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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Sep 08.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묵시아,피스떼라 길 4일 차

사진으로 적는 순례기 : 낀딴쓰 ~ 묵시아

*Camino de Fisterra y Muxía, 피스테라와 묵시아 길 4일 차

  Quintáns ~ Muxía

  낀딴쓰 ~ 묵시아 

  운행거리 : 10km, 운행시간 : 3시간 30, 획득고도 258m, 최고점 181m

애매하게 길을 끊는 바람에 나흘 코스가 닷새 코스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묵시아까지 10km 정도만 걸으면 된다. 희한하게도 10km면 엄청 짧잖아? 그런데 왜 힘든 거냐? 폭풍우 같은 비 때문인가? 아니면 그냥 순례길이라 힘든 것인가? 어쩌면 마음에서 꾀가 나서 힘든 것일지도.

낀딴쓰를 빠져나오자 바로 다음 작은 마을의 성당이자 공동묘지가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시골의 성당이자 공동묘지들은 미사를 보는 성당의 기능은 없고, 공동묘지의 기능만을 하고 있는 듯하다.

문이 열리고 사람이 모여 있는 경우는 딱 한번 봤는데, 장례식이 있을 때였다. 

Igrexa de San Martiño de Ozón

언덕을 오르니 오랜만에 만나는 해안 풍경이 반갑다.  

Merexo 메렉소 마을을 따라 해안으로 가는가 싶더니 왼쪽으로 길을 획 튼다. 돌아가게 만든 길이다. 순례길은 곳곳에서 짧은 길을 돌아하게 만들어 놓은 경우가 있다. 걷기에 안전하거나 예전에 만들어졌던 길이거나 아마도 그렇겠지만, 장시간 걷는 순례자는 짧은 길을 선호하게 된다. 특별한 장소가 있지 않다면 말이다. 누구나 그렇진 않을 것이고 나만 그럴지도. 

길옆으로 십자가와 종탑부만 남은 종탑의 종에 걸린 종에 줄을 매어놓았다. 아마도 실제로 종을 치는 용도로 사용하는가 보다. 원래는 작을지도 모르는 성당이 있을 것 같은데. 그 흔적 중에 사용할 수 있는 것들로 탑만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갈리시아 북쪽 지방의 전형적인 오레오는 돌을 쌓아 만든다. 곡식 저장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땅으로부터 일정 높이 이상 띄워 놓았고 다리의 상단에는 쥐가 올라올 수 없도록 오버행을 만들었다. 사용하는 소재와 크기는 지역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아스투리아스에서 본 오레오들이 가장 컸다. 

나무 토끼가 풀을 뜯는 모습이 귀엽다. 

유칼립투스 심긴 길이 계속 이어진다. 

심심치 않게 마을이 이어지고 바르에 앉아 비를 피하며 콜라로 당을 채우며 걷는다. 

Igrexa de San Xulián de Moraime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이러면 곤란한데... 그나마 나은 건 길어야 한 시간 정도 뿌리고 만다는 거. 등산화는 이미 젖었고 카메라는 꺼낼 수 없고 쉴 곳도 마땅치 않고 고작 10km 걷는데 형편이 말이 아니다. 

Capela de San Roque de Moraime

갑자기 시야가 터지면서 묵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해안 풍경이 떡하니 나타난다. 비가 뿌려 시야가 맑진 않지만 안도감도 들고 아쉽기도 하고 그런 기분이다. 

해변을 따라 이어진 데크길로 안내한다. 

물 빠진 모래사장

'Mirador Monte Corpiño 꼬르삐뇨 산 전망대' 앞으로 묵시아의 해변 마을 풍경이 아름답다.

묵시아 항의 표시석

2016년 아들과 맛있는 해물 요리를 먹었던 마리나 식당을 찾아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앉을 곳이 없다. 근처의 Plaia das lanchas에서 맥주, 샐러드 믹스타, 문어스테이크를 주문했다. 32유로. 물경 4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받아 든 첫 번째 음식 샐러드 믹스타는 그 양과 신선함이 참 좋았고, 문어요리에 깔린 감자를 갈아서 만든듯한 소스의 맛이 훌륭하진 않았지만 부드럽게 구워진 문어와 즐기기에 딱히 부족함은 없었다. 먹고 나니 배가 매우 부르다. 점심 만찬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1시에 오픈하는 공립 알베르게로 가니 입구가 어딘지 잠시 두리번거리다 진입하니 좀 젊어 보이는 오스삐딸레로가 맞이한다. 오늘 1착이다. 알베르게 건물은 상당히 큰 독립 건물이고 1층의 식당과 큰 거실과 사무실이 있고 2층은 객실, 3층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는 작은 공간이 있고 옥상으로 이어진다. 공간이 꽤 크고 좋다. 중심부에서 약간 떨어져 있지만 순례길 상에 있어서 또 좋은 점이 있다. 

늘 하던 데로 샤워를 먼저 하고 비에 젖은 옷들이 있어 오랜만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린다.

쪼리를 끌고 높지 않은 산 위에 위치한 전망대를 7년 만에 다시 혼자 오른다. 우와 지름길로 가려니 바위 위에 만들어진 길이라 비가 살짝 내리고 젖어있는 바위를 넘어 다니는 게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코스를 어렵게 돌파하니 대서양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의 멋진 풍경이 잠깐의 고생을 잊게 만든다. 


설명 없는 묵시아의 Mirador Monte Corpiño 꼬르삐뇨 산 전망대 풍경 감상!!!


정상 전망대 오르는 성당 옆길
Igrexa de Santa María de Muxía 묵시아 성 마리아 성
Mirador Monte Corpiño 꼬르삐뇨 산 전망대
대서양 방향. 반도의 끄터리에 Santuario da Virxe da Barca(비르세 바르카 성지)

*위키 피디아의 설명 

 Santuario da Virxe da Barca 성소는 원래 기독교 이전의 켈트 신전이자 신성한 장소였습니다. 스페인의 이 지역은 기독교 로의 개종에 저항했고 , 12세기에야 개종되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처음에 이 위치에 암자를 세웠고, 이후 17세기에 현재의 교회를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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