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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Sep 03.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 영국길 4일 차

사진으로 적는 순례기 : 오스삐딸(브루마 병원) ~ 시구에이로

*Camino Inglés 영국 길 4일 차

  Hospital(Bruma) ~ Sigüeiro

  오스삐딸(부루마 병원) ~ 시구에이로  

  운행거리 : 24km, 운행시간 : 7시간 10분, 획득고도 341m, 최고점 457m

영국 길 4일 차, 램블러 기록

비가 내린다. 영국 길 시작과 함께 한 비 오는 날은 4일 차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일은 안 내리면 좋겠는데.

일기예보는 비가 내릴 확률이 낮긴 하다. 

라디에이터가 옆에 있는 침대에서 방음 따위 잘 되지 않는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에도 대강 잔듯하다.

짐을 배낭에 넣고, 남아 있는 간식을 확인하니 생라면 1봉과 황도캔 그리고 작은 스펀지 케이크가 몇 개 남았다. 다행히 완전한 공복으로 걷기를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루트 상에 딱히 규모 있는 마을도 없어 언제 요기가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황도와 빵을 다 털어 넣고 출발.


마을의 성당이자 공동묘지를 시작으로 길은 계속 이어진다. 

Igrexa de San Lourenzo de Bruma

유치원인지 초등학교인지 모를 통학버스 한 대만 볼 수 있었던 아스팔드 포장길을 따라 걷다 보니 Igrexa de San Pedro de Ardemil를 만난다. 마을이 있겠지? 커피라도 한잔 마실 수 있는 바르가 오픈했으면 좋겠다 싶다. 

경로상에서 꽤 유명한 바르인 "CAFE BAR UZAL"은 오픈 전이다. 구글의 오픈 시간인 9시가 되었음에도 열지 않는 바르 창문 안을 들여다보다. 처마 밑에서 커피대신 니코틴을 한 컷 들이마시는 시간을 가져본다. 

바르 앞에는 다양한 조형물이 있어 볼 만하다. 잠시 걷는 지루함을 잊을 수 있게 해 줄 것 같은데, 비가 오니 감흥이 별로다. 

다음 마을에 이르러 오늘 만나는 세 번째 성당이자 공동묘지 Iglesia de San Paio de Buscás를 만났다. 날이 좋았다면 좀 둘러보고 갈 요량이었는데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가 볼 수  없었다. 

차도로 연결되던 길은 초지옆 흙길로 안내했다가 다시 마을과 함께 한 길로 연결되기를 언제나처럼 반복한다. 가을이 깊어진다고 생각했던 인적 없던 시골길은 아직 푸릇함이 많이 남아 있음을 과시하는 듯하다. 

비슷한 듯 아닌 듯 한 인적 없는 길이 조금은 지루하지만 그래도 구경하는 재미는 여전하다. 자연은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양쪽으로 심긴 유칼립투스 나무 숲을 지나며 특유의 냄새도 다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제 유칼리나무의 그 독특한 향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높지 않은  오르막 길을 오르내리며 걷다 오픈 한 Cafe-Bar O Cruceiro를 만나 잠시 쉬며 요기도 한다. 완전히 젖은 우의를 가게 안으로 입고 들어갈 수 없어 벗어서 비 맞지 않게 밖에 두고 온기가 느껴지는 바르 안에서 까페 꼰 레체와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를 주문해 먹는다. 동네 어르신은 이방인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 듯하다. 딱히 관심을 보이진 않는다. ^^

도로 곁 길을 따라 한참 걷다 보니 오늘의 목적지 마을인 시구에이로에 도착하긴 한다. 오늘 좀 힘드네. 비 때문인가? 

꽤 규모가 있는 마을인 시구에이로의 예약한 사설 알베르게를 찾았다. 찾기 어렵지 않게 큰 길가의 아파트처럼 생긴 건물의 1층이다. 

돌출 간판이 없으니 주의해서 봐야 한다. 입구에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전화를 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근처에서 사는 듯한 아주머니가 차를 끌고 와서 문을 열어주고 현관문 비밀번호, 샤워실, 침대방, 아침에 먹을 수 있는 것들의 위치 등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다시 돌아간다. 

오늘도 독채를 쓰는 셈이다. 수건까지 제공해 준다. 알베르게 안에 폐신문이 없어 완전히 젖어버린 등산화를 어떻게 말려야 하나 고민하다 저녁 먹는 식당에서 좀 얻어 오기로 한다.               

알베르게 샤워실과 현관, 와이파이 안내.

저녁 먹을 곳을 찾아 헤매다 들어간 곳에서의 식사는 음 뭐 그렇지... 대강 먹을만했고, 가격은 저렴하지 않았지만 폐 신문지를 듬뿍 얻어올 수 있었다. 

내일 아침에는 뽀송하게 마른 등산화를 신고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에 입성할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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