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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ug 28.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 영국길 아 꼬루냐

사진으로 적는 순례기 : 영국길 시작의 한 축 '아 꼬루냐'


*Camino Inglés 0일 차, 

 영국길의 한 축인 아 꼬루냐 스쳐 지나가기

 Santiago de Compostela ~ A Coruña


A Coruña(아꼬루냐,갈리시아어) 또는 라 꼬루냐(스페인어: La Coruña)는 스페인 서북부 갈리시아 지방에서 비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로, 라꼬루냐 주의 주도이다.


이 도시에는 합리적인 가격과 트렌디한 디자인 때문에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세계적인 브랜드은 ZARA(사라)의 본사가 있는 곳이며, 역사시대에는 땅끝으로 널리 알려진 '피스떼라' 처럼 또 하나의 땅끝으로 불리는 곳이며, 영국과 북유럽에서 배를 타고 출발한 순례자들이 도착해 순례길을 시작하는 도시의 하나이다. 


영국길을 어떻게 걸을까 고민했다. 아 꼬루냐에서 시작해, 영국길의 또 다른 시작인 페롤에서 출발해 만나는 길까지 걷다가 버스를 타고 페롤로 이동해 그 곳에서부터 걷는 것을 고려했다. 


아침 일찍 알베르게를 빠져나와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 역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아 꼬루냐행 7시 15분 표를 를 7,6유로에 구매하고 게이트로 나갔다. 이른 아침인데 승객이 꽤 많았다. 걸어서 간다면 사나흘 걸리는 거리였는데 렌페를 타고 30분이 체 걸리지 않았다.  

아 꼬루냐 역에 도착해 역광장으로 나오니 도심은 아침부터 활기차다. 헤라클레스탑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기는 좀 멀어 보여 구글 지도로 버스를 알아보고 오른쪽 대각선 방향의 정류장을 찾았다. 이곳에도 버스 도착 예정 정보가 뜬다.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1유로 투입.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다 내리는 것으로 보아 종점인듯한 곳에서 같이 내리니 높지 않은 아파트와 학교처럼 보이는 건물과 해변이 보인다. 개인 하늘처럼 보이는데 간간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파란 하늘이 보이는데 말이다. 

헤라클레스 탑방향으로 걷다 비가 다시 떨어지길래 바르에 들어가 츄로스와 까페 꼰 레체를 주문하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차양 밑 테이블에 앉아 요기하며 잠시 쉬어본다. 

츄로스는 따뜻하지 않았고 설탕도 발라주지 않는다. 봉지 설탕을 알아서 뿌려 먹는다. 맛은 그냥 먹을 수 있는 정도다.

2천 년 전 로마제국 시대 땅끝으로 생각했던 아 꼬루냐에는 같은 역사의 시간을 축적한 헤라클레스 탑이 우뚝 대서양을 바라보며 서 있다. 멋지네!!!

 등대의 용도였을 테고, 처음 세웠을 때도 비슷한 용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공원화된 입구에 탑 안으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판매하면서 탑의 역사에 대한 작은 전시관을 만들어 놓았다. 아직 입장권을 팔지 않는 시간이라 전시관만 둘러보고 탑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현재 탑의 구조 모형
현재 남아있는 형태 이전에 만들어졌던 모습. 처음 만들어졌던 모습을 재현한 것이겠지.
찬란했던 역사를 뒤로하고 쇠락한 스페인의 모습을 보는 듯 한 헤라클레스 탑  그림
헤라클레스 동상. 초기 스페인의 역사는 헤라클레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로마시대의 배
헤라클레스 탑에서 바라본 서안 경치

너무 이른 시각에 도착한 지라 내부 입장을 해서 탑 꼭대기까지 가보지 못한 것이 좀 아쉽지만 완전히 터진 시야로 바라보는 경치가 너무 좋아 아쉬음은 적었다. 꽤 오래 서성이다 영국길의 출발지인 Igrexa de Santiago 산띠아고 성당 방향으로 걸었다. 시내와 주거지를 통과하는 길이다. 

 

이렇게 건물사이로 바다를 볼 수도 있다. 
현대적인 모습의 성당. 보기 쉽지 않다. 

언덕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갑자기 대형 건물과 광장이 내려다 보인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Praza de María Pita(마리아 삐따 광장)이다. 마리아 삐따의 대형 동상이 우뚝 서 있고 동상이 바라보는 쪽은 시청 건물이 자리하고 그 주변을 따라 회랑처럼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시청 건물
마리아 삐따 동상과 시청 그리고 관광객

마리아 삐따는 1598년 영국의 아 꼬루냐 침략을 전설 처럼 막아낸 영웅으로 후대에 동상을 세워 기리고 있다. 

광장의 시청 건물은 굉장히 아름다운 3개의 돔형 지붕을 가지고 있는데 햇볕을 받으면 어떤 색으로 아름답게 반짝일지 기대까지 하게 한다. 

 

마리아 삐따 동상

광장에 속해 있는 것 같지 않은 Igrexa de San Xurxo 산 수르소 성당(호르헤,죠지,호세 등 언어권 별로 다르게 불리는 것 같다). 이 아름다운 성당에서는 로마시대 이후 최초의 기록이 남아있는 동성결혼이 이루어진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1901년 6월 8일에 이루어진 이 결혼은 두 명의 여성, Marcela Gracia Ibeas와 Elisa Sánchez Loriga이 주인공이었다. 당시에 이 두 여성은 이곳의 초등교사 양성 대학에서 만나 우정을 쌓아가다 친밀해졌다고 하며, 결혼을 위해 엘리사는 마리오라는 이름의 남성으로 신분을 위장해 증빙을 받아야 했을 정도였고 결혼식 후 당시에는 불법(?)적인 관계의 이 둘을 추격하는 민병대를 피해 아르헨티나로 피했다고 한다.  그냥 재미나는 이야기로 흘릴 수 없는 것은 인간은 누구에게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과 반드시 결혼이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인 관계의 맺어짐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도 많은 찬반양론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은 주변에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므로 그냥 있는 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동성 간의 사랑이 이상하다기 보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다고 강요하는 것은 폭력과 다름 아나라는 생각이 든다. 

스페인 최초의 공식적인 동성결혼 장소와는 상관없이 아담하고 아름다운 Igrexa de San Xurxo

광장을 빠져나와 출발지인 싼띠아고 성당을 찾아 걷는데 도심과 붙어있는 항구로 빠져나왔다고 다시 골목길을 찾아 들어갔다. 

성당 뒷 공원에서 72km 표시석을 찾았다. 이곳이 출발지라고 생각했다. 

산띠아고 성당은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아름다움이 충분히 묻어나는 모습이었는데, 개방시간이 아닌 듯 문이 열리지 않아 내부를 구경하진 못했다. 

성당 출입문의 조각이 정말 아름답다.  
성당의 뒷모습

시작점인 산띠아고 성당을 출발해 도심 골목을 통과하는데 가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항구변 광장의 Obelisco
중심가

중심가 항구에는 커다란 레이더를 장착한 군용 함정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의 왼쪽에는 크루즈 터미널이 있었고 바로 오른쪽 옆으로 군항이 있는 모습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아 꼬루냐 버스 터미널로 향하는 길

페롤에서 출발하는 길과 만나는 지점까지 걸어가려다 그곳에서 페롤 이동하는 교통편이 많지 않은 듯하다는 핑계를 찾아 이곳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 페롤로 이동하기로 한다. 

가게 오픈 시간까지 시간이 좀 떠서 바르에 들어가 맥주를 좀 마시다가 "Seul Soul"이라는 한국식당으로 찾아갔다. 떡볶이와 두루치기를 시켰는데 아... 한국에서 먹는 한식보다 더 맛있는 한식맛이었다. 진짜 맛있게 먹을 수밖에 없는 맛이었다. 김치도 너무 맛있고. 계란말이 하트가 올라간 공깃밥은 두 개 먹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23.3유로를 점심값으로 아낌없이 써야 했다. 아 꼬루냐에 가서 한식을 먹는다면 이곳을 강력추천한다. 가장 한식 같은 한식을 먹을 수 있었다. 

 

식사 후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 매표소를 찾아갔는데 페롤표를 파는 곳은 오픈하지 않았다. 아 이거 뭐지?

기웃기웃 한참을 하다, 시간을 한 시간 정도 보내고 간신히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해 버스 타는 곳으로 내려갔는데 아 이거 뭐지? 백 미터쯤 되어 보이는 줄이 형성되어 있다. 시간이 정해진 표였는데... 당황해서 줄 뒤로 가 줄 서있는 승객에서 표를 보여주며 페롤해이 맞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승차장 쪽으로 가서 한참 타고 있는 버스의 직원에게 표를 보여주며 물어보니 타라고 한다. 줄은 줄대로 이어져 있는데.

상황을 보아하니, 페롤가는 버스는 딱히 매표하지 않고 줄을 섰다가 타면서 결재하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대형버스를 다 채웠는데도 대기하는 승객이 많으니 작은 버스하나를 옆에다 더 배차한다. 와... 그냥 줄 서 있었으면 곤란했겠다. 다음차 탈 때까지...

라 꼬루냐에서 페롤 갈 때는 그냥 승강장을 찾아 줄을 선 후 버스에 타면서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카드도 되고 현금도 된다. 

버스를 타고 예정 출발시간을 훌쩍 넘겨 드디어 출발했는데, 갑자기 뒤쪽의 아줌마가 뭐라고 뭐라고 한다. 아차! 마스크를 하라는 얘기였다. 아침에 썼던 마스크를 어디에 뒀는지 찾을 수가 없어 당황하고 있는데, 건너편 차리의 아주머니가 여분의 마스크를 주어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ㅠㅠ (2022년 11월 시점). 고마운 사람.

고속도로를 타 바다를 건넌 후 베탄소스 등의 마을에 여러 번 정차한 후 1시간 정도 걸려 페롤에 도착했다.

뻬롤의 옷가게 저녁 풍경

걸어서 예약한 숙소를 찾아갔는데, 5층의 꽤 큰방을 쓰게 되었다.  27유로에 예약했고 매우 안 좋은 후기도 있었지만 다행히 조용하게 잘 수 있었다. 다만 난방이 안되어 좀 춥다고 느껴졌다. 

숙소에 오기 전에 마트에 들러 간식을 좀 샀지만, 저녁은 문어를 좀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식당을 찾아 나섰는데, 하... 이거 혼자라서 아무래도 밥 먹기가 애매했다. 뿔뽀를 파는 식당에 들어가 메뉴를 보니 반접시 메뉴도 있어 샐러드와 뿔뽀 반접시를 시키고 맥주도 곁들여 식사를 했다. 몇 년 만에 다시 먹는 갈리시아 지방의 뿔뽀는 부드럽고 맛이 있네. 그래도 뭐 우리나라의 돌문어 숙회를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맛에 비할 순 없었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내일 일기 예보는 비인데... 안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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