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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ug 31.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 영국길 2일 차

사진으로 적는 순례기 : 뽄떼데우메 ~ 베탄소스

*Camino Inglés 영국 길 2일 차

  Pontedeume ~ Betanzos

  뽄떼데우메 ~ 베탄소스

 운행거리 : 21km, 운행시간 : 7시간 20, 획득고도 618m, 최고점 219m

비교적 잘 잔 것 같다. 알베르게에서 혼자 자는 경험은 참 뭐랄까 편하긴 한데 또 불편한 점이 있네.

씻고 짐을 정리하고 담요를 개서 잘 쌓아 놓고, 쓰레기를 버리고, 내가 어젯밤 왔을 때와 동일한 상태로 만들어 놓고 대문을 여고 나서니 바로 바다인지 강인지, 보이는 부분은 에우메 강이라고 하네. 사진 좌측으로 보이는 다리를 지나면 바단데. ㅋ 

관광안내소가 있는 탑 건물은 알베르게 뒤쪽에 있는데 바로 연결되지 않고 도로를 따라 돌아서 올라가야 한다. 

Torreón dos Andrade

어제저녁 폭우 속에서 지나갔던 다리 건너 로터리.

알베르게 방향을 바라보며 한컷 찍고 본격적인 걷기를 시작한다. 

뽄떼데우메의 메인 성당인 산티아고 교구 성당을 지난다. 건물이 크진 않지만 예쁘게 잘 생겼다는 느낌을 받는다. 후기 고딕양식으로 1538년에 세워진 부분 부분 화려한 조각이 멋지다. 

Iglesia parroquial de Santiago

성당을 반바퀴 돌아 가파른 언덕 방향의 골목과 계단을 오른다. 와! 시작하자마자 빡씨네. 골목 위쪽으로 올라 바라본 성당의 종탑이 눈높이로 보이는데 장식이 잘 살아있다. 다만 진짜 물이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종탑, 지붕에 잡초들이 무성하다. 사람이 떠나는 곳엔 항상 잡초가 자리 잡는 건 참... 자연은 대단해.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도로옆 흙길이 참 좋네.

힘들게 마을 꼭대기에 오르니 내려다 보이는 베탄소스가 또 다른 느낌으로 멋지다.  

유칼립투스 숲, 초지 등을 지나며 걷는데 중간중간 멋진 모습에 눈이 즐겁다. 발은 무겁지만.

골프장을 가로질러가기도, 비를 맞기도 하면서 눈에 전후좌우상하를 모두 눈에 담으며 걷는다. 

동네 냥아치들이 우아한 자태로 지나가는 닝겐을 바라본다. "인간! 왜? 뭣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걷지?"라며 묻는 듯. "그냥~ 좋잖아!"

중세 시대의 다리도 건너고, 폐허만 남은 집이 있는 마을도 지난다. 

Puente medieval de Baxoi

집들의 색상이 개성적으로 예쁜 Miño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마침 뭔가 꽤 많은 사람들이 번호를 달고 달리기를 하고 있다. 대회가 열리고 있나 보다. 

마을 중심 바르의 양지바른 길가 테이블에 앉아 콜라와 케익 한 조각으로 아점을 해결한다.  

Miño
Ponte Do Porco

가끔 길에서 만난 산토끼. 은의 길에서도 자주 봤다. 

Igrexa de San Martiño de Tiobre

길진 않지만 언덕 많은 길들은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조용하고 깨끗한 작은 시골마을의 성당(공동묘지)이 있는 마을의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 간다. 성당=묘지가 성립하는 스페인 성당들.

베탄소스에 접어 드니 Santuario dos Remedios가 맞이한다. 


Santuario dos Remedios

성당의 뒷모습은 복잡한데, 정면은 오히려 단순한 맛이 있다. 

Santuario dos Remedios

언덕을 내려서기 전 바라본 베탄소스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가파른 내리막을 걸어 Puente Viejo를 건너면 성읍 마을 비슷한 느낌의 구도심으로 들어간다. 

바다와 근접해 흐르는 이강의 이름은 리오 만데오(만데오 강)인데 만데오의 의미는 찾을 수 없었다. 

쭉 이어진 집의 한 부분을 통로로 사용하고 있는데 당연히 성 혹은 성문을 먼저 만들고 집을 지었지 싶다. 오래된 도시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아 좋다. 

알베르게 근처에 멋진 성당 두 개가 서로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위쪽에 Igrexa de Santa María do Azougue가 있고 아래쪽에 나란히 Igrexa de San Francisco de Betanzos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성당에서 미사등의 종교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은 Igrexa de San Francisco de Betanzos인 듯하다. 관람도 가능한 외관이 아름다운 성당이다. 

Igrexa de Santa María do Azougue
Igrexa de Santa María do Azougue
Igrexa de San Francisco de Betanzos에서  바라본 Igrexa de Santa María do Azougue

고딕양식이라고 하는 Igrexa de San Francisco de Betanzos는 14세기에 지어진 건물이라고 하는데 상태가 매우 좋다. 평상시 미사가 없는 시간에 2유로 입장료를 내고 관람할 수 있다는데, 오후에 가니 그냥 관람하하고 하셔서 한 바퀴 휙 돌아볼 수 있었다. 

Igrexa de San Francisco de Betanzos
Igrexa de Santa María do Azougue 앞에서 바라본 Igrexa de San Francisco de Betanzos

이 사원은 갈리시아 중세 시대의 위대한 주인공 중 한 명이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페르난 페레스 데 안드라데(Fernán Pérez de Andrade), 즉 "오 보오(O Boo)"는 지역의 봉건 영주이자 프란체스코 수녀원의 후원자였습니다. 그의 호화로운 무덤은 베탄소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상 성당 전체가 글자 그대로 무덤이다. 가득 차 있습니다.

요기를 할 겸 성당 앞 바르에 들어가니 메누 델 디아 같은 것은 없고 스테이크가 메인 요리인듯하여 꽤 비싼 25유로짜리 쇠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해 보니 와우! 맛있다. 질기지 않은 쇠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양념은 소금이 전부인데도 상당히 풍미가 좋다. 

깨끗하게 리모델링된듯한 공립 알베르게에 8유로 내고 입장. 오늘도 이 넓은 알베르게에서 혼자 자나?

오래간만에 빨 수 있는 모든 의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건조기까지 돌린 빨래의 뽀송 따뜻함이 기분 좋네.

내일 또 비 오면 다 젖겠지만. 

알베르게에 식당은 있지만 조리도구가 없어 저녁을 해결하러 식당이 많은 곳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비가 또 무지막지하게 내린다. 젠장. 시간이 애매하고 주말이라 그런가 식당마다 사람이 너무 많다. 깨끗해 보이는 타파스바에 들어가 타파스(핀초스라고 해야 하나?) 4종과 맥주로 저녁을 대신한다. 맛있다...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알베르게에 돌아오니 남미에서 왔다는 여성 순례자가 있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바 입구에 자리 잡은 순례자 덕에 넓은 공간의 반대쪽이 메워져 좀 안심이 되는 느낌?

영국길에 들어서며 지출이 좀 많아지는 느낌이다. ^^;;

남미의 순례자는 내일 어디까지 가냐며 나에게 묻는다. Hospital까지 갈 거라고 하니, 내일 그곳에 유일한 식당이 문을 열지 않는다며 다음 마을까지 가는 게 어떠냐고 한다. 구글 지도에는 내일 영업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도 하고, 뭐 하루 저녁 굶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기에 난 딱 거기까지만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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