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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Feb 28. 2023

순례길은 무게와 욕심의 균형이  필요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대하는 방법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도보 여행길은 무게와의 싸움이기도 하고 욕심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부처 가라사대  "인간 모든 불행의 근원은 욕심에 있다."라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사실인진 모르겠다.


나의 경우 행을 할 때 갖게 되는 욕심 다름 아닌 기록에 대한 욕심이다. 멋진 풍경을 찍고, 하루하루의 여행기록을 남기고, 편집해서 블로그나 SNS에 올리고... 이런 것들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성능 괜찮은 카메라, 스마트폰, 노트북에 준하는 기기, 보조 배터리, 각종 충전과 연결을 위한 케이블... 이런 것들이 배낭의 무게를 늘리고, 늘어난 배낭의 무게는 즐거워야 할 여행에 괴로움을 선사한다. 그 배낭의 무게만큼.


그래서 적정선의 타협이 필요한데, 이게 타협이 잘 안 된다.


가장 가벼운 장비를 골라서 사면 30% 정도의 무게를 줄일 수 있겠지만 비용은 최소한 수백만 원 이상 소요되므로, 가난을 예정하고 있는 퇴직자 입장에서 참으로 곤란한 문제다.


집에 있는 참 많은 보급형 dslr 카메라가 몇 대나 있지만, 풀프레임 센서를 가진 카메라에 대한 욕심으로 없는 돈에 3백만 원을 태웠다. 미친...


파나소닉 S5, 24~105렌즈

나름 저렴하게 샀다고 좋아했던, 그 카메라와 렌즈구성.  일본제품 구매 반대 운동을 몇 년째하고 있는 나는 카메라에 와선 방법이 없어졌다. ㅠㅠ 매국노짓을 하고 있는 나를 스스로 크게 반성한다. 하지만 1천만~3천만 원짜리 라이카를 살 순 없지 않은가?

솔직히 라이카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 뭐 샤넬 버킨백을 생각한다면 비싸다고 하기 애매하기도 하지만...ㅠㅠ

바디만 1200만 원 넘는 라이카 디지털 M 라인...

렌즈가 포함된 풀프레임 디지털 라이카중에 가장 저렴하다는 Q2가 8백만원 대이다.

이렇게 장비에 대해 욕심을 부리는 이유는 좋은 장비로 좋은 소스를 만들고, 이 소스들을 다시 가볍고 성능 좋은 장비에서 편집해 정리하고 이를 공유하고자 함이며, 이는 또 나아가 먹고살 수 있는 방편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0.001%의 확률도 안될 것 같은 희망에 근거하고 있음이다.


이외에도 백만원 중반대의 드론도 사고 싶지만, 비용의 문제와 더불의 무게의 문제까지, 그리고 촬영이 목적인건지 걸으면서 느낄 여행의 감성인지 헷갈려져서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드론은 포기했다. 아직도 갈등을 할 때가 있지만.


진짜 갖고 싶은 장비지만...ㅠㅠ

이런거 진짜 한번 사보고 싶다. 얼마나 쓸지 모르겠어서 못산다.


그리고 소스들을 편집할 장비. 지금 가지고 있는 서피스 프로4 아니면 딸내미의 아이패드 프로...를 들고 갈까 생각하지만 무게와 분실에 대한 두려움... 서피스 프로는 이제 오래되어서 딱히 분실해도 아깝진 않지만 역시 무게... ㅠㅠ


이런 전자 장비 말고도 바람막이, 플리스 자켓, 반팔티,셔츠 하나, 우의, 긴바지, 반바지,속옷,양말,춘추계용 침낭,비누,스패츠,장갑,모자,등산 스틱... 등등 참 많다.


배낭의 무게를 총중량 8kg 이하로 맞추려고 하는데, 이러자면 어쩔 수 없이 노트북(패드)는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40L 배낭이 없어 새로 구입한 국산 휴몬트 배낭. 6만원 후반대에 구매했다.

어떤이는 체중의 1/10 이하가 적합하다고 하는데, 난 96kg 이니까 9.6kg 으로 맞추면 되겠지만, 순례길의 배낭에는 이것 외에 간식과 음료를 추가해야 하는데 이게 보통 2kg는 나간다. 11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매일 25km 내외를 90일 걷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 90일의 여행기간 동안 분명 체중은 20kg 이상이 빠질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2016년 아들과 프랑스길 35일 걷는 동안 정확히 15kg이 빠졌다.


심지어 그때는 아들 때문에 저녁을 항상 만찬에 가깝게 먹었다.


장거리 도보여행에서 짐의 무게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결론을 내리자면, 최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걷는 것에 집중하고, 5감을 활용해 느끼며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 아마도 난 출발하는 당일 아침까지 넣었다 뺐다를 반복할 것 같다.


결국엔 욕심에 무게가 늘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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