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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ug 12.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은의길 27일차

사진으로 적는 순례기 : 아스투리아노스 ~ 레께호

*Via del la Plata 은의 길 27일 차 

  Asturianos ~ Requejo

 아스투리아노스 ~ 레께호

  운행거리 : 28km, 운행시간 :8시간 30분, 획득고도 461m, 최고점 1,064m

 

27일 차의 새벽은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다. 흡족스러운 출발이다.

어제 식사량이 좀 부족하다 싶어 오늘 걷기는 좀 힘들겠다 싶었는데 힘들었다. 부엌 없는 알베르게는 매식을 강요한다. 스페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당연한 처사겠지만 그러려면 최소한 이용할 만한 식당이 있든가 말든가... 있어도 쎄라도(closed)인 경우도 많고.

남들 일어나기 전에 짐을 꾸리고 7시 출발. 오랜만에 랜턴 켜고 걷는다. 구름이 살짝 있어 보름달 빛이 좀 약하다 싶었는데 보름달의 위력이란...

랜턴의 밝기가 장난 없다.
보름달이 이렇게 밝았었나 싶게 밝은 보름달 빛

첫 번째 마을인 Palacios de Sanabria에 들어왔는데 동네 이름이 재밌다. '사나브리아의 궁'이란 뜻인데, 궁은 어디 있는 것인지 못 찾았다. 아마 있긴 있을 것 같은데. 동네가 큰 것도 아니고. 

Ermita de La Encarnación


가을이 깊어가는 느낌이 드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작고 아름다운 마을 Remesal(레메살)은 작고 아름답고 깨끗한 마을이다. 


육교로 겨우 연결된 다음 마을로 이동하는 길.  

인적을 느낄 수 없던 진짜 작은 마을의 이름은 Otero de Sanabria(사나브리아 언덕). 오래된 마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집들. 

마을 중심에 오자 갑자기 나타나는 성당이 멋지네. 성당의 이름은 Iglesia de Santo Tomás Apóstol.

동네 유지가 사는 집인가 보다. 그런데 사람을 볼 수 없으니. ^^

다시 한적한 길을 걷다가 도로 옆길을 잠시 걷다 다시 인적없는 길을 걷다를 반복한다. 유투브가 있어 잠시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다. 이 지역 역시 높은 동네라고 생각되지 않지만 해발고도가 1천 미터쯤 되는 지역이다. 

햇볕 쬐는 고양이가 부러워 보이는 군.

멀리 성 혹은 성당처럼 보이는 커다란 건물과 주변에 이어진 마을이 보인다. 'Puebla de Sanabria'란 제법 큰 동네다. 

마을에 진입해 오픈한 바르에 들어가 타파스와 콜라로 잠시 요기를 하고 마을 중심도로를 따라 걷는데 언덕 위 높은 곳에 성벽과 성과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도 성읍마을이었나 보다. 밑으로는 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방어형 도시구조를 하고 있다. 

성읍 마을로 가려면 강을 건너야 하는데 강을 건너기 전 오른쪽에 수도원(Convento Iglesia Y Crucero De San Francisco)가 자리 잡고 있다. 

Convento Iglesia Y Crucero De San Francisco

제법 폭과 수량이 있는 다리를 건너 양쪽 방향으로 도로가 나있고 정면에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성으로 오르는 계단

계단 중턱에서 바라본 성밖 마을... 신도심,주변 도심이라고 해야 하나? 신도심이라고 하기엔 좀 오래된 건물도 많고.

중턱 위에 있는 전망 벤치. 벤치 앞은 바로 강으로 떨어지는 절벽이다. 

밑에서 바라본 Castillo de los Condes de Benavente.

거의 다 올라온 지점.

계단의 총수는 231개. 올라서자마자 레스토랑이 있는데 열진 않았다.  

성에 다 올라 옆에서 본 Castillo de los Condes de Benavente.

잠시 주변 경치를 구경하는데 참 멋지다. 

바위 위에 지어진 성당. 지반이 매우 튼튼.

Iglesia de Santa María del Azogue

성위의 마을 자체가 역사 문화 유적이자 삶의 현장.

구도심이라고 표현해도 될 듯한 성안 쪽 마을을 천천히 둘러본 후 길을 다시 이어 간다. 계단을 따라 내리막을 한참 내려가야 했다. 

앞쪽으로 비가 뿌렸는지 무지개가 살짝 보였는데, 우기에 접어들어서인지, 지역 특성인지 무지개를 제법 많이 봤다. 

거의 다 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갈길이 멀었다. 10km 정도 더 가야 하는 길이다. 

그래도 길이 아름다워서 좋다. 순례자가 다니는 길로 표시된 곳에는 비로 인해 물웅덩이가 많아 잠시 도로 옆길로 걷는다. 어차피 만나는 길이다. 길은 다 만난다. 

외딴곳에 나타난 공동묘지. Iglesia Santiago Apostol. 예전의 성당은 그 자체로 무덤의 역할을 해왔다. 산티아고 대성당의 내부에도 많은 성인과 지역 유지들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참 낯설다고 해야 할까?

사실적으로 그려진 벽화 때문에 약간은 지루한 길에서 보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드디어 30km 가까이 걸어 레께호 마을에 도착. 마을 입구 삼거리의 바르에서 콜라 한잔과 담배 한 대 피우고 알베르게를 찾아 나선다. 


Ermita Virgen de Guadalupe
Parroquia de San Lorenzo

알베르게는 침대와 샤워만 가능했다. 역시...

13유로의 사설 알베르게를 처음 들렀지만 주인이 없어서 무니시팔로 왔다. 

에어컨 겸용 난방기가 있어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양말도 잘 마르고.

저녁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구글 지도를 켜니 식당이 한 5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오픈하고 있다고 나와서 깜깜한 시골 밤길을 걸어가봤다. 

너무 깜깜해서 좀 무섭다. 

식당에 들어가 메누 델 디아를 주문했다. 퍼스트는 갈리시안 수프로 시켰는데 맛있다. 

두 번째 접시는 샐러드와 고기 찜을 내주었는데 이건 더 맛있다. ^^ 만족스러운 식사다.

후식으로 내어준 과일까지 야무지게 먹고 

보름달 뜬 밤길을 되짚어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도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의 지출]

점심 8

커피 2

알베르게 5

저녁 9

총 24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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