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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14.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22일차

Avilés ~ Muros de Nalón : 25km

Camino del Norte 823km Day-22

Avilés 아빌레스 ~ Muros de Nalón 무로스 데 날론 : 25km, 획득고도 621m

북쪽길 22일차. 램블러 기록

오늘은 아빌레스에서 무로스 데 날론까지인데 그론세 앱에서는 24km로 소개되어 있지만 걸어봐야 안다.

높은 산은 없지만 100에서 200미터 정도 되는 cerro(언덕,산)이 여러개 있다. 도시를 만날 때마다 언덕 하나...


56명이 28개의 이층침대에 집단 수용소처럼 같이 자고 제각각 기상해 갈 길을 준비한다. 

10유로 내외로 잠도 자고,씻고,빨래하고,요리할 수 있는 장소까지 제공되는 곳이 알베르게다. 

당연히 시설이 좋을 순 없지만, 일부 오스텔(호스텔 hostel)보다 좋은 곳도 있다.특히 2인실을 주는 곳도.하지만,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다면, 실망할 일도 없다.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은 점들이 발견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횡재한 기분도 드니까.아빌레스의 순례자 알베르게 또한 나에게 인상을 남긴 한곳이 되었다. 

7시  못되어 나오다 보니,떠나는 도시의  좋은 사진을 남길 수가 없다. 전날 미리 돌아보면 좋겠지만, 25키로 전후로 걷고, 샤워하고 빨래하고 그러다 보면 먼 곳까지 나가지지 않는다. 알베르게는 신시가지쪽이고 이 성당은 구시가지 지역에 있어 거리가 좀 있었다. 구도심으로 꽤 걷다보면 중앙 광장을 지나고 고딕 양식의 성당을 만나는데 지은지 얼마 안되보여서 그런것인지는 모르지만 나에겐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다. 

아빌레스의 아침은 비교적 분주해 보인다. 중앙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상점의 점원들과 뭔가를 배달하는 사람들 청소하는 사람들 출근하는 사람과 여행자들이 꽤 많이 보인다. 

Iglesia de Santo Tomás de Canterbury

성당을 지나면서 슬슬 언덕이 이어진다.오늘도 제법 획득고도를 얻을 만한 코스로 좀 힘들겠다 싶었다. 중심가를 벗어나 오르막 차도를 따라 한참을 걷는다. 오르막이 끝나는 평평한 지대에도 집들이 상당히 많다. 한순간 화살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지도앱을 켰더니 길을 잘못들었다 150미터쯤 다시 되돌아가 화살표를 찾아 제방향으로 진행한다. 

아빌레스를 빠져 나오는 길은 긴 언덕이다. 그 언덕 정상에서 돌아 본 불빛은 공장인듯

언덕 정상의 평탄한 지형이 상당히 넓고, 이 위에도 전원주택들이 있다. 북쪽해안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삼십분 이동하니 해변 마을이 나오는데, 아파트가 인상적이다. Salinas 살리나스라는 곳이다. 

내려가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숲사이 비포장길과 아스팔트 도로가 만나기도 한다. 살짝 배에서 이상 신호가 포착된다. 급한 느낌은 아니지만 해결은 꼭 해야할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

아빌레스에서 살리나스로 가는 길은 고도가 150미터쯤 되는 언덕. 내려가는 길에 바라본 해변과 아파트가 인상적이다. "Salinas"

오픈한 바르가 있는지 눈크게 뜨고 바르가 있음직한 방향으로 열심히 걷는데 흔하지 않은 모습의 성당이 있어 잠시 구경을 하는데 마침 문이 열려있어 안쪽도 살짝 돌아 보았다. 성당의 내외부에 도색이 되어 있는데 독특하다. 제단은 역시 우리나라의 성당들과 달리 화려하다. 

Iglesia Nuestra Señora del Carmen de Salinas

성당 구경을 마치고 바르를 찾아 잠시 헤매이다 드디어 발견! 비가 계속 조금씩 뿌리고 있어 거추장스러운 우의를 우선 벗고 짐을 의자에 올려둔 후 주문하고 넓고 조용하고 괘적한 화장실에서 편안하게 감쪽같이 트러블을 해결했다. 그리고 나선 가벼운 마음으로 간단한 아침.

다시 순례길 화살표를 찾아 가는 길에 바로 가파른 언덕을 만난다. 짧지만 제볍 빡씬 언덕 위에 마찬가지로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성당이 우뚝 서 있다. 'Iglesia de San Martín de Laspra'인데 종탑의 반대쪽 끝으로 추가 건축된 부분이 있는데 이 곳에는 성당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가 있었다. 하지만 앱에서 이미 확인한것처럼 cerrado(closed) 상태. 이 곳에서 묵어가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Iglesia de San Martín de Laspra

스페인에서는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는 로만양식인가? 뭔가 잘 아는게 없는 역사교육과 출신이라는게 부끄럽다.  공부 좀 하면 좋겠는데 말이지 도대체 집중도 암기도 어렵다. 그냥 보고 맘에 들면 좋은 것이겠거니...

Iglesia de San Martín de Laspra와  Albergue de peregrinos San Martín de Laspra

여길 내려와서 아파트가 많은 동네로 진입하면서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하... 비오면 성가셔. 빨래도 그렇고. 몸도 무겁고, 카메라는 비닐 봉투안에 들어가서 촬영도 하지 못하고... 여러모로 별로다. 

*정보 : 이쪽 북쪽길은 10월부터는 우기에 들어가 1월까지 많이 내리고 한여름에 비가 가장 적게 오지만, 전반적으로는 온난습윤안 서안해양성 기후를 가진다. 특히 갈리시아 지방으로 가면 겨우내 비가 오는 느낌이다. ㅋ 

언덕을 내려와 시골치고는 꽤 아파트 많은 지역을 많은 비를 맞고 걷는다. 비야르,엘 무로 등의 마을을 지나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고 인적드문 산정상부의 평탄한 지대의 흙길을 지나는데 비가 엄청 쏟아진다. 등산화에 비가 들어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닐 봉투로 스패츠 비슷하게 만들었지만 비의 양이 생각보다 많아 무용지물이 되었고 등산화는 이미 안과 밖이 다르지 않았다. 앞에 가던 파블로도 안보여 좀 무섭기도 했지만, 담배도 한대 피우고, 소변도 보고 할 짓 다하면서 내리막을 내려오니 다시 작은 마을이고 이곳에서 까스뜨로를 다시 만났다. 말아 피는 담배를 하나 얻어 피우고 출발하려는데 또 비가 퍼붓는다. 이렇게 퍼붓는 비는 처음 경험했다. 마을 공동 빨래터에서 다른 순례자들과 잠시 쉬어간다.  빠블로는 젖은 옷을 아무렇게나 훌렁 벗는다. 빤쓰까지... 하얀 엉덩이... 저런 자신감은 무엇인가?

북쪽길 내내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했던 까스뜨로.
까스뜨로와 파블로 & Iglesia parroquial de Santiago del Monte
Iglesia parroquial de Santiago del Monte
마을 이름이 산의 산티아고? 'Santiago del Monte"

산티아고 델 몬떼 마을에서 까미노는 산쪽으로 순례자를 안내한다. 그런데 산이 참 크고 높아보이네.

언덕 위 풍경이 뭔가 열대 우림 지대같은 느낌

비가 언제 내렸냐는 듯이 순식간에 날이 갠다. 힘들게 정상부에 올라서니 해발고도는 약 240미터쯤 된다. 

내리막 넓은 임도에는 아주 홍수가 났다. 

비 때문에 길이 범람하는 모습

시야가 잠시 열린 곳에서 멀리 바닷가인지 강가인지 모를 물가 마을이 보인다.

길이 진짜 엉망 진창이다.딱히 물이 없는 곳을 밟으며 가는일이 쉽지 않다. 

물길?인지 숲길인지 모를 길을 해치고 편안한 포장길과 마을로 접어들자 마음이 좀 놓인다. 아직 갈 길은 한시간 남짓 남은 듯 하다. 마을에 접어들어 우뚝솟은 탑도 하나 보인다. 멋져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탑까지 가보긴 싫다.  

강을 따라 조성된 조용한 마을을 지나니 상점들이 있는 로터리가 곧 나온다. 바르에 들러 잠시 쉬어 갈까 생각도 했지만 오늘 숙소까지 멀지 않아 그냥 통과했다. 

휘돌아 흐르는 강은 바다와 바로 이어진다. 

'Soto del Barco'가 이 동네의 이름이고 동네를 빠져나가니 강을 제법 긴 다리를 건너야 했다. 

열심히 걷고 있는 까스뜨로. 다리 이름은 'Puente de La Portilla,뽀르띠야 교/입구다리? 관문다리?'
다리와 다리에서 본 강변 모습이 비때문에 우중충하다.

다리를 건너니 멀리 'San Juan de la Arena'가 바닷가에 아름답게 펼쳐진 모습이 보인다. 날씨만 맑았다면 정말 죽이는 경치였을 듯 하다. 

차도를 따라 열심히 걷는 까스뜨로를 시야에서 그대로 놔주고 난 가파른 오르막의 좁은 숲길로 접어든다. 오늘 계획한 알베르게로 가기 위해.그런데 날이 또 갑자기 갠다. 이게 뭔 조화람? 덕분에 풍경이 순식간에 색으로 가득찬다. 

진짜 멋진 마을이다.

오늘 하루 묵어갈 숙소는 Fali´s albergue de peregrinos "la naranja peregrina"라는 곳으로 '氣'에 관심이 많은 듯한 남자 오스삐딸레로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수용인원이 많지 않아 작고 아담하고 정원이 참좋아 보였는데, 비가 내려 이용할 순 없었다는... 숙박비는 15유로였고 저녁은 10유로인가 했는데 난 그냥 혼자 라면을 먹기로 해서 장봐다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숙소에서 좀 떨어진 'Muros de Nalón'의 중심지. '날론의 성벽'이라는 의미인데 왜 때문에?
확실히 살이 쫌 빠져 보인다. 마침 큰 유리 그릇이 있길래 라면 두개 투척. 배불러 죽는줄...

라면 두봉에 살치촌 한줄을 넣어 만든 라면은 원가만 3500원 상당. 싸지 않아... 어쨌든 상당히 배가 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방울토마토 250g도 한번에. 여긴 체리 토마토라고 하더군.맛있다.




[오늘의 지출]

알베르게는 : 12

중간 간식 살리나스 : 5.6

장봐서 저녁과 과일준비 : 10.7

총28유로.

알뜰하게 썼다. 

메뉴 델디아를 안먹으니 돈이 많이 안든다. ㅋ

사과 6알(여기 지역 지나며 사과나무에 달린 사과와 똑같이 생긴거, 크지 않고 빨갛다. 맛있을 듯.

자두 4알, 체리 토마토 250 그람, 제로 콜라, 살치촌, 라면 3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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