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뚱 Sep 08.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묵시아,피스떼라 길 3일 차

사진으로 적는 순례기 :라고 ~ 낀딴

*Camino de Fisterra y Muxía, 피스테라와 묵시아 길 3일 차

  Lago ~ Quintáns

  라고 ~ 낀딴쓰

  운행거리 : 28km, 운행시간 : 8시간 50, 획득고도 494m, 최고점 434m

로 적는 순례기 : 네그레이라 ~ 라고

매일 걷기 시작한 지 80일 정도 되었고, 매일 25km 내외를 걸었는데도 30km가 넘는 거리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오늘 공립알베르게가 있는 Dumbria에서 자볼까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17km의 거리가 좀 애매해서 다음다음 마을인 A Grixa에 오픈 중이라는 표시가 있는 15유로의 사립 알베르게에 머물기로 잠정 결정했다. 혼자서 밤을 보낸 알베르게를 나오려는데 순례자들이 잊거나 두고 간 물건들 사이에서 스틱이 눈에 띈다. 그것도 국산 K2 스틱이... 마침 스틱을 모두 분실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스틱을 챙겨서 나온다. 산길이 많은 갈리시아 지방을 걸을 때는 스틱이 많은 도움이 된다. 귀찮기도 하지만.

길을 떠나 뒤를 슬쩍 돌아보니 아직 솟아오르지 않은 햇빛을 받아 주홍색으로 물든 구름이 약간 멋지다. 


Igrexa de San Cristovo de Corzón
갈리시아 북쪽지방의 전형적인 오레오

적적한 길을 두 시간 정도 걸어 올베이로아에 도착해 바르에 들어 커피와 함께 잠시 쉬어간다. 밥 먹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잠시 조용한 마을에서 쉬어가는 것으로 만족.

마을을 빠져나오자 바로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을 건넌다. 여름 순례길이라면 이곳에서 발 담그고 쉬어가면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력발전을 하고 있는 산의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프라고소 강이 굽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는 수력 발전소가 있다고 한다.  

Punto de Información ao Peregrino de Hospital (Dumbría)

관광 안내소를 지나면 묵시아와 피스떼라로 분기하는 길이 나타나는데 마침 앞쪽으로 스페인 여학생 3명이 길을 걷고 있다. 그들은 피스 떼라 방향으로 갔는데 이럴 땐 동행이 있으면 좀 좋겠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 또 걷다 보면 혼자가 편하다. 다만 음식이나 술을 좀 마시고 싶을 때 혼자는 아무래도 불편하고 부담스럽니다. 

오른쪽 방향이 묵시아, 왼쪽 방향이 피스떼라로 이어지는 분기점
둠브리아 공립 알베르

둠브리아 바르에 들러 콜라 한 캔으로 당충전 좀 해주고, 목적지인 세난데의 알베르게로 향한다. 

Igrexa de Santa Baia de Dumbría

세난데에 도착해 알베르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런 젠장... 휴가 중이라고 한다. 연중 운영이라고 적혀있었는데. 급히 그론세 맵과 구글 맵을 열어 다음 마을의 숙소를 찾는다. 8km 정도 더 가면 낀탄이라는 마을에 비싸지 않지만 혼자 잘 수 있는 숙소를 부킹 닷컴으로 예약하고 부지런히 걷는다.  

진짜 인적 드문 길들이 이어지며 낀딴의 숙소에 도착. 독방을 하나 받고 짐정리 등등 하고 7시 30분부터 저녁 식사가 가능하다고 한 1층 식당에서 메누 델디아로 소진된 하루의 기운을 충전하다. 마침 스페인 국대 전을 해서인지 바르 안에는 할아버지를 비롯한 동네 남녀노소가 제법 많이 찾아왔다. 

식사를 마치고 담배 한 대 피우러 나가는데 바람이 많이 불고 비도 간간히 뿌린다. 내일도 비가 오려나 보다. 그나마 내일은 10km라서 다행이지 싶다. 

작가의 이전글 88일 2060km 스페인 묵시아,피스떼라 길 2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