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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Sep 02.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 영국길 3일 차

사진으로 적는 순례기 : 베탄소스 ~ 오스삐딸(브루마 병원)

*Camino Inglés 영국 길 3일 차

  Betanzos ~ Hospital(Bruma)

  베탄소스 ~ 오스삐딸(브로마 병원)

 운행거리 : 25km, 운행시간 : 7시간 30, 획득고도 809m, 최고점 492m


빗소리에 눈을 뜬 건지, 눈을 뜨니 비가 쏟아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하... 출발할 때부터 비가 내리는 건 이번 순례길에서도 몇 번 있었지만, 이 비는 좀 심하다 싶다. 비가 좀 잦아들기를 기다려 보려다가 우비를 뒤집어쓰고 알베르게를 나선다. 구 도심 골목길을 빠져나가다 상가의 회랑 같은 복도에서 잠시 생각을 하다, 그냥 걷는다. 


구 도심을 빠져나오는 골목의 끝쯤에서 도시의 중심지로 들어선다. 바르에 들러 간단하게 커피 한잔 한다. 비가 많이 내리는 아침인데 손님이 많다. 어제 같이 묵었던 남미 순례자도 잠깐 만났다. 

이런 도심 같은 곳이 있는 줄 오늘 아침에야 알았다. 화살표를 찾아가며, 구글지도를 열어보며 길을 찾아 걸어간다. 

도로를 따라 다시 오르막을 오른 후에 돌아보니 지나온 베탄소스 도심이 보인다. 

오락가락하는 비 때문에 큰 카메라는 비닐봉지로 봉인하고 스마트폰으로만 드문 드문 사진 촬영을 시도한다. 

생각만큼은 아니지만 지난 70여 일 걷는 동안 살이 좀 빠지긴 했다. 그래도 갈리시아의 우기의 촉촉함이 내 얼굴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준다. 은의 길에서의 그 푸석한 느낌은 완전히 사라진 듯하다. 

가끔 나타나는 마을, 그리고 공동묘지이자 성당. 

Igrexa de Santo Estevo de Cos

비가 미친 듯이 내리면 잠시 처마가 있는 곳에선 피해 가고, 그렇지 않으면 그저 걸을 뿐이다. 등산화가 축축해진다. 


Igrexa de Santa Eulalia de Leiro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 곁 길을 얼마간 걷다가 인적 드문 브루마 병원 방향으로 다시 들어간다. 

브루마 병원(마을 이름이 병원이다. 예전에 순례자를 위한 쉼터 같은 것이 있었나 보다) 근처 농가에서 키우는 국화 비슷하게 생긴 꽃들이 예쁘다. 

오늘의 목적지 마을에 도착해 먼저 만난 알베르게는 사설이고 겉모습은 그럴듯해 보였지만, 비수기라 운영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뭐 공립으로 가야지. 매표소에는 젊은 여성 오스삐탈레로가 순례자를 기다린다. 8유로 내고, 2층으로 이루어진 숙소의 아래층 전기 라디에이터 옆에 짐을 풀고, 젖은 것들을 부엌의 라디에이터와 침대 근처의 라디에이터에 널어 말린다. 구글지도에는 영업 중이지만 오픈하지 않은 식당 덕분에 가방의 몇 개 남지 않은 간식으로 잠깐 허기를 달래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뽀글이를 만들어 볼까 했지만 쉽지 않다. 물을 끓여야 하는데 그릇이 없어 생수동 500ml를 넣고 돌렸다가 페트가 찌그러지는 바람에 그것도 쉽지 않다. 어찌어찌 물을 데워서 봉지 라면에 넣고 그냥 라면을 불려서 먹을 수밖에.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이런 라면은 맛이 없다. ㅋ

Hospita 오스삐탈의 공립 알베르게. 왼쪽이 샤워,화장실, 오른쪽이 숙소와 부엌이 있는 곳

데이터도 연결이 안 되고 와이파이도 없어 저장해 놓은 유튜브를 틀어 놓고 적막함을 달래 본다. 갑자기 아저씨 한 명이 들어와 수돗물을 한참 받아 뭔가 검사를 한다. 수질검사를 하는 모양이다. 다하고 이상이 없는 듯 휙 사라진다. ^^;; 불을 모두 끄고 잠을 청해 본다. 부엌창을 통해 가로등 빛이 들어와 안심이 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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