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뚱 Apr 16.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23일차

Muros de Nalón ~  Santa Marina : 27km 

Camino del Norte 823km Day-23

Muros de Nalón 무로스 데 날론 ~ Santa Marina 산타 마리나 : 27km, 획득고도 875m

나랑하 알베르게 주인이 아침을 차리는 사이 난 첫번째로 짐을 싸서 길을 나섰다. 깜깜한 초지에 말한마리와 함께 별을 담아보려고 큰 카메라를 켰는데 배터리가 없네. 갈기 귀찮아서 그냥 핸폰으로. 그래도 별이 찍히긴 하네. 

알베르게 중 편하게 잤던 곳이 드문데, 이 곳 또한 좀 불편했다. 통로 옆 단층 침대라서 골랐는데 잘못 골랐다. 

스마트 폰으로 찍은 새벽 풍경. 나쁘지 않아.

무로스 데 날론 본 마을을 통과하면서 Iglesia de Santa María 성당을 만났다. san, santa 모두 같은 성인이라는 뜻으로 내 생각엔 특정 성인에게 봉헌하는 의미에서 성당이름들을 만든것 같다. 

san,santa는 영어의 saint로 성스러운,신성한,성인.성자,성녀를 지칭한다. san은 santo인데, 남성 고유명사 앞에 올 때 -to가 탈락되어 san이 된다고 한다. 성 마리아의 성당 이라는 뜻?

무로스 데 날론 마을 중심 광장의 성당.그냥 시골마을 양식??? 난 너무 무식한듯...

성당 바로 지나 판데리아에서 커피 마시는 사람들이 있길래 까페 꼰 레체 한잔. 1.2유로.

아직 해가 뜨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고, 중심지를 지나면 다시 매우 어두운 시골길,숲길을 지난다. 깜깜한 시골 숲길은 좀 무섭긴 하지만 점점 밝아질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견디기 어렵진 않다. 쉰살이 넘게 먹었어도 무섭다니...  동트는 시간은 아름다워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고. 새벽빛이 어떻게 퍼져 나갈지를 알 수 없어서 계속 뒤를 돌아 볼 수 밖에 없다. 역 방향으로 순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어두운 길을 가다보면 화살표를 찾기 어려울 때가 있다, 찾기 어려운 곳에 있는 것도 아닌데 강력한 랜턴 빛의 도움을 받아야 찾아진다.  갈림길, 골목길에서는 항상 주의 깊게 살펴보면 화살표가 분명히 있다. 그것도 제법 잘 보이는 곳에. 

다리위 난간에 그려진 노란화살표. 랜턴이 없으면 찾기 힘들다. 
이런길을 랜턴에 의지해 지나다 보면 살짝 무서운 생각이 든다. 

오늘은 시작부터 오르막이라 힘들었는데, 일출이 아름다워서 잠시 힘들다는 생각을 잊게 된다. 

사진으 그저 그렇지만 멋졌다.

한시간 넘게 숲길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자 도로 옆으로 학교가 있는 마을을 통과한다.학교 지나면 바로 'Palacio de los Selgas 셀가스의 궁'이 나온다. 구경하고 싶지만 어디나 이 시간엔 관람이 어렵다.  

학교와 셀가스 궁
셀가스 궁의 정원. 궁이라고 하기엔 참 소박하다.

궁의 맞은 편에는 이글레시아 파크라고 하는 성당이 있는 공원이 있고 '까미노 엘 쎈떼날' 표시 옆 전신주에 북쪽길 안내 조개와 노란화살표가 있다. 이곳에서 좌회전하면 산쪽으로 연결되는 까미노가 있는듯 하다. 헷갈리지 말아야 할 듯.

셀가스 궁 앞의 이글레시아 파크

셀가스 궁을 지나  외쪽 마을로 진입해 다시 인적 드문 시골 길로 이어진다. 

사진찍기에 좋은 빛의 조건은 맑은 날 아침과 저녁. 아침 햇살이 풍경에 생기를 더한다. 

길을 걷다보면 별 생각없이 걸을 때도 있고 힘들어서 현 상태를 빨리 벗어나고픈 생각이 들 때는 더 많다. 하지만 가장 많은 생각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멋지네' 하는 생각이다. 사진에 잘 담고 싶어 과도한 카메라를 들고 왔지만 스마트폰으로 찍는 경우가 많다. ㅋ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는 늘 함께 한다. 

가끔 고속도로,기차길과 만나는 순례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차량을 이용하면 금방 갈 곳을 이렇게 걷는 것에 대한 등등. 

스페인의 북쪽 지방은 유칼립투스 나무를 조림한 지역이 매우 많다. 다 자란 나무를 베고 있는 곳도 있고, 새롭게 심은 곳도 있고. 이런 지대를 지나면 아니 북쪽길을 걷는 내내 독특한 냄새가 몸에 배는데 유칼립나무의 냄새다. 심지어 바게트 빵에서도 이 냄새가 날 때도 있다. 

고속도로를 위해 산과 산을 잇도록 만들어진 교량의 규모와 높이가 아찔하고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도 있게 만는다. 그러니까 이런 쓸 곳 없는 사진을 찍지... 

고속소로가 생기기 전의 메인 도로 였을 국도와 고속도로 교량이 나란히 있는 길

오늘은 유난히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다고 생각되었다. 힘들게 오르막을 오르니 해변이 떡하니 나타나 잠시 마음과 다리를 위로해준다. 멀리 'Playa de La Concha 콘차 비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잠시 땀도 식히고 담배연기도 바람에 날려본다.

다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내리막을 걷는다. 이런길 저런길. 

길은 해변쪽으로 이어지는 듯 하다 다시 내륙 산간지대로 이어진다. 아... 힘들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힘들다.

다시 구름이 많이 끼고 빗방울도 찔끔 뿌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초록빛 자연

숲 사이로 난 흙길 끝에는 다시 포장 도로가 반복해서 나온다. 인생이 그런거지...

그론세 앱은 알베르게가 2개나 있는 이곳에서 이번 스텝을 끝낼 것을 권하지만, 16km 정도밖에 안걸었으므로 다음 알베르게가 있는 곳까지 걷기로 어제부터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 길을 이어간다. 

델루냐의 숲이라는 이름의 동네. 동네가 아름답다.

점심 근처 시간이라 간단하게 콜라와 보까디요로 요기했는데 비싸다... 5.4유로. 보까디요는 참 별론거 같은데 싸지 않아...

마을 중심부에서 딱히 멋같은 건 없지만 소박한 개성이 있는 성당을 지난다. 

Iglesia de Santa Maria de Soto de Luiña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걷다 다시 숲길로 내려갔다가 올라와서 만난 마을. 정말 잘 가꿔 놓았다.

땅에 떨어진것과 거의 상태가 비슷한 사과를 어제 디아에서 6개든것 3.6유론가에 샀는데... 여긴 버려져 있네. 그건 그렇고 색상 참 몸서리 처지게 아름다워 그냥 카메라를 들이 댄다. 

저 멀리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바로 앞에는 초록빛과 붉은 사과, 그리고 주황색 지붕. 총천연색이 눈앞에 펼쳐진다.

해변 배경의 아름다운 마을을 지나면 알부에르네 마을이 이어지고 작은 경당인 'Capilla de Albuerne. 까삐야 데 알부에르네' 옆을 지난다.  엘 L'이 두개 연이어 있으면 'ㅇ'으로 발음된다.

Capilla de Albuerne. 까삐야 데 알부에르네.

담쟁이 색과 하늘 색 그리고 나무색과 잔디... 그려도 이렇게 예쁘게 색을 낼 순 없다. 

 색상이 너무 조화롭게 아름다운 동네

차도를 따라 기차역에 만들어진 오늘의 목적지 숙소로 향한다. 'Novellana' 마을 외곽 기차역에 만들어진 알베르게는 마을과는 동떨어져 있어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기대감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주인장이 예약했는지를 묻는다. 아... 예약 풀이란다. ㅠㅠ 눈물을 머금고 다음 마을의 숙소를 찾아본다. 그리 멀리 않은 곳에 '뻰시온(펜션)'이 있다. 부지런히 걸어 다음 마을인 'Santa Marina'로 향한다.  

2량 기차가 멈추는 기차역과 그 기차역의 알베르게

4km 정도 걸어 산타 마리나 마을에 들어와 처음 보이는 바르에서 콜라 한잔 마시는데 까스뜨로가 이곳에 있다. ^^ 반가워라. 이 곳 뻰시온에 묶는다고 한다. 마침 이곳 'Pensión Bar Gayo'에서 뻰시온도 같이 한다. 저녁까지 예약하고 좀 떨어진 2인실 숙소로 안내 받는다. 2인실이지만 독방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아이고 왠 호사냐. 뻰시온 쁘라다라고 적힌 타일 색상 화려한 예쁜 집 옆의 붉게 칠한 단층건물에 자리한 방을 받고 짐을 풀었다. 까스뜨로는 옆 옆방. 풀과 화초가 우거진 정원을 가진 숙소다. 

좀 쉬고 7시 30분 저녁시간에 맞춰 다시 식당으로 가니 전에 만났던 게이코 할머니가 서양 할아버지와 같이 저녁을 하기 위해 앉아계신다. 이번 순례길에 도움을 많이 받고 계신듯 했다. ^^

퍼스트는 닭고기 스프 하나라 고를것도 없었고 쎄군도는 초리소와 뽀요중 골라야 했는데 초리소는 짜다는 생각이 박혀있어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게 닭고기찜과 감자튀김을 골랐다. 와인과 함께한 저녁식사는 꽤 만족스러웠다. 

뽀요 스프와 닭고기 찜과 감자튀김. 맛있었다.

식사후 완전히 어두워진 마을과는 달리 아직 마지막 남은 빛을 뿌려대로 있는 해변의 노을은 정말 처연하게 아름다웠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보고 싶은 순간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았기에 아쉽지만 스마트폰으로라도 찍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해변쪽으로 노을이 지는데, 색상이 황홀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로 하루를 마감하는 행복한 23일째의 순례길이 마무리 되었다. 



[오늘의 지출]

숙소 뻰시온 트윈룸 12유로

식사는 이집에서 운영하는 바르에서 10유로

중간에 콜라 2.4유로

콜라와 보카디요 5.4유로

생맥한잔 2.4유로

총지출 33유로

작가의 이전글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22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