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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ug 07.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은의길 23일차

사진으로 적는 순례기 : 그랑하 데 모레루엘 ~ 따바라

*Via del la Plata 은의 길 23일 차 

  Granja de Moreruela ~ Tabara

  그랑하 데 모레루엘 ~ 따바라

  운행거리 : 27km, 운행시간 : 6시간 50분, 획득고도 391m, 최고점 830m

은의 길 23일 차, 램블러 기록

길이 점점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길 자체의 난이도가 높은건 결코 아닌데 말이다. 아마도 피로가 누적되온게 제일 큰 영향일까 생각해보지만, 북쪽길의 시작과 끝도 계속 힘들었던걸 생각하면 그건 아닌듯하고, 그냥 몸뚱아리 관리를 그동안 잘 못해서이지 싶다. 발가락 끝단이 저릿저릿하면서 감각이 무뎌지는 것 외에 장거리 걷기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딱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매일 힘들다. 

시간은 많으니 무리할 필요는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걷는다.

요몇일 7명 정도의 외국인 순례자와 같은 알베르게에서 머물고 있는데 다들 추워서 괴로운 모양이다. 이 정도 추위에도 힘들어하다니. 난 걷기를 끝내면 반바지에 초경량 패딩조끼에 플리스 자켓만 입고 지낸다. 당연히 세탁은 그날 입은 속옷과 긴팔 하나만 빤다. 양말은 이틀에 한번만. 순모 함량이 매우 높은 두꺼운 양말은 물집을 만들지 않는데 많은 공을 세우는 듯하다. 통기성과 쿠션 효과가 좋은 점 외에도 냄새가 잘 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스페인 순례길 같은 장거리 도보에 꼭 추천한다. 쿨맥스니 하는 기능성 양말들 보다 확실히 좋은 것 같다. 


은의 길도 이제 70% 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주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를 이 곳 스페인에서 접했는데, 분노가 미친듯이 솟구쳐 오른다. 걸으면서 유튜브를 듣는데 참담한 마음을 거둘 수 없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듯한 현 정권의 태도는 사이코패스를 보는 듯 하다. 뻔뻔한 색히들, 악마같은 색히들... 공감이라는 감정을 갖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정권.


사나브레스 길과 프랑스 길 방향으로 나뉘는 지역이라 처음부터 길을 잘못찾아 아스토르가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10여분 되돌아 오는데, 동이 튼다. 아름답다.

마을 중심부로 다시 돌아와 지도를 다시 확인해 사나브레스 방향으로 정확히 걷기 시작했다. 

7km 쯤 걸었는데 갑자기 멋진 협곡 사이로 흐르는 강이 나타난다. 이 강의 이름은 esla 에슬라, 다리의 이름은 Puente Quintos 라고 적혀있다. 1/5과 무슨 관계의 다리인지 알 수 없다. 혹은 다섯번째의 다리라는 뜻일지도.

통행하는 차량이 극히 적은 낀토스 다리과 그 밑을 흐르는 에슬라 강의 풍경은 잔잔하고 조용한 것이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다리를 건너자 마자 왼쪽으로 길이 없을 것만 같은 곳으로 화살표가 연결된다. 좀 험악해 보이는 길로 안내한다.

굳이 이런 곳을 통과하도록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름 걷기에 빠르고 좋은 길이라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려다 그건 좀 아닌것 같다는 결론. 왜 이런길을 통과하게 했는지... 고생 좀 해보라 이건가?

강 절벽 중턱의 험한 길을 오르자 강의 상류 방향 풍경이 참 멋지다. 낚시꾼도 보이는 것이. 

다시 낮은 도토리 나무들이 심겨져 있는 길을 따라 걷는데 총소리가 연신 들린다.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혹시 눈먼 총알이 날아오는 건 아닌가 싶어서. 이런 곳은 대부분 '개인 사냥터'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냥터를 통과하는 순례길이라니.

갑자기 초위 저쪽에서 한무리의 야생 사슴떼가 질주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급히 카메라를 들이 댔지만 뭐 이정도밖에 찍을 수 없었다. 야생 사슴이 살고 있는 것을 보니 오지는 오진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멀리 오늘 처음 보는 순례자인지 혹은 운동나온 동네주민인지 모르는 사람을 보니 좀 반갑다. 그 뒤로는 중간 마을이 보인다. 저곳에 바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손에 잡힐듯 가깝지만 실제로는 너무 먼 마을의 이름은 Faramontano de Tábara.

마을 들머리에 모싸라베 사나브레스 길을 알리는 표지석이 우뚝허니 삐뚤하게 서있다. 은의 길 본선은 끝나고 여기서부터는 모싸라베 사나브레스 길의 시작임을 알려주고 있다. 은의 길과 모사라베 길, 사나브레스 길을 을 합해 통칭으로 은의 길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동네에는 와인 창고들으로 쓰였을 토굴들이 여럿 보인다. 

마침 문을 연 레스따우란떼가 있어 자리를 잡고 메누 델 디아를 주문했다. 잘 먹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먹지 않고 정식을 시켰다. 맥주를 먼저 한잔 마시고 식전빵과 첫번째 접시로 콩요리, 두번째 접시로 로모와 감자,피망튀김을 받았고 토마토처럼 생긴 고추(?)절임을 받았는데 새콤하면서 매운맛이 일품이라 느끼함을 바로 잡아주었다. 이런 건 처음 먹어 본다. 맥주와 후식까지 11유로.

첫번째 접시에서 이미 배가 불렀다.

이제 얼마 안남은 따바라를 향해 걷는데, 날씨가 너무 좋다. 

따바라에 도착! 마을 중심에 Iglesia de Nuestra Señora de la Asunción이라는 이름의 성당 박물관이 있는데 관람은 못했다. 건물의 종탑 양식이 독특한데 이 곳 따바라에서 유서 깊은 장소라고 한다. 

마을이 제법 커서 다른 성당도 만날 수 있었는데 Parroquia Ntra. Sra. de la Asunciónd이란 이름의 이 성당은 16세기 이지역 귀족의 개인적인 궁전의 일부로 개인적인 예배당으로 쓰였는데, 후대에 교구에 기증되어 졌다고 한다. 

마을의 끝에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Albergue de Peregrinos de Tábara에 도착. 이곳의 순례객이 머무는 방은 개축되어 매우 깨끗했다. 모든 침대는 1층 침대로 구성되어 있었고 샤워장 또한 매우 쾌적했다. 다만 저녁 식사는 맛이 별로 없어 조금 먹다 말았는데 스삐딸레로가 직접 담근 술도 맛보게 해주었다. 

데니쉬 빅토르.

[오늘의 지출]

점심 11

장보기 12.5

기부금 15

총 38.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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