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뚱 Sep 06.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묵시아,피스떼라 길 2일

사진으로 적는 순례기 : 네그레이라 ~ 라고

*Camino de Fisterra y Muxía, 피스테라와 묵시아 길 2일 차

  Negreira ~ Lago

  네그레이라 ~ 라고 

  운행거리 : 27km, 운행시간 : 8시간, 획득고도 677m, 최고점 480m


묵시아와 피스떼라 길 2일 차, 램블러 기록

순례길 앱인 gronze.com은 2일 차의 목적지를 33km 지점의 올베이로아 까지를 추천 한다. 하지만 난 걷기에 익숙해진 순례자가 아니라 이미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순례자일 뿐이다. 80일 넘게 걷고 있는 상황이라 몸이 여유롭지 않다. 발바닥은 계속 통증이 있고, 폐활량은 오히려 줄어든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그래서 lago에서 머물러 가기로 한다. 


싼띠아고 데 꼼뽀쓰뗄라를 출발지로 하는 순례길의 마지막 대미는 피스 떼라까지 다시 걷거나, 묵시아를 돌아 피스떼라로 가거나, 피스떼라를 돌아 묵시아로 가는 방식이 있다. 나는 피스떼라 도착을 마지막 날로 정했던지라 올베이로아를 지나 쎄,꼬르꾸비온 방향이 아니라 둠브리아 방향으로 진행한다. 

2일 차의 아침은 안개가 자욱하고 이슬비? 안개비? 와 함께 한다. 흐르는 안개가 낀 마을의 시야가 좋진 않다. 

알베르게 바로 앞 길을 건너 언덕 방향에 있는 마을 길로 걷는다. 오늘은 초반에 계속 오르막일 예정이라 천천히 걷는다. 어차피 빨리 걷는 것은 불가능하지. 마을 공동묘지이자 성당이 2일 차를 격려해 준다. 

Igrexa de San Xulián de Negreira

성당을 지나서는 계속 쭈욱 전반적 오르막이고 아직 시야는 좋지 않다. 굽이 굽은 차도 대신, 차도를 가로지르는 산길로 이어진다. 

언덕 넘어 처음 만나는 마을은 도로를 따라 집이 늘어선 zas(싸쓰) 마을이었는데 오픈한 바르가 없다. 

안개가 멀리 물러나며 하늘이 개이고 시야는 매우 먼 곳까지 연결된다. 푸른 초원에 핀 야생화들이 정겹다. 

앞에서 한 장 뒤에서 한 장씩 찍은 '성 마메데 예배당'은 얼핏 창고처럼 보인다.  멋대가리 없다는...

Capela de San Mamede de Zas

안개의 호수 너머로 마을이 얼굴을 드러낸다. 

마을과 마을을 잊는 길 양옆으로 쌓아 올린 이끼 쌓인 담이 이끼 앉은 나무와 잘 어우러져 귀한 구경거리를 만들어 준다. 

날이 완전히 개어가는 가운데, 시야는 초록 초록 파랑 파랑해서 눈의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고 기분도 상쾌하다. 

베어진 옥수숫대가 남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용하고 작은 마을을 몇 개 지나며 걸었는데, 아직 바르를 만나지 못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빌라세리오 마을엔 공립 알베르게와 사립 알베르게 등 몇 개의 숙소가 있어 좀 신기했다. 그런데 바르는 또 없네.

Albergue municipal de vilaserio

공립알베르게가 있던  vilaserio를 지나면 또 한참 사람 1도 볼 수 없는 고즈넉한 시골길과 도로 옆 길을 따라 걷는다.  

경치가 참 좋다.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오랜 시간 걷다 '싼따 마리나'라고 하는 노파가 운영 중인 작은 매점 겸 바르인 'Bar Casa Victoriano'에서 하몽 보까디요와 콜라로 요기도 하고 잠시 다리 쉼도 해본다. 

흔들려 부러쓰... 그래도 좀 독특한 느낌이 들어서...
종자로 사용하기 위해 남겨 놓은 옥수수를 널어놓은 것이겠지? 색상이 참 예쁘다. 

A Gueima 아 게이마 마을을 지나선 초원인데 상당히 가파르면서 높은 길로 이어졌다가 다시 내려서는 길에서 오른쪽 멀리 커다란 호수가 보인다.  곧 이 호수가 멀리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Albergue Monte Aro .- 2ª etapa camino a Finisterre라는 이름을 가진 알베르게에서 2일 차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몇 집 없는 마을의 가장 큰 건물인 알베르게와 붙어 있는 식당이 있는 건물인데, 알베르게와 식당에 모두 사람이 없어 두리번거리다 보니, 알베르게의 번호키 번호가 적혀 있어 우선 들어가 2층의 여러 개의 침대 중 끝에 것을 하나 잡는다. 샤워와 빨래를 하고 잠시 누워 쉬고 있으니 알베르게 겸 식당 주인인 예쁜 아줌마가 와서 접수를 받는다. 저녁을 먹을 건지 물어서 먹겠다고 하니 오늘의 유일한 순례자인 나를 위해 식당에서 식사를 준비해 준다. 와인을 비롯해 식전 빵과 샐러드와 쇠고기 구이를 만들어 내어 주고 후식으로 과일과 아이스크림을 준다. 24유로에 침대와 저녁식사. 나이스한 하루다. 

저녁을 챙겨주고 주인은 집으로 돌아가고 넓은 알베르게에는 오늘 난 혼자 자게 되었다. 혼자 자는 건 좀 무서워...



작가의 이전글 88일 2060km 스페인 묵시아,피스떼라 순례 첫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