위험하지는 않다.

하지만 여기에 오르기 전에 회전교차로가 있고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고, 화살표를 잘 찾아 이동해야 한다. 

바닥,벽,기둥,전신주 등등에 흩어진 숨겨진 화살표를 잘 찾길 바란다. 

La Venta 마을에 바르가 있어 간단히 음료한잔 하면서 비도 잠시 피해본다. 비가 계속 오락가락이다. 

20km 넘게 걸어온 지점에 아빌레스의 뜨라쏘나 마을에서 화려하진 않지만 인상적인 외관의 성당을 만난다. 

Iglesia de Trasona 뜨라쏘나 성당

성당 근처에는 오래된 'Capilla San Pelayo'라는 창문도 뭣도 없이 출입구만 있는 경당이 나오는데 아주 단순하고 작지만 의미있어 보인다. 

뜨라소나 성당옆에 아주 오래된듯 보이는 Capilla San Pelayo 까피야 산 뻴라요

성당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철조망안에 조성된 비슷하게 생긴 단층집 단지가있는 뽀블라딘 마을이 나온다. 대량 공급을 위해 비슷 비슷하게 지어 놓은 이주를 위한 동네 처럼 보이는데 관심을 끈다. 

뽀블라딘 마을을 지나면 아빌레스까지 가는 길은 계속 차도를 따라가는 방법과 오른쪽 공장지대 옆의 강을 따라 조성된 인도를 따라 갈 수 있는데, 표시가 정확하지 않아 차도를 따라 걷는 순례자도 보인다. 나는 육교를 건너 산책로처럼 조성된 길을 따라 걷는다. 

육교가 낭창거린다.
육교위에서 본 기차길과 강변
잘 가꾸어진 산책로
공장지대 근처의 공원에 설치된 아스투리아스의 특산품인 시드라를 만드는 사과를 강철로 만들어 철강산업 지대임과 시드라의 고장임을 표현한것으로 보인다.  

바다로 이어지는 강을 끼고 만들어진 아빌레스 시.

시내 초입에서 버거킹(부르헤르낑)을 만났다. 첫쨋날 산세바스티안에서 먹고 두번째다. 근데 이곳이 훨씬 청결하고 그래서 더 맛있는 듯 했다. 8.3유로. 콜라대신 맥주. 가격 동일.

아빌레스 번화가는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아파트가 많다.

신도심 쪽에 있는 붉은 색 벽을 가진 알베르게 입구는 눈에 매우 잘띄어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공립 알베르게로 56명을 수용하고 있으며 9유로. 방 하나에 2층 침대 26개가 꽉 차있다. 빈 1층 자리를 찾아 정리하고 루틴 실행 후 밖에 나가지 않고 알베르게에 머무른다. 일기를 쓰러 부엌에 들어갔는데 프랑스 노부부와 할배의 조카딸 그리고 스페인 아자씨 에밀리오, 또 처음 본 중년 여성 순례자 2명이 같이 앉아 식사를 하는데 프랑스 할배가 나에게 같이 먹을 것을 강력하게 주장해서 합석해 이름모를 스튜와 빵과 모과로 만든 묵처럼 생긴 음식과 참치캔과 치즈를 와인과 함께 얻어 먹었다. 나는 가지고 있던 황도 두개와 사과2개를 제공하고...

노부부 할아버지의 성함은 앙투안(안또니오)인데 매우 유쾌하고 친절하다. 길에서 날 만날때 마다 '만촐'하며 인사한다. 앙투안의 할머니는 참 단아하고 고운 외모로 젊었을 때는 상당한 미모를 가지셨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쨌든 나보다 훨씬 잘걸으셔...ㅋ

배추,초리소,소시지 등등이 들어간 국과 치즈와 같이 먹는 모과로 만든 묵 비슷한 음식. 달달해...

거하게 식사를 마치고 설겆이는 내가 하겠다고 하자, 스페인 중년 여성두분이 안된다고 해서 고맙게 밥만 얻어먹었다. 

식후 땡은 마지막 남은 전자담배 2가치. 이제 한국산 FITT를 살 수 없어 기계를 이곳 알베르게 재떨이에 기부했다. ㅋ

안녕! 내 전담!




[오늘의 지출]

아침에 라떼와 샌드위치 : 2.6

점저로 부르헤르낑 : 8.3

알베르게 : 9

모두 19유로. 

절약했다. 안토니오(앙투안) 할아버지 덕에 

매우 유쾌하고 친절한 할아버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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