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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ug 10.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은의길 25일차

사진으로 적는 순례기 : 깔싸디야 데 떼라 ~ 몸부에이

*Via del la Plata 은의 길 25일 차 

  Calzadilla de Tera ~ Mombuey

 깔싸디야 데 떼라~ 몸부에이

  운행거리 : 27km, 운행시간 : 6시간 30분, 획득고도 360m, 최고점 959m

역시 별 특별한 일이 없는 25일 차가 되나 싶었지만 정말 예쁜 고양이를 만나 함께 3km 정도를 같이 걸었다. 참으로 신기한 체험이었다. 


오늘 아침 시작도 화려한 색으로 시작했다. 

마을을 빠져나오며 일출의 빛도 물 빠진 색이 되고 만다. 인생도 이렇겠지.

첫 번째 마을 Olleros de Tera 오예로스 데 떼라는 문을 연 바르가 없어서 그냥 통과했다. 

마을을 빠져나와 걷다 보니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 성당이 하나 떡하니 서있다. Ntra. Sra. de Agavanzal라는 이름을 구글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찾지 못했다. 


성당 앞에 창고 같은 집에 의자가 설치되어 있어 잠시 쉬어간다. 


멀리 산맥이 보인다.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저 고원 위 어딘가를 지나갈지도. 아니면 좋겠는데...^^

여기저기 불에 그을린 흔적을 확인하며 길을 헤매고 있는데 커다란 호수와 댐이 나타난다. 

저 댐 위를 지나 떼라 강을 건너 길이 이어지나 보다. 여기도 나무들이 많이 타버렸다. 

저수지를 끼고 거의 3km 정도를 걷는다. 

뭔가 마을이 보여 바르가 있을까 싶었는데, 바르는 없고 알베르게가 하나 문을 열었는데, 차와 과자등을 제공하고 있어 들어가 본다. 

Villar de Farfón 마을

알베르게 안에서는 덴마크 커플과 두세 명의 순례자와 알베르게 쥔장이 열심히 대화중이다. 차 한잔과 과자를 먹고 사과도 한 개 먹으면서 영어로 이어지는 대화를 듣는데 아... 그냥 갈걸... 산불이 나 피해 입은 이야기와 종교에 대해 얘기하는 듯한데 참 진지하다. 기부를 하고 나와야 할 것 같아서 지갑을 열었는데 20유로 지폐만 보인다. 그냥 쾌척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기부제 알베르게

Rionegro del Puente라는 마을이 나타났고, 구글 지도를 보니 괜찮은 식당이 있다. 

Iglesia Ntra señora de la Carballeda

다리 건너 마을로 진입하자마자 왼쪽에 제법 큰 레스따우란떼가 있다. 약간 이른 시간이었지만, 잠시 후에 식사제공이 가능하다고 하여 자리 잡고 앉았다. 메누 델 디아를 시켰는데 이 길에서는 처음 접하는 격식을 갖춘 식사를 순서대로 서빙해 준다. 

메누 델디아를 주문했더니 1리터가 넘어 보이는 물과 와인을 같이 준비해줬 여러 개의 잔 그리고 스푼과 나이프 등을 세팅해 준다. 우와 뭔가 비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편하게 즐겨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비스킷 같은 빵과 빵에 발라먹을 페이스트를 서빙해 줬는데, 우와 맛있다. 참치 같은 것으로 만든 것 같은데 간이 매우 적절하고 감칠맛이 풍부했다. 

두 번째 접시는 빠에야와 치즈, 버섯 구이 등을 내왔는데 밥이 아주 잘 익어서 먹기 좋았고 맛도 좋았하다. 

세 번째 접시는 로모였는데 짜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후식으로는 푸딩과 아이스크림을 주는데 호텔 양식당 같은 느낌이다. 

커피까지 제공받았다. 

끝인 줄 알았는데 주피터라고 부르는 술 2종과 섞어 마시는 걸 같이 내주는데 맛이 매우 독특(심지어 달다)하고 도수가 높아 한잔 마시고 술기운을 빌려 목적지 마을까지 걸으면 된다.

이런 풀코스 메누 델 디아가 15유로밖에 안 하다니...  이 식당의 이름은 Me Gusta Comer. 반드시 먹어보길...

고속도로 옆으로 난 흙길을 따라 걷는다. 오랜만에 방목 중인 양 떼도 만나고.

이곳 어디쯤엔 가에서 앞서 언급한 너무 예쁜 고양이를 만났다. 

고양이와 길동무하며 한참을 걷고 나니 몸부에이 입구가 나타난다. 마을 입구 근처에서 고양이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고 몸을 돌렸다. 왜 사람도 살지 않는 들판에서 지내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만났다면 꼭 집으로 모셔왔을 것 같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였다. 

작고 아담한 알베르게를 물어물어 찾아 다시 물어 물어 열쇠를 받아 짐을 풀었다. 4개의 이 층침대뿐인 기부제 알베르게에서 하루 또 쉬어간다. 

알베르게 열쇠는 맞은편 오른쪽에 신부님이 머무는 집이 있는데 이곳에서 받을 수 있다.

마을에는 마트도 있어 간단한 요깃거리를 살 수 있었다. 

알베르게 옆 성당 Iglesia de Nuestra Señora de la Asunción



[오늘의 지출]

점심 15

기부제 까페 20

기호식품 5

알베르게 5

마트9

커피 1.5

56유로 사용 ... 이러면 곤란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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